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헥터 (사진=엠스플 뉴스)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헥터 (사진=엠스플 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엠스플 뉴스]

6이닝 3실점, 시즌 11번째 QS를 거두며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한 양현종의 호투에 힘입어 KIA가 3연패에서 벗어났다.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던 NC와 함께 승리를 거둔 터라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으나, 지난 3연패와 달리 장단 14안타가 폭발하며 타선이 살아났다는 점, 지난 22일 양현종의 승리 이후로 3연패로 위기를 맞았으나 다시 에이스 양현종의 활약으로 연패를 끊어냈다는 점은 KIA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팀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KIA에선 헥터가 선발로 출격한다. 올 시즌 헥터는 KIA를 넘어 KBO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라고 할 수 있다. 11승으로 다승 단독 1위, 2.86으로 평균 자책점 4위, 97.2이닝으로 이닝 부문 공동 3위까지, 투수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대부분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시즌의 활약뿐만이 아니라 지난 2년간 헥터가 보여준 '능력치'는 야구 만화에나 나올 법한 '사기 캐릭터'에 가까운 수준이다. 2년 간 통산 승률 .839, 헥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올 시즌을 숫자로 분석해봤다.

14 : 헥터, 2014년 밴헤켄의 최다 연승 기록 깰까

선발승을 올린다는 건 투수의 능력과 타선의 활약, 수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투수가 완투를 하더라도 타선에서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 무승부나 패전을 기록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헥터는 해내고 있다. 올 시즌 헥터는 14경기 선발로 나서 11승 무패, 승률 1.000을 기록하고 있다. 투타의 조화, 수비의 도움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다승 단독 1위, 그것도 모두 연승으로 11승을 기록한 것이다. 헥터의 등판은 곧 팀의 승리이자 개인의 승수추가라는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헥터는 역대 외국인 최다 연승 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넥센의 밴헤켄은 무려 14연승을 기록하면서 역대 외국인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미 헥터가 12연승을 기록하고 있고, 현재의 페이스가 좋은 만큼 짧으면 앞으로 4경기, 길게 잡아도 후반기 내에는 밴헤켄과 적어도 타이를 이루지 않을까.

14 : 헥터, 최근 2년 간 특정 팀 상대 14승 무패

헥터의 진짜 가치는 특정 팀 상대로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점이다. 헥터는 2016년 우리나라 데뷔 이후로 총 45경기에 나서 26승을 거두는 동안 단 5패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이 중 5패는 삼성, 한화, LG, SK에게 패한 것으로 유일하게 LG만 2패였을 뿐 나머지 팀들에게도 고작 1패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두산, 롯데, 넥센, kt, NC까지 5팀을 상대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5팀을 상대로만 21경기에 나섰는데 지금까지 14승 무패,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기록을 거뒀다. 이정도면 투수 완전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오늘 선발로 상대할 삼성를 상대로도 헥터는 '진짜' 강했다. 지금까지 삼성을 상대론 2년 간 7경기 선발로 나서 5승 1패, 평균 자책점이 3.70이었다. 유일하게 패했던 경기는 지난 해 4월 21일 경기로, 당시 헥터는 4.1이닝 8실점으로 무너지며 국내 데뷔 첫 패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이날 딱 한 번 흔들렸을 뿐, 그 이후 삼성을 상대하는 헥터는 완전무결 그 자체였다.

43 : 헥터, 통산 45경기 중 43경기 5이닝 이상 투구

선발, 그리고 에이스의 덕목 중 하나는 이닝 소화 능력이다. 불펜을 쉬게 해주면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끄는 것, 또한 그 소화 이닝에서 최소한의 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것, 이 이상 더 좋은 선발은 없다. 헥터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훌륭한 에이스라고 볼 수 있다.

헥터는 지금까지 2시즌 동안 45경기 선발로 나서며 지난 해 완투 3차례, 올 시즌 완투 1차례를 포함해 총 304.1이닝을 던졌다. 45경기 중 43경기에서 5이닝 이상 던져줬기 때문에 가능한 소화 이닝이었다. 헥터가 5이닝 이상 소화하지 못했던 단 두 경기는 지난 해 헥터의 데뷔 첫 패였던 4월 21일 삼성전 4.1이닝 8실점 경기와 지난 해 9월 23일 NC전 3이닝 4실점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헥터에게 첫 패를 안겨준 삼성을 오늘 만나게 되는 것이다.

304.1 : 헥터, 최근 2년 간 이닝 소화 1위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206.2이닝, 올 시즌 14경기에서 97.2이닝으로 벌써 304.1이닝을 소화한 헥터. 최근 2년 간 3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리그를 통틀어 헥터가 유일하다. 헥터의 뒤를 이어 SK 켈리가 2년 간 299.2이닝을 소화하면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으나 헥터는 총 45경기, SK 켈리는 46경기를 소화한 것이므로 헥터가 더 적은 경기에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헥터는 올 시즌 역시 97.2이닝을 소화하며 LG 차우찬과 함께 이닝 부문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두산 유희관과 SK 켈리가 15경기에서 각각 103이닝, 99.1이닝을 소화하며 1위와 2위에 올라 있지만 헥터에 비하면 한 경기 더 뛰고 이닝을 소화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기당 이닝 소화는 헥터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셈이다.

.839 : 헥터, 최근 2년 간 승률 1위

올 시즌 헥터는 14경기에서 11승 무패, 승률 1.000으로 나왔다 하면 승리를 챙기고 있다. 말 그대로 거침없는 승리 행진이다.

올 시즌 승률 100%와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15승 5패, 승률 .750을 합치면 최근 2년 새 헥터의 승률은 .839가 된다. 이 기간 승률이 단연 1위다. 38경기 21승 5패로 승률 .808인 2위 NC 해커에 비해서도 3푼 가량 앞선 성적이다. 최근 2년 간 승리만 놓고 본다면 43경기에서 29승을 거둔 두산 니퍼트에 3승 뒤진 성적이지만, 승률에서 만큼은 .763인 두산 니퍼트를 한참 앞서고 있다.

믿고 보는 투수, 믿고 보는 성적으로 최근 2년 새 KIA를 넘어 리그 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헥터. 고무팔 명성답게 과연 오늘은 몇 이닝을 버틸지, 실점을 얼마나 적게 내줄지, 그래서 개인 12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매경기 사실상 수훈선수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헥터 (사진=엠스플 뉴스)
매경기 사실상 수훈선수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헥터 (사진=엠스플 뉴스)

타구장 Key넘버

➀ kt vs 한화 : 4연패 고영표 vs 완투 후유증 배영수

최근 4연패로 수렁에 빠져 있는 고영표와 완투 후유증으로 2경기 연속 조기강판 된 배영수가 만난다. 4연패 기간 고영표는 무승 4패 평균 자책점 7.79를 기록했고, 배영수는 최근 2경기에서 승패 없이 15.95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부활이 절실하다.

➁ LG vs 롯데 : 내일이 없는 애디튼

그냥,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올 시즌 롯데 애디튼은 12경기 중 10경기 선발로 나서 2승 7패 평균 자책점이 7.04에 이른다.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 가야 한다.

➂ SK vs 두산 : 켈리, 2년 만에 10승 도전

지난 시즌 득점 지원이 불과 4.85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해 '켈크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켈리. 그러나 올 시즌 SK 팀 타선은 홈런을 앞세운 거포 군댄으로 변신했다. 지난 해 9승에 불과했던 켈리가 벌써 전반기에만 득점 지원 6.61점에 힘입어 9승을 거뒀을 정도다. 따라서 켈리는 오늘 두산 상대 승리를 추가하면 2년 만에 10승 투수에 오르게 된다.

➃ 넥센 vs NC : 나성범 최근 6경기 타율 .632

최근 6경기 타율 .632, 믿기 힘든 성적의 주인공은 NC 나성범이다. 19타수 12안타(4홈런)에 13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부터 홈런, 타점까지 이 기간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타율 .385, 매우 강하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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