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이터'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완투'. 선발투수가 경기의 모든 이닝을 던졌을 때 성립한다. 승리하면 완투승, 패배하면 완투패다.

유희관은 최근 2경기에서 18이닝을 던졌다. 한 번은 완봉, 한 번은 완투하지 못하고 9이닝만 책임졌다. 이 때문에 '2경기 연속 완투'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진 못했다. 하지만, 2경기 18이닝은유희관에겐 소중한 기억이자 큰 자산으로 남았다.

유희관 “128구? 끝까지 던지려고 했었다.”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유희관은 5월 20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9이닝 8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쳐 완봉승을 기록했다. 2015년 5월 10일 잠실 한화전 이후 2년만. 개인 통산 2번째 완봉승이었고 3번째 완투였다.

다음 등판이었던 5월 26일 kt전에서 유희관은 2경기 연속 완투를 기록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유희관은 무려 128구를 던지면서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2경기 연속 많은 투구를 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단 내가 경기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싶단 생각이 훨씬 더 컸다. 아마 128구에서 9회가 안 끝났다면 끝까지 던지려고 했을 것이다.” 유희관의 말이다.

하지만 유희관의 바람과는 달리 두산과 kt는 9회까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연장 10회 두산 이용찬이 kt 오태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두산의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두산을 응원하는 이들에게 이날은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유희관의 투지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유가 있다. 바로 유희관이 역대 1경기 개인 최다 피안타 2위인 16개의 안타를 허용하고도 9이닝을 책임졌기 때문. 유희관의 최종 기록은 9이닝 16피안타 2볼넷 9탈삼진 3실점이었다.

역대 1경기 개인 최다 피안타는 17개로 2명(윤학길, 이상목)이 기록한 적이 있다. 1경기 16피안타를 기록한 투수는 유희관이 역대 7번째. 최근 KBO리그 경기에선 2000년 10월 6일 롯데전 이대진(해태)이 가장 마지막이다.

이처럼 무려 18년 만에 16피안타 경기가 부활한 것이다. 안타를 맞고 또 맞으면서도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투수가 나타났으니 많은 이들이 열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어쩌면 내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땐 팀을 위해 어떻게든지 ‘내가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안타 16개를 맞고도 끝까지 올라가겠다고 우긴 나도 그렇고, 믿고 맡겨준 감독님과 코치님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유희관은 김태형 두산 감독과 한용덕 수석코치의 끈끈한 신뢰를 언급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5년간 최다 이닝 유희관, 200이닝 목표로 달린다.

5년간 최다이닝을 기록하고 있는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5년간 최다이닝을 기록하고 있는 유희관(사진=엠스플뉴스)

16피안타 경기는 유희관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완봉승보다 더 말이다.

“9회 2사 1, 3루에서 헛스윙 삼진을 잡고 돌아오는데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쳐주시더라. 그 순간에 정말 프로에 온 이후 손으로 꼽을만한 희열을 느꼈다. 내 스스로도 '해냈다'는 감정이 가슴에서 차고 올라왔다. 비록 팀이 져서 그게 가장 아쉽지만 그 기억은 큰 감동으로 남았다. 투수로서 아마 평생 갈 자산이지 않을까? 은퇴하고 나서도 또렷이 기억날 것 같다. 어쩌면 완봉을 한 경기보다 더 말이다.”

안타를 맞고 맞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임무를 소화해낸 건 유희관에게 큰 용기와 책임감을 심어줬다.

나아가 유희관은 올 시즌 가치 있는 목표 한 가지를 더 세우고 있다. 바로 200이닝이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0이닝은 꼭 한 번 이루고 싶은 소원이었다. 아직 올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현재 페이스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좋은 투구를 이어가 꼭 한 번 달성해보고 싶다.”

유희관은 올 시즌 72.2이닝을 소화해 최다이닝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경기 당 평균 이닝을 환산하면 약 7.2이닝 정도. 남은 20여 차례 경기서 부상 없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이닝 소화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사실 유희관은 2013년 선발투수로 전환한 이후 올 시즌까지 모든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770.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유희관의 진정한 가치다. 유희관이 올 시즌 200이닝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근거기도 하다.

유희관 역시 “선발투수로서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 어떤 기록보다 내겐 소중한 기록”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2경기 250구(122구+128구)를 던졌다. 하지만 ‘팀을 위한다’는 의미를 새삼 더 깨달았다. 마운드에서나 경기장밖에서나 더 성숙해진 유희관이다. 힘들지만 멈출 순 없다는 게 지금 생각이다. 그래서 유희관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힘들지만, 난 괜찮다. 또 던질 수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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