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주가 5월 부진을 씻는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함덕주가 5월 부진을 씻는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가능성을 본 4월과 난관에 부딪힌 5월. 함덕주는 선발 투수로서 성숙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등판 관련 3가지 기록을 깬 6월 9일 롯데 자이언츠전이 더욱 뜻깊었다. 100구와 5회, 그리고 100이닝은 선발 투수 함덕주가 채우고픈 숫자다.

“뭘 물어보면 생글생글 먼저 웃기만 해.(웃음)”
두산 베어스 투수 함덕주의 이름이 나오자 두산 김태형 감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마이클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빠진 빈자리를 젊은 선발 투수인 함덕주가 나름 잘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준비한 5선발의 주인공은 함덕주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미 선발 자원으로서 주목받은 함덕주는 당당하게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출발은 괜찮았다. 함덕주는 4월 5경기(27이닝)에 선발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 3.33을 기록했다. 호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은 기간이었다.
다만, 함덕주는 5월 들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5월 4차례 선발 등판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곤 모두 5회를 못다 채운 것. 게다가 6월의 첫 등판인 4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2.1이닝 1실점)에선 왼 중지 물집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함덕주 자신도 선발 자리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반전투’가 있었다. 함덕주는 9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7.2이닝 2피안타 9탈삼진 2볼넷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총 120구를 던진 함덕주의 역투였다.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이닝(종전 기록 6이닝)과 한 경기 최다 탈삼진(종전 기록 8탈삼진), 그리고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종전 기록 108구)까지 한 번에 달성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이날 호투를 계기로 함덕주는 우울했던 5월을 잊고 재도약을 다짐했다. 대답이 나올 때마다 생긋 웃는 함덕주의 표정에선 첫 풀타임 선발답지 않은 여유가 살짝 엿보였다. 겉으론 여려 보이지만, 마운드 위에선 보여주는 나름의 강인함은 반전 매력이다. 팀 선배들이 함덕주를 예뻐하는 이유기도 하다.
100구와 5회, 그리고 100이닝은 함덕주가 선발 투수로서 채워야 할 숫자다. 선발 등판을 할수록 재미가 느껴진단 함덕주를 ‘엠스플 뉴스’가 직접 만났다.
함덕주의 다소 다른 체인지업 그립

4월과 달리 5월은 함덕주에게 고민의 시기였다(사진=두산)
4월과 달리 5월은 함덕주에게 고민의 시기였다(사진=두산)

6월 9일 등판 내용이 대단했다. 개인 등판 기록 세 가지를 한 번에 갈아치웠는데.
글쎄. 이전 등판과 똑같은 마음으로 던졌다. 그저 한 타자 한 타자 잡는데 집중하잔 생각뿐이었다. 8회 2아웃 이후 볼넷을 내준 게 아쉬웠는데 (이)용찬이 형이 잘 막아줘서 고마웠다.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투구 수도 꽤 많았는데 한용덕 수석코치님도 그런 얘길 해주셔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래도 마음껏 던질 수 있을 만큼 던지고 내려왔기에 마음은 편했다.
이날 중계 화면에 호수비를 한 오재원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게 잡혔다. 오재원이 그 감사 인사를 보고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웃음을 참는 장면이 화제였다.
너무 잘 잡아줘서 감사하단 표현을 했을 뿐이다(웃음). 형들의 좋은 수비가 있었기에 길게 던질 수 있었다.
9일 등판에서 11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은 결정구는 체인지업이었다. 심지어 4회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을 땐 5개 공을 전부 체인지업으로만 던졌다.
(박)세혁이 형이 극단적으로 체인지업을 계속 요구했는데 그게 먹혔다. 상대 타자들이 헷갈려 하더라. 속구보단 변화구 제구가 좋아서 체인지업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체인지업 그립이 다소 독특하다고 들었다.
(중지와 약지 사이를 벌리며) 보통 투수들이 잡는 것보다 손가락 사이를 더 벌려서 잡는다. 그게 더 많이 떨어지는 것 같고 잡기도 편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잡고 던졌다.

함덕주의 체인지업 그립. 보통 투수들보다 중지와 약지 사이가 더 벌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함덕주의 체인지업 그립. 보통 투수들보다 중지와 약지 사이가 더 벌어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5월 들어 선발 등판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선발로서 위기감을 느꼈나.
(고갤 끄덕이며) 솔직히 위기감을 느낀 건 사실이다. 최근 2경기 등판에서 조기 강판당했기에 부담감이 꽤 있었다. 이번엔 길게 잘 던져서 안도했다.
그간 어떤 점이 잘 안 풀렸나.
음. 4월 동안 선발로서 던져보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안 풀릴 때가 당연히 오더라. (고갤 갸우뚱거리며)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기복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가 여전히 고민이다.
혼자서 생각이 많았겠다. 해결책은 또 찾아야 하니까.
사실 시즌 초반엔 예상보다 너무 공이 좋았다. 5월 들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혼자 생각도 많아지고 그랬다. 그래도 형들 조언대로 편하게 맞춰 잡자는 생각으로 생각 없이 던지니까 좋아지는 것 같다. 물론 다음 경기에서 또 던져봐야 알지 않을까(웃음).
함덕주 “등판마다 5이닝 소화가 최우선 목표”

함덕주에겐 5이닝 소화가 최우선 목표다(사진=두산)
함덕주에겐 5이닝 소화가 최우선 목표다(사진=두산)

팀 선발진에 같은 좌완 투수만 두 명(유희관·장원준)이다. 더 많은 도움을 얻어야겠다.
형들이 많이 도와준다. 공이 안 좋았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같이 고민해주신다. 특히 (유)희관 형과 같은 방을 써서 많이 얘기한다. ‘오늘 구위는 괜찮은 데 힘이 많이 들어가서 공이 빠지는 것 같다. 힘을 빼고 살살 던져도 상대 타자가 못 칠 때도 있다’라는 조언을 들은 적 있다. 잘 던졌을 땐 그만큼 자신감도 많이 불어 넣어주신다.
선배 투수 2명이 앞에서 잘 던져주니 편안한 마음도 있을 것 같다.
형들이 워낙 잘 던지니까 나는 어느 정도만 해도 잘했다고 해주시는 것 같다(웃음). 크게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던진다. 내가 할 것만 하자고 생각하고 마운드로 나간다.
유희관(올 시즌 경기당 평균 108.9구)과 장원준(올 시즌 경기당 평균 105.9구)은 경기당 평균 100구 이상을 던지지 않나. 배울 점도 있고 책임감도 생길 것 같다.
나는 전혀 힘든 게 아니다. 형들은 등판마다 공을 100개 이상 던지지 않나. 당연히 나도 100구는 기본적으로 던져야 할 것 같다.
이제 팀 선배들과 꽤 가까워진 것 같다. 박치국이나 이영하 등 더 어린 투수들이 1군에 있기에 투수조 막내에서도 벗어났지 않나(웃음).
2년 전 1군에 처음 왔을 땐 많이 어려워했다. 이제 적응돼서 형들과 편하게 대화한다. 나보다 막내가 있으니 이제 아이스박스를 안 끈다(웃음). 2년 전만 해도 야구장에 오자마자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물을 채우기 바빴다. 이젠 얘들이 많이 도와주니까 편하다.
젊은 투수가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낼 때 로테이션을 한 번 빼주는 것과 같은 휴식을 종종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개막부터 거의 쉬지 않고 등판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을까.
(고갤 내저으며) 체력은 아직 걱정 없다. 5일 선발 로테이션으로 계속 가면 될 것 같다. 진짜 힘들 땐 쉬게 해주시니까. 솔직히 10일을 쉬나 7일을 쉬나 나는 비슷하게 느껴진다. 계속 꾸준히 던지는 게 좋다.
선발 투수로서 승수 욕심은 생겼는지 궁금하다.
음. 승수에 대한 욕심은 아직 없다. 그냥 등판마다 5이닝을 소화하는 목표 정도가 있다. 그 정도만 던져도 선발로서 내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5회까지만 팀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던져도 잘 던진다고 해주신다.
(김태형 감독은 5이닝을 목표로 한다는 함덕주의 말에 “5이닝에 만족하면 안 된다. 더 던져야 한다. 만약 5이닝 무실점이면 인정하겠다”라며 껄껄 웃었다)
올 시즌 10일 기준으로 57.2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150이닝도 노려봄직 한데.
사실상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등판하고 있다. 우선 100이닝을 먼저 채우고 싶다. 100이닝을 달성한 다음에 욕심을 부려보겠다.
어느덧 선발 투수로서 두 달을 보냈다. 선발 투수가 체질에 맞는 것 같나.
글쎄. 사실 불펜에서 좋았던 기억도 많다. 뭐가 더 맞는 것보단 그저 선발로 던지는 게 재밌을 뿐이다. (강한 어조로) 지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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