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로하스 주니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멜 로하스 주니어(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엠스플뉴스]
| kt 위즈가 영입한 새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 kt가 ‘거포형 타자’ 대신 중거리 타자 로하스를 영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로하스가 현재 kt 전력에 잘 들어맞는 최적의 선수인 이유를 살펴봤다.
분명 ‘외국인 타자'하면 떠오르는 가공할 장타력을 갖춘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공격력이 최우선’이라던 애초 계획에 100% 부합하는 선수와도 거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최상’이나 ‘최선’의 영입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kt 위즈의 전력, 그리고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최적’의 선택은 될 수 있다.
kt 위즈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이하 로하스) 얘기다.
kt는 9일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를 4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kt가 홈런을 쳐달라고 데려왔던 조니 모넬은 안타조차 치지 못한채(타율 0.165) 5월 20일을 끝으로 한국 무대를 떠났다. 이후 새 외국인 타자 찾기에 나선 kt는 장고 끝에 로하스를 선택했다.
애초 kt는 홈런 파워가 뛰어난 ‘거포형’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었다. 일부 선수와는 실제 구체적인 협상도 진행했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kt 관계자는 “원 소속팀에서 선수를 풀어주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다른 거포형 선수도 알아봤지만, 성공을 확신할 만한 후보가 없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김진욱 감독은 “지금은 대어급 외국인 타자를 찾기 힘든 시기다. 후보로 검토한 선수들이 비슷비슷한 수준이었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결국 kt는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기존 후보와는 다른 유형의 로하스를 영입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는 누구인가

번트도 댈 줄 아는 외국인 타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번트도 댈 줄 아는 외국인 타자(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로하스는 ‘야구인 2세’ 선수다. 1990년대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로 활약한 멜 로하스의 아들로, 아버지와는 달리 타자의 길을 선택했다. 2010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입단 당시 로하스는 ‘확실한 플러스 툴은 없지만, 5툴 플레이어의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방면에 두루 재능을 갖추고 있어, 발전시키기 나름이라는 취지의 평가다. 특히 배트 스피드와 송구 능력, 신체조건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외야 수비력과 주루능력도 평균 이상으로 평가됐다.
마이너리그 단계를 차근차근 밟은 로하스는 2014년 데뷔 5년 만에 트리플 A에 진입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승격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해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팀을 옮겼다.
지난 시즌 트리플 A 64경기 10홈런으로 처음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올해도 트리플 A 54경기에서 타율 0.259에 6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상적인 장거리 타자는 아니지만, 데뷔 초에 비해 장타 생산능력이 점차 향상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로하스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출전했다. 아무나 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야구 강국 도미니카는 WBC 대표팀도 현역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로 꾸렸다. 외야만 봐도 호세 바티스타, 넬슨 크루즈, 스탈링 마르테, 그레고리 폴랑코 등 스타급 선수가 즐비하다. 이런 ‘지구방위대’급 팀에 마이너리거로는 유일하게 승선한 선수가 로하스다.
1990년생으로 올해 나이도 27살로 아직 젊다. 27살은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주장하는 ‘야구선수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8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실전 경험도 쌓은 상태다. KBO리그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로하스를 단순히 미국 무대에서 기록만 갖고 평가절하해선 안 될 이유다.
로하스 영입, kt에 ‘최적’의 선택인 이유

외야 세 포지션을 커버하는 로하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외야 세 포지션을 커버하는 로하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시즌 중에 합류하는 외국인 타자는 빠른 적응이 필수다. 팀 입장에선 새 외국인 타자가 리그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곧바로 낯선 스트라이크 존과 투수들에 적응해 팀에 기여해 주길 기대한다. kt는 로하스가 거포형보다는 중거리 타자에 가까운 만큼, 새로운 리그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거포 유형의 타자 중에는 적응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고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적응 면에서는 정확성 위주의 타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하스는 플라이볼 스윙보다는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스윙을 하는 타자다. 강한 땅볼 타구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다. 배트 스피드도 빠르고, 공을 오래 보며 기다리기보단 공격적으로 스윙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유형에 가깝다. 타석에서 소극적인 경향이 강했던 모넬에 비해,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있다.
파워 원툴 타자에 비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로하스는 중견수는 물론 좌익수-우익수까지 외야 세 자리를 모두 커버한다. 2012년 하이 싱글 A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수로 선정될 만큼 준수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송구 능력도 뛰어나다.
스위치 히터로 상대 투수 유형에 관계없이 기용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데뷔 초에는 우타석보다 좌타석이 낫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최근엔 좌우타석의 편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발이 엄청나게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평균 이상의 주력도 갖췄다. 스피드 자체보다는 도루 센스가 뛰어난 유형에 속한다. 공격, 수비, 주루까지 다채로운 재능을 자랑하는 만능 선수다.

아버지 로하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아버지 로하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이매진스).

현재 kt 선수단 구성을 감안해도 로하스는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득점력이 리그 최하위권인 kt지만(256점, 9위) 최근 한 달 여의 기록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넬을 멀리 치워버린 5월 19일 이후 kt는 팀타율 0.309(3위), 팀장타율 0.477(4위), 팀득점 112점(5위), 팀루타수 316루타(3위)로 리그 상위권 공격력을 유지하고 있다.
1할대 외국인 선수가 사라지자, 대신 기회를 잡은 젊은 내야수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김동욱, 오태곤, 정현, 심우준 등 코너 내야 자원이 풍성해졌다. 김진욱 감독도 “시즌 전엔 1루와 3루가 약점이라고 봤는데 이젠 상황이 좀 달라졌다”고 밝혔다.
당장 올 시즌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육성이 더 중요한 kt로선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만일 1루수나 3루수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면, 최근 타격감이 좋은 젊은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는다. 그 외국인 타자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최근 좋았던 공격 흐름까지 끊기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내야와 달리 외야에는 약점이 뚜렷하다. kt는 중견수 포지션의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 지표가 -0.624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공격과 수비 둘 다 갖춘 외야 자원이 없다는 게 kt의 딜레마다. 수비력 좋은 로하스가 잘 적응해 중견수 역할을 해준다면, 최근의 공격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외야 수비 약점을 채우고 젊은 선수들도 계속해서 기회를 얻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선 로하스 영입을 두고 KIA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의 성공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재능과 신체조건, 마이너리그 성적 등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지금은 완성형 타자로 거듭난 버나디나도 처음 두 달 동안은 숱한 시행착오와 험난한 적응기를 겪었다. 결국 로하스도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리그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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