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군단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사진=롯데)
'거인 군단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사진=롯데)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최다인 6연패에 빠졌다. 6연패 동안 롯데는 선발진 붕괴로 팀 순위가 7위까지 떨어졌다. 리그 1위 KIA 타이거즈와는 13.5경기 차.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SK 와이번스와도 6경기 차다. 4, 5월 선발진의 좋았던 기세를 되찾지 못한다면 롯데의 가을 야구는 없다.

6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롯데는 최근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레일리는 최근 10경기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 7.06으로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그 영향으로 레일리는 이날 등판 전까지 퓨처스팀에 있었다. 선발진이 무너진 롯데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기 전 레일리의 얼굴은 붉게 상기 돼 있었다. 지난해 보였던 자신감은 비 온 날의 먼지처럼 사라진지 오래였다.

거인 군단 발목 잡은 '선발진'.

고민에 빠진 조원우 롯데 감독(사진=롯데)
고민에 빠진 조원우 롯데 감독(사진=롯데)

이날 경기의 선취점은 롯데 몫이었다. 롯데는 2회 초 7번 강민호의 1점 홈런으로 앞서갔다.

근심거리였던 레일리는 3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러나 호투도 잠시. 4회 레일리는 이택근, 서건창에게 연속 안타, 김하성에게 희생 플라이 그리고 윤석민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1-2 역전을 허용했다.

레일리는 5회에도 또 다시 이택근, 서건창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추가점을 내줬다. 위기를 직감한 조원우 롯데 감독은 투수교체를 지시했고, 4.1이닝 동안 5실점한 레일리는 고갤 숙인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6월 들어서만 선발투수가 10번이나 조기강판 당하는 걸 지켜보는 롯데팬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사실이다. 롯데는 6월에 치른 16경기에서 5회 이전 선발투수를 10번이나 교체했다. 6월 선발투수 조기 강판율 0.625. 이는 부동의 리그 1위로, 당연하게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선발투수 교체 시 팀 승률이 0.300(3승 7패)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6월 롯데 선발투수들은 대부분 3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발진의 난조는 경기 초반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롯데는 1회부터 3회까지 총 9번, 4회부터 6회까지 무려 10번의 빅이닝을 허용했다.

설상가상으로 롯데 선발진의 6월 퀄리티 스타트(QS: 6이닝 3실점 이하) 횟수는 단 한번이다. 반면 상대 팀 선발진엔 16경기 가운데 10경기에서 QS를 허용하며 1승 9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남겼다.

선발진이 무너지자 불펜진엔 과부하가 걸렸다. 6월에 치른 16경기에서 롯데 불펜진이 소화한 이닝은 73이닝으로 리그 최다였다. 문제는 롯데 불펜진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평균자책 6.16). '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롯데 외국인 투수 부진, '어찌할꼬'

'고개 숙인 남자' 닉 애디튼(사진=롯데)
'고개 숙인 남자' 닉 애디튼(사진=롯데)

롯데 선발진이 처음부터 좋지 않았느냐? 그건 아니다. 시즌 개막전부터 5월 31일까진 리그에서 3번째로 낮은 평균자책(3.86)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조원우 감독은 철저한 선발투수 관리로 효율적인 마운드 운용을 이끌었다. 베테랑 송승준의 부활과 '영건' 박세웅, 김원중, 박진형 등의 성장은 올 시즌 ‘사직의 가을’을 기대케 하는 이유였다.

그런 롯데에 6월 선발진 붕괴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5월까지 3.86이었던 롯데 선발진 평균자책은 6월 10.50으로 수직 상승했다. 선발진 부진은 곧 팀 성적 추락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 6월 20일 기준 6연패 수렁에 빠졌다.

2017시즌 롯데 선발투수 등판 성적. QS+(7이닝 3실점 이하)(표=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2017시즌 롯데 선발투수 등판 성적. QS+(7이닝 3실점 이하)(표=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많은 야구 관계자는 롯데 선발진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외국인 선수 부진'을 꼽는다. 20일 기준 롯데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레일리뿐이다. 그런 레일리마저 18일 선발 등판일이 다 돼서야 퓨처스에서 1군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과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는 부진과 부상으로 각각 퓨처스팀과 재활군에 머물러있다.

레일리는 올 시즌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 5.63을 기록 중이다. 규정 이닝을 소화한 KBO리그 외국인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이 가장 높다. 피홈런도 14개로 리그 1위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려갔던 퓨처스리그에서도 등판 결과는 좋지 않았다(13일 퓨처스리그 두산 베어스전 4이닝 5실점 2피홈런).

롯데에 남은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는 한 장뿐이다. 이미 파커 마켈의 갑작스런 팀 이탈로 교체 카드 한 장을 쓴 터다. 외국인 선수가 모두 부진하지만, 교체 카드를 쉽게 꺼내 들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잔류할 외국인 선수의 부활 가능성과 새로 영입할 선수의 리그 적응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야만 한다.

조 감독은 “좌완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레일리는 지난 시즌 전반기에 잘하다가 후반기에 안 좋았다. 분명 사이클이 있는 선수다. 감이 잡히면 다시 치고 올라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레일리의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팀 부진이 길어지면 레일리의 반등을 마냥 지켜만 볼 수 없는 처지다.

야구전문가들 "빠른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로 반전에 나서야"

'반짝반짝' 빛났던 레일리는 과거의 빛을 잃어버렸다(사진=엠스플뉴스)
'반짝반짝' 빛났던 레일리는 과거의 빛을 잃어버렸다(사진=엠스플뉴스)

애디튼은 더 심각하다. 10경기에 선발 등판한 애디튼은 평균자책 7.50으로 무너졌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애디튼 투구를 보면 하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1군 레벨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수준의 투수”라고 평가했다.

롯데도 애디튼 활용법을 두고 고민이 많다. 조원우 감독은 “애디튼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이다. 지금은 함께 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기보단 상황을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게 조 감독의 입장인 것이다.

사실 야구계엔 '롯데가 애디튼을 먼저 교체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레일리의 극심한 부진이 변수가 되고 있다. 롯데는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트 코치와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권 경쟁이 치열한 요즘. 5월까지 순항하던 선발진이 갑자기 6월에 붕괴하며 롯데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야구해설위원은 “롯데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외국인 투수 교체가 시급하다. 제대로 된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던 송승준이 조만간 부상에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강한 선발진 구축 없인 가을야구도 없다. KBO리그 최고 몸값 150억 원을 투자한 롯데의 '이대호 프로젝트'도 자칫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조 감독은 17일 넥센전을 앞두고 머릴 짧게 잘랐다. 그후엔 주장 이대호와 최준석이 삭발을 감행했다. 그렇다고 연패가 끊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선수단 스스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며 잠시 잃어버린 승리 기운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제 남은 건 78경기다. 가을야구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롯데는 스파이크 끈을 '단디' 매야 한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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