언제쯤 웃을 수 있나(사진=엠스플뉴스).
언제쯤 웃을 수 있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고척]
삼성 라이온즈 재크 페트릭은 소문난 ‘순둥이’ 외국인 선수다. 눈매는 선하고, 입매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할 정도다. 물론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면 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서 몸싸움을 하는 의외의 면모도 있다. 분명한 건 페트릭이 인성 면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는 선수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 좋은 페트릭에게 무심한 야구의 신은 시련만을 주었다. 27일까지 페트릭은 10경기에 등판해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시즌 성적 1승 5패. 퀄리티스타트 5번을 기록했지만 승리로 이어진 경기는 1차례 뿐이다. 매번 잘 던지고도 구원 실패로 승리가 날아가거나, 호투하고도 타선 불발로 패전투수가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페트릭 등판시 경기당 득점 지원은 3.10점. 리그 규정이닝 투수 가운데 페트릭보다 타자들의 도움을 못 받은 투수는 없다. 삼성의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4.46점)과 비교해도 페트릭의 득점 지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다 착한 페트릭이 자칫 ‘비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 전에서도 페트릭의 불운은 계속됐다. 이날 삼성 타선은 4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 신인이자 이날이 데뷔 첫 선발 등판인 김성민을 상대로, 매 이닝 주자가 나가고 득점 찬스를 만들면서도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 사이, 페트릭은 넥센 강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어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변화가 생긴 건 5회초. 넥센의 두번째 투수 하영민을 두들겨 삼성이 2점을 먼저 얻었다. 하지만 계속된 2사 만루 추가득점 찬스에서 이지영이 삼진으로 물러나 대량득점에는 실패했다. 6회에도 무사 2, 3루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박해민의 유격수 직선타 때 3루 주자 강한울이 더블아웃 당해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삼성 타선은 6회까지 페트릭의 시즌 득점 지원(3.10점)보다 적은 2점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결국 6회말 사달이 났다. 페트릭은 5회까지 94개의 많은 공을 던진 상태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심창민 등 핵심 불펜을 소모한 삼성 벤치는 고육지책으로 지친 페트릭에게 기대 봤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페트릭은 서건창-윤석민-채태인에 3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이날 첫 실점을 내줬다(2-1). 김하성을 포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지만, 허정협에 2-0에서 던진 커터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이어져 2-2 동점을 내줬다. 김민성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내 주자는 1사 1, 2루. 여기서 박동원이 초구를 공략해 2루 방향 잘 맞은 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김상수의 재빠른 수비에 걸려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6회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페트릭의 투구수는 119구. 4월 23일 NC전(122구) 이후 가장 많은 공을 던지며 역투했지만, 이번에도 승리는 페트릭과 무관했다. 야속한 삼성 타선이 7회초 공격에서 삼자범퇴 무득점에 그치며, 페트릭의 승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 호투에도, 2승을 눈 앞에서 놓치고 소득 없이 마운드를 내려온 페트릭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