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한화(사진=한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한화(사진=한화)

[엠스플뉴스]

| '위기의 한화' 살려낼 신임 감독 후보 누가 있나. 팀 승리와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새 감독. 가장 중요한 건 '이글스 DNA' 부활 이끌 수 있는 감독이어야.

김성근 전 감독 퇴진(退陣) 이후 흔들렸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른 한화 이글스가 최근 2연승을 기록했다.

한화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는 ‘새 감독 찾기’다. 5월 30일 기준 올 시즌 한화의 남은 경기 수는 95경기. 신임 감독 선임으로 팀 분위기를 잘 추스른다면 가을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새 코칭스태프 구성을 통한 팀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야구계엔 한화 새 감독 후보로 여러 야구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 가운덴 전직 감독과 코치, 방송사 해설위원, 재야 야구인 등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어디 가도 밀리지 않는 이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화는 이름값에 의존한 감독 선임으로 낭패를 경험했다. 그래선지 야구계에선 ‘한화 새 감독으로 적합한 이는 팀을 사랑하고, 선수단 내 소통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프랜차이즈 출신 야구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화에 필요한 ‘소통’과 ‘화합’ 이끌 적임자, ‘한화 프랜차이즈’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서 손을 들고 기뻐하는 구대성, 송진우(사진 왼쪽부터)(사진=한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서 손을 들고 기뻐하는 구대성, 송진우(사진 왼쪽부터)(사진=한화)

"지금 한화에 필요한 건 '육성'이다. 이제라도 진정한 세대교체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를 키우고, 소통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1999년 한화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였던 한 야구인의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그간 한화는 소위 ‘3김 시대’를 거치며 시대를 역행했다. 일흔이 넘는 노(老) 감독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현대 야구가 강조하는 ‘소통과 화합’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적으로 노 감독들을 비판할 일도 아니었다. 한화는 노 감독들을 영입할 때마다 ‘우릴 가을야구로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소개했고, 노 감독들은 구단 요구에 따라 육성과 세대교체보단 당장의 성적에 집중했다.

당연한 이유로 최근 몇 년간 한화 육성 시스템은 정체 아니 퇴행의 연속이었다. 과거 수많은 스타를 키워낸 한화 팜 시스템은 ‘성적 지상주의’ 슬로건 아래 조금씩 붕괴됐다. 연이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젊은 유망주들이 팀을 떠나야 했고, 그나마 남은 유망주들은 혹사로 신음했다.

한화 출신 한 야구인은 1999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화가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배경이 뭔지 아나. ‘이글스’란 이름으로 모두가 뭉쳤기 때문이다. 당시 이희수 감독은 부산 출신이었지만, 천안 북일고 감독을 맡으면서 누구보다 충청권 야구를 잘 알았다. 거기다 당시 한화엔 프랜차이즈 출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팀을 받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화가 키워낸 유망주인들인 송지만, 이영우 등이 훨훨 날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한화가 다시 비상하려면 1999년의 추억을 교훈이자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

많은 야구인도 ‘한화 프랜차이즈 출신이 새 감독이 돼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팀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에 있어 그들을 따라올 이가 없다는 게 이유다.

곳곳에 흩어진 한화 프랜차이즈, ‘응답하라 1999’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 이 팀장은 한화 퓨처스팀 감독을 지내며 누구보다 지금의 한화를 잘 아는 이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 이 팀장은 한화 퓨처스팀 감독을 지내며 누구보다 지금의 한화를 잘 아는 이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김성근 전 감독 부임 전까지만 해도 한화엔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가 많았다. 하지만, 김 전 감독 부임과 동시에 대부분 경질되거나 스스로 팀을 떠나는 등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팀 성적은 여전히 하위권이었다. 한화 팬들이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 레전드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지도자는 이상군, 이정훈, 한용덕, 정민철 등으로 압축된다. 우선 이상군 감독대행이다. 이 감독대행은 팀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감독대행’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팀에 대한 헌신도만 놓고 보면 이 감독대행만한 이도 없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무엇보다 현 한화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의미에서 이 감독대행이 감독으로 승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도 돋보이는 이다. 이 팀장은 현역 시절 ‘악바리’로 통했다. 정확한 타격과 타고난 승부욕으로 한화를 강팀으로 이끌었다.

한화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 팀장은 천안 북일고와 한화 퓨처스 감독 등을 거치며 육성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내고, 경험마저 쌓았다”며 “원체 승부욕이 강하고, 감독으로서도 실전 경험이 풍부해 흐트러진 한화 1군 팀 분위기를 바로잡는 덴 최적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한용덕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도 최적의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시즌 김 전 감독 경질설이 불거졌을 때 한 수석은 빠지지 않고, 세평에 올랐다. 2012년 한화 감독대행으로서 보여준 리더쉽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온화한 성격에 마운드 운용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한화가 젊은 사령탑을 선택한다면 정민철(사진 맨 오른쪽) 전 한화 코치가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 한화가 젊은 사령탑을 선택한다면 정민철(사진 맨 오른쪽) 전 한화 코치가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사진=엠스플뉴스)

정민철 모 방송사 해설위원도 유력한 후보다. 한화 레전드 출신인 정 위원은 현역 시절 통산 161승으로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승 2위에 올라있다.

정 위원은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더 유명하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로 코치 시절이나 방송 해설가인 지금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감독 무경험’을 단점으로 꼽으나,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가운데 ‘비(非) 초보 감독’은 김성근, 조범현 감독뿐이었다.

2005, 2006년 삼성 라이온즈을 우승으로 이끈 선동열 삼성 감독과 2011~2014년 역시 삼성에 4년 연속 우승컵을 안긴 류중일 감독, 2015, 2016년 두산 베어스의 2년 연속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던 김태형 감독은 모두 초보 감독이었다.

게다가 올 시즌부터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은 장정석 감독은 코치 경험도 없는 이다. 하지만, 장 감독은 어느 베테랑 감독보다 훌륭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 많은 야구인은 ”코치 경험이 풍부하고, 따뜻한 인품과 배려심이 돋보이는 정 위원이라면 장정석 감독처럼 팀을 잘 이끌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성불패’ 구대성의 국내 야구계 복귀도 화젯거리다. 호주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약중인 구대성은 그 누구보다 이글스 정신을 간직한 이다.

구대성은 지난해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화는 내게 의미가 큰 팀이다. 제의가 온다면 언제는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호주리그 등에서 뛴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구대성만의 최대 무기다.

이 밖에 장종훈 롯데 퓨처스 타격코치와 송진우 전 한화 코치도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비 한화 출신’ 가운덴 류중일 삼성 라이온스 전 감독이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여기다 정치권에 줄을 대 한화 감독을 꿰차려는 모 전직 감독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면서까지 열심히 뛰고 있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감독 선임엔 더 면밀하고,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한화 프런트가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면밀히 감독 후보를 살필 것으로 기대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팀의 미래만을 생각해 새 감독을 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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