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기념구를 들고 있는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10승 기념구를 들고 있는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광주]

KIA 타이거즈 양현종, 4년 연속 10승 쾌거. 부진 탈출 비결은? ‘단순하게. 분명하게.’ 팀 구성원 먼저 떠올리는 양현종은 진정한 ‘타이거즈 에이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한 타자, 한 타자에 더 집중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양현종이 밝힌 부진 탈출의 비결이다. 양현종은 6월 27일 광주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0승(3패)째를 거뒀다. 역대 27번째 '4년 연속 10승 투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거기다 이 승리로 양현종은 올 시즌 가장 먼저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함께 누렸다.

늘 팀부터 생각하는 양현종은 '10승 이상의 가치를 생산하는' 투수이자 진정한 에이스다.

양현종, “쉐도우 피칭하며 마인드 컨트롤 한 게 부진 탈출 도움”

양현종은 반복학습과 마인드컨트롤로 부진에서 벗어났다(사진=엠스플뉴스)
양현종은 반복학습과 마인드컨트롤로 부진에서 벗어났다(사진=엠스플뉴스)

양현종은 시즌 개막 이후부터 5월 14일까지 8경기에 등판해 7승 평균자책 2.15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양현종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부진이 찾아왔다. 양현종은 이어진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 10.00으로 크게 흔들렸다. 1, 2점대를 오가던 시즌 평균자책은 4점대까지 치솟았다.

원체 양현종의 초반 페이스가 좋았기에 야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기우였다. 양현종은 6월 15일부터 27일까지 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2.70(20이닝 6자책) 역투를 펼치며 내리 3연승을 거두고 부진에서 탈출했다.

양현종은 “10승은 개인적으로 시즌 전 가장 먼저 세웠던 목표였다.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달성하게 돼 의미가 큰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양현종은 2010, 2014년 16승을 거둔 바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개인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경신도 시간 문제다. 실제로 양현종이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10승을 달성한 건 2014년에 이어 올 시즌이 2번째다. 2014년 16경기 등판 만에 10승을 거둔 양현종은 올 시즌엔 15경기 등판 만에 10승을 거뒀다.

불편함을 호소했던 팔에 큰 문제가 없다면 양현종은 7월 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다시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종료까지 최소 2회, 최대 3회 등판이 더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양현종은 더 많은 승리로 전반기를 마칠 수 있다.

양현종이 직접 전한 부진 비법은 ‘쉐도우 피칭’과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좋았을 때 영상을 찾아보면서 쉐도우 피칭을 매일 했다. 최근엔 원정경기가 많아 자주 쉐도우 피칭을 하지 못했지만, 대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런 노력이 부진 탈출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양현종의 설명이다.

부진했던 5월 중순과 비교하면 지금 양현종에겐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더 있다. 바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양현종은 “예전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너무 조급해지고, 생각도 많아졌다”며 “그래서 이번 부진 땐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해보려 애썼다.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따지고 보면 마음이 편해진 게 부진 탈출의 가장 결정적인 배경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래서일까. 양현종은 최근 들어 경기 전략을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잡고 있다.

“많은 걸 생각하지 않고, 한 타자와 승부하는 데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예전처럼 경기 결과를 먼저 생각하기보단 한 타자, 한 타자를 잡는데 집중하면서 결과를 향해 가고 있다.” 답을 찾은 양현종의 말이다.

팀밖에 모르는 양현종 “이대진 코치를 웃게 해주고 싶어”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현종은 광주에서 성장해 KIA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만큼 평소에도 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자신보다 늘 팀을 먼저 챙기는 ‘대인배’ 면모에 많은 이가 엄지를 치켜세운다.

양현종은 10승을 달성을 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승리 소감을 묻는 말에 자기 이야기보다 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쏟아냈다. 85구만을 소화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상황에 대해 묻자 양현종이 한 대답이다.

“4일 휴식 후 등판이었지만, 그 전에 여유 있게 쉬어서 괜찮았다. 근육이 팽팽한 느낌이 있어 6회까지만 던졌다. 하지만, 아프지 않기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날짜만 잡힌다면 4일 휴식 후 일요일(7.2 LG전) 다시 등판하는 것도 문제없다.”

양현종은 22일 선발 등판하고서 투수에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4일 휴식 후' 27일 선발 등판을 수용했다. 그리고 다시 4일 등판을 자청하고 있다. '나'만 생각하는 선수라면 절대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양현종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동료들에 대한 위로까지 건넸다.

올 시즌 KIA 불펜진 평균자책은 6.26으로 리그 최하위다. 선발진 평균자책이 3.88로, 리그 2위인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선발투수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되레 구원투수들의 ‘노력’을 먼저 언급했다.

“우리 불펜 투수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정말 많이 노력한다. 지금까진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라며 “지금 부진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팀원들을 향해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진정한 KIA 에이스, 양현종(사진 가운데)(사진=KIA)
진정한 KIA 에이스, 양현종(사진 가운데)(사진=KIA)

그러면서 양현종은 자연스럽게 이대진 투수코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팀 주축 투수의 입장에서 최근 이대진 코치님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많이 힘들어 보이고, 표정 역시 어둡다. 그런데도 이 코치님은 투수들에게 늘 ‘괜찮다’면서 먼저 위로를 건넨다. 코치님을 위해서라도 최소 실점을 하고 싶었다. 코치님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 어두운 표정의 코치님을 보면서 투수들 모두 마음이 아팠다.”

최근 팀의 3연패와 내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이 코치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게 사실이다. 양현종이 이 코치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양현종의 끈끈한 ‘팀 사랑’과 넓은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현종은 ‘전 구단 상대 승리’와 같은 개인적 쾌거에 대해서도 “팀 구성원의 도움 덕분”이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기록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예전에 롯데, 두산을 상대로 내용이 좋지 않아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경기 끝나고 내가 올 시즌 전 구단 상대로 승리투수가 됐다는 걸 알았다. 타자들이 내가 등판한 경기마다 많은 점수를 뽑아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KIA 바보’ 양현종다운 말이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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