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 LG 작전·주루 코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유지현 LG 작전·주루 코치(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는 올 시즌 팀 도루 50개로 이 부문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LG의 팀 도루 성공률은 58.8%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에서 2번째로 낮은 수치다. LG는 과연 '기동력 야구의 팀'으로 변신했는가.

올 시즌 LG 주루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두려움 없는 질주'가 될 것이다.

실제로 LG는 6월 27일 기준 팀 도루 50개로 이 부문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도루 1위 삼성 라이온즈(51개)와는 단 1개 차. 지금 흐름이라면 세 자릿수 팀 도루는 당연하거니와 팀 도루 1위도 노려볼 만 하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LG 팀 도루 성공률은 58.8%밖에 되지 않는다. SK 와이번스(28개)의 54.9%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성공률이 낮다. 팀 도루 실패도 3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주루 성적을 놓고 LG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LG는 그림자보단 빛에 더 집중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 과정을 밟고 있는 만큼 두려움 없는 주루가 장기적 관점에서 더 필요하다'는 게 LG 생각인 것이다.


유지현 LG 작전·주루 코치 “숫자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

'도루 성공률'이란 숫자에 주목하기보단 과정에 더 주목하는 LG 유지현 코치(사진=엠스플뉴스)
'도루 성공률'이란 숫자에 주목하기보단 과정에 더 주목하는 LG 유지현 코치(사진=엠스플뉴스)

LG 팀 도루가 리그 중·하위권이었던 적이 있다. 2014, 2015년이다. 이 두 시즌에서 LG는 리그 팀 도루 6, 5위에 머물렀다. 주춤했던 팀 기동력을 살린 주인공은 유지현 LG 작전·주루코치였다. 2015년부터 LG 기동력을 책임지게 시작한 유 코치는 지난해 LG를 팀 도루 리그 3위로 끌어올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전반적으로 리그 도루가 줄었다는 평을 듣는 올 시즌에도 LG 기동력 야구는 여전하다. 물론 그 중심엔 지금도 유 코치가 있다.

올 시즌 LG와 상대한 한 팀의 배터리 코치는 “LG는 주자만 베이스에 나가면 항상 작전을 낸다. 그 때문에 늘 긴장하고, 경계하고 있어야 한다. 유지현 코치가 주루를 담당하면서 좋은 말로 하면 'LG가 상당히 끈질긴 팀'으로 변신했고, 솔직하게 말하면 '상대를 정말 귀찮게 하는 팀'이 됐다"며 "경기마다 상대팀 배터리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LG 기동력 야구는 분명 숫자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유지현 코치 생각은 어떨까. 유 코치 역시 “숫자나 결과에만 주목하면 과정이 생략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도루수나 도루 성공률에 전혀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숫자보단 얼마나 효과적인 주루를 하는지, 얼마나 생산적인 주루를 하는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가장 주목하는 건 팀 도루수가 아닙니다. 짧은 안타가 나왔을 때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얼마나 집중력 있게 지켜보는지, 그 집중력을 통해 한 베이스를 더 가려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도하는지, 협살 상황에서 얼마나 센스 있게 움직여 상대 수비수를 흔들어 놓는지, 그런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 주목해 지켜보고 있습니다. 팀 전체를 위해선 그런 플레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플레이가 나오려면 선수들이 숫자에 집중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선수들이 정말 집중해야할 건 '두려움 없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입니다.”

이처럼 두려움 없이 뛰다 보니 LG 야수 가운데 8명이 3도루 이상을 기록 중이다. 독보적인 ‘러너’가 없음에도 팀 도루 121개(리그 3위)를 기록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도 LG 기동력 야구는 특정 선수에 의지하지 않고 있다.

유 코치는 시즌 전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LG가 더 강한 팀이 되려면 '도련님 야구', '샌님 야구'에서 계속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지금도 그 주장은 유효하다.

“우리 LG가 더 강팀이 되려면 우아한 ‘샌님 야구’론 안 됩니다. 정적인 플레이를 버리고 더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 전력이 다른 팀을 압도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상대를 더 귀찮게 만들고, 상대가 지겨워할 정도로 더 물고 늘어지는 수밖엔 없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말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고 해놓고, 막상 공격적인 주루가 실패로 끝났을 때 선수를 야단친다면 이후 선수 발은 꽁꽁 얼어붙을 게 뻔하다.

“그걸 왜 모르겠습니다. 제가 누구보다 그걸 잘 알기에 지금껏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실패에 대해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어요. 올 시즌 우리팀 도루 성공률이 낮다는 걸 잘 압니다. 그게 약점이란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도루 성공률에 개의치 않는 건 그 숫자에 집중했다간 저도, 선수도, 팀도 모두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LG’ 두려움은 독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나아가라”

젊은 LG 야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두려움 없는 주루'는 필수적이란 게 유지현 코치의 생각이다(사진=LG)
젊은 LG 야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두려움 없는 주루'는 필수적이란 게 유지현 코치의 생각이다(사진=LG)

여전히 많은 야구계 관계자는 ‘도루 성공률’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따지고 보면 '효율'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숫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지현 코치의 생각은 여전히 달랐다.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을 때보다 주루에서 실패했을 때 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지도자 평판만 생각한다면 안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주루만을 지시하면 돼요. 하지만, 지도자가 그렇게 몸을 움츠릴 때 어느 선수가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겠습니까. '효율'은 선수들이 주루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했을 때, 팀을 위한 주루가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을 때 계산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유 코치가 이토록 '선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공격적인 주루'를 펼칠 수 있는 배경은 양상문 감독의 절대적 지지 덕분이다. 양 감독은 ‘팀플레이’를 하다 실패했을 경우 절대 코치와 선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팀을 위한 플레이가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성장하는 젊은 야수진의 특성상 유 코치는 앞으로도 선수들에게 ‘숫자’를 강요할 생각이 없다.

“수비코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책수를 선수단에 강조한 적이 없어요. 왜냐? 그렇게 하면 선수들이 과감한 수비를 펼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루도 마찬가지예요. 한 번 뛰어 본 선수가 다시 뛸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상황에 맞는 현명한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유 코치라고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유 코치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주루를 지지할 생각이다.

“올 시즌 아쉬운 주루가 많이 나왔습니다. 상황에 맞는 현명한 주루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경험이라고 봅니다. 우리팀의 젊은 선수들은 앞으로도 주루 실패를 성장을 위한 '쓴 약'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 시즌 남은 기간까지 주루 실패는 제가 책임지면 됩니다."

유 코치가 LG 주루를 책임진 이상. LG 주자들의 '두려움 없는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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