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두산 니퍼트와 SK 박종훈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다(사진=두산,SK).
6월 27일 두산 니퍼트와 SK 박종훈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다(사진=두산, SK).

[엠스플뉴스=잠실]

l ‘하늘에서 꽂히는 공’을 자랑하는 두산 베어스 니퍼트와 ‘땅에서 솟구치는 공’이 주무기인 SK 박종훈이 잠실에서 맞붙었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대결. 이 흥미로운 대결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그리고 SK 와이번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 극과 극 투구 스타일을 자랑하는 두 투수가 만났다.

6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 두산의 시즌 6차전, 두 투수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는 KBO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다. 니퍼트의 신장은 203cm. 팔 길이까지 더하면 약 250cm 높이에서 공을 내리꽂는 것. 공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스틴 니퍼트: 7승 5패 평균자책 3.47 / QS 11회(리그 2위)

반면, SK 선발투수 박종훈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릴리스포인트를 가진 투수다. 투구하는 ‘손이 땅에 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낮은 위치에서 공을 던진다. 흡사 공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박종훈: 6승 4패 평균자책 3.51 / 6월 평균자책 1.61(리그 1위)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맞붙은 ‘극과 극 대결’이었다.


경기 초반 ‘양 팀 거포’의 홈런 맞교환

3회 양 팀의 거포 최정과 김재환이 홈런을 맞교환했다(사진=SK,두산).
3회 양 팀의 거포 SK 최정-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맞교환했다(사진=SK, 두산).

니퍼트와 박종훈은 2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기 내용엔 차이가 있었다.

니퍼트는 1~2회를 피안타 없이 깔끔하게 막아냈다. 2회 초 SK 한동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걸 제외하면 군더더기 없는 투구 내용이었다.

반면, 박종훈은 2회까지 4피안타 1볼넷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인 것. 박종훈은 위기 때마다 탈삼진을 잡아내며 상대 타자를 더그아웃으로 돌려 보냈다. 2회까지 기록한 탈삼진만 4개.

3회, 두 투수는 나란히 첫 실점을 허용했다.

3회 초 SK 김성현을 상대로 몸 맞는 공을 내준 니퍼트는 정진기에게 이날 경기 첫 피안타를 허용하며 2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SK 최정이 니퍼트의 150km/h 속구를 받아쳐 비거리 120m의 스리런 홈런을 만들었다. 최정의 시즌 27호 홈런. 이 홈런으로 SK가 3-0으로 먼저 앞서갔다.

3회 말 박종훈은 ‘두산의 거포’ 김재환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김재환은 1사 주자 없는 상황 박종훈이 던진 6구째 속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으로 스코어는 1-3.

SK와 두산의 거포가 홈런을 맞교환한 가운데 경기는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오뚝이' 박종훈, '추가실점' 니퍼트

8이닝을 소화했지만 5실점 하며 아쉬운 투구 내용을 선보인 니퍼트(사진=두산).
8이닝을 소화했지만 5실점 하며 아쉬운 투구 내용을 선보인 니퍼트(사진=두산).

SK 박종훈은 4~5회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같은 투구를 선보였다.

4회 말 박종훈은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허용했다. 류지혁은 박종훈의 실책을 틈타 2루로, 오재원이 유격수 땅볼을 칠 때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 실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하지만, 박종훈은 두산 상위 타순의 정진호, 박건우를 상대로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5회 말 박종훈은 또 다시 흔들렸다. 김재환과 오재일에 각각 볼넷과 몸 맞는 공을 허용한 것. 원아웃 주자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박종훈은 두산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SK 수비진이 땅볼을 병살 처리하며 두 개 아웃 카운트를 동시에 잡아냈다. 이렇게 박종훈은 5회도 실점 없이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5회를 끝으로 박종훈의 임무는 끝이 났다. 5이닝 1실점(1자책) 8탈삼진 8피안타 2볼넷. 많은 출루를 허용했지만, 위기 때마다 탈삼진을 솎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투구 수는 108개. 4-1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온 박종훈이었다.

반면, 니퍼트는 4회 초 한 점을 더 실점했다. 1사 후 SK 6번 타자 정의윤이 우익수 앞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이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만들어낸 것. 1-4 두산이 SK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진 순간이었다.

4회까지 4실점 한 니퍼트는 5~7회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SK 타선을 잠재웠다.

7회까지 100개가 넘는 투구 수를 기록한 니퍼트는 8회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나주환에게 안타를 내주고, 실책 하나와 2번의 폭투가 겹치며 추가 실점했다. 8회를 마무리 지은 니퍼트는 1-5 두산이 4점 차로 뒤진 상황 마운드를 내려왔다.

니퍼트의 이날 성적은 8이닝 5실점(4자책) 6탈삼진 5피안타 2볼넷. 119개 공을 던지며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실점이 많았던 게 아쉬웠다.

SK ‘집단 마무리 시스템’ 가동, ‘극과 극 대결’ 최후의 승자는 박종훈

'오뚝이'같은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7승 사냥에 성공한 '잠수함 투수' 박종훈(사진=SK).
'오뚝이'같은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7승 사냥에 성공한 '잠수함 투수' 박종훈(사진=SK).

6회부터 SK는 ‘집단 마무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가장 먼저 출격한 건 이날 1군에 복귀한 좌완투수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9개 공으로 6회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어 등판한 투수는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문광은. 문광은은 7회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 말 문광은이 두산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엔 사이드암 김주한이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 2루 위기에서 김주한은 오재일, 에반스, 박세혁을 차례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8회를 끝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선택한 마지막 투수는 박정배였다. 박정배는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이어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최정의 스리런 홈런과 선발투수 박종훈 역투에 힘입어 SK가 두산에 5-1 완승을 거둔 것.

SK 승리와 함께 ‘극과 극 선발 맞대결’의 승자는 박종훈으로 결정됐다. 박종훈은 시즌 7번째 승리를 따내며 6월 강세를 이어갔고, 니퍼트는 패전투수가 되며 시즌 6패째를 기록했다.

경기가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SK 힐만 감독은 “오늘 박종훈의 제구가 날카롭지는 못했지만,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 냈다. 덕분에 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라며 박종훈의 위기관리 능력을 칭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5연승을 질주하며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두산은 3연패 늪에 빠지며 3위 SK와 3.5경기차로 멀어졌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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