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과 최주환이 공존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사진=두산)

오재원과 최주환이 공존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3루수 최주환과 2루수 오재원의 공존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다. 지난 주말 테이블 세터로서 보여준 이 둘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상위권 합류를 위한 두산 베어스의 반등 포인트기도 하다.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를 피한다는 건 타자 입장에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만큼 자신의 존재감이 상대에게 두려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루가 비워진 2사 상황에서 고의4구가 나온다면 강타자라는 걸 인정받은 셈이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도 올 시즌 그런 존재가 됐다. 최주환은 6월 18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11-11로 맞선 7회 말 2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NC 포수 김태군은 곧바로 일어나 미트를 낀 왼손을 왼쪽으로 쭉 뻗었다. 고의4구 사인이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주환을 거르고 후속 타자 오재원과 승부를 택한 것.
최주환에겐 나름대로 기분 좋은 상황이지만, 반대로 오재원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이 타석 전까지 오재원은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부진했다. NC 배터리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재원이 김진성의 2구째를 공략해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날린 것. 결과적으로 최주환과 오재원이 모두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최주환 “경기에 나가서 힘든 게 행복한 거다.”

올 시즌 두산 타선의 주축이 된 최주환(사진=두산)
올 시즌 두산 타선의 주축이 된 최주환(사진=두산)

올 시즌 최주환은 만년 유망주의 알을 깨고 팀의 주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6월 19일 기준 최주환의 올 시즌 성적은 60경기 출전(191타수) 타율 0.330/ 63안타/ 4홈런/ 33타점/ 출루율 0.402/ 장타율 0.455다. ‘커리어 하이’였던 2015시즌(100경기/ 타율 0.282/ 67안타/ 5홈런/ 32타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429) 기록을 이미 훌쩍 넘어설 최주환의 분위기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공헌도가 상당한 최주환이다. 그간 최주환은 수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타격 능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수비 불안이 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 임하기 전 최주환은 체중 감량으로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이는 수비에서도 자신감이 붙는 효과로 이어졌다.
두산 강석천 타격코치는 “타격 메커니즘 자체는 이미 인정받은 선수다. 수비에서 자신감이 붙으니 그 기세가 타격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최주환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최주환은 올 시즌 2루수(134타석)와 3루수(59타석)를 오가면서 팀 내야진의 활용폭도 넓혔다. 시즌 초반 오재원의 부진으로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했던 최주환은 최근 타격 부진과 등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3루수 허경민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실 캠프 때부터 3루수 자리에서 연습을 제대로 못 했다. 그래도 벤치에서 맡겨주신다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가 해내야 할 부분이다. 벤치에 앉아서 힘든 것보단 경기에 출전해서 힘든 게 행복한 거다.” 최주환의 말이다.
그간 아쉬움으로 지적된 타격 기복도 사라졌다. 최주환은 4월(타율 0.300)·5월(타율 0.350)·6월(타율 0.328)을 거치면서 꾸준한 타격감을 자랑했다. 타격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기 위해 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연습 때 좋은 타격감이 경기 결과로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항상 마음을 비우는 게 힘들었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만, 아직 완벽히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된다. 그래도 팀 동료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니까 도움 된다. 또 올 시즌을 앞두고 예전에 상무 야구단에서 쓰던 방망이로 바꿨는데 시즌이 갈수록 적응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올라서야 할 오재원 “타구 질 좋아지고 있다.”

타격감을 점점 되찾고 있는 오재원(사진=두산)
타격감을 점점 되찾고 있는 오재원(사진=두산)

최주환의 꾸준한 활약과 더불어 오재원의 반등도 가시화되고 있다. 사실 수비만 본다면 김재호·오재원의 키스톤 콤비가 최상의 조합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김재호와 오재원의 수비는) 당연히 최고다. 두 선수가 센터 라인에 있어야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순간적인 수비 센스만큼은 오재원의 능력을 따라갈 선수가 없다는 게 팀 내 평가다. 다만, 극심한 침체에 빠진 타격의 반등이 절실하다. 오재원은 올 시즌 타율 0.228/ 출루율 0.342/ 장타율 0.323로 타격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주말 경기에서 반등 가능성을 엿봤다. 오재원은 6월 17일 잠실 NC전에서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투런 아치를 그렸다. 5월 1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시즌 3호 홈런이었다. 18일 잠실 NC전에서도 오재원은 결정적인 순간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날리면서 포효했다. 조금씩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오재원의 분위기다.
오재원은 “스윙에 계속 변화를 주고 있다. 아직 완벽한 건 아니지만, 최근 타구 질 향상에 만족한다.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홈런도 그 결과물 중에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라며 큰 만족감을 내비쳤다.
허경민이 등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결국, 2루수 오재원·3루수 최주환의 공존이 두산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와 동시에 주말 경기에서 나온 1번 최주환·2번 오재원의 테이블 세터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는 상위권 추격을 위해서 꼭 필요한 두산의 반등 포인트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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