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13연승으로 타이거즈 역사를 새롭게 썼다(사진=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13연승으로 타이거즈 역사를 새롭게 썼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광주]

헥터 노에시가 KIA 타이거즈의 새 역사를 쓴다.

해태와 KIA로 이어지는 타이거즈 역사엔 위대한 투수가 많았다. 헥터도 이제 그들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쏟아진 비도 막을 수 없었던 헥터의 13연승 행진을 엠스플뉴스가 현장에서 취재했다.


헥터, 선동열 13연승 기록과 타이, 조계현 뛰어 넘어

헥터(왼쪽에서 3번째)는 13연승으로 조계현 KIA 수석코치(맨 오른쪽)의 타이거즈 선발투수 최다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사진=엠스플뉴스)
헥터(왼쪽에서 3번째)는 13연승으로 조계현 KIA 수석코치(맨 오른쪽)의 타이거즈 선발투수 최다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사진=엠스플뉴스)

KIA는 6월 28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3-4로 승리했다. 이날 KIA 선발투수였던 헥터는 비 탓에 한 시간 넘게 경기가 중단됐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7이닝 8피안타 9탈삼진 3실점 역투.

헥터는 이날 승리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연승 기록을 줄줄이 경신했다.

우선 헥터는 2016년 10월 2일 kt 위즈전부터 2017년 6월 28일 삼성전까지 16경기에서 13연승을 거둬, 타이거즈 역대 개인 통산 최다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선동열 전 KIA 감독. 선 전 감독은 해태 소속으로 1991년 4월 5일부터 7월 9일까지, 1991년 8월 20일부터 1993년 6월 13일까지 13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참고로 KBO리그 투수 최다 연승 기록은 ‘불사조’ 박철순(전 OB베어스)이 1982년 4월 10일부터 1982년 9월18일까지 기록한 22연승이다.

동시에 헥터의 13연승은 타이거즈 선발투수 최다연승 기록을 경신한 것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조계현 KIA 수석코치가 1996년 5월 16일부터 1996년 8월 11일까지 선발 12연승이었다.

선발 최다 연승 기록은 정민태 한화 육성군 투수코치가 보유하고 있다. 정민태 코치는 현대 유니콘스 소속으로 2000년 7월 30일부터 2003년 8월 31일까지 21연승을 기록했다.

헥터는 또 타이거즈 외국인선수 최다연승 기록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기존엔 다니엘 리오스가 KIA 소속으로 2002년 6월 11일부터 같은 해 9월 28일까지 12연승을 거둔 게 최고 기록이었다.

헥터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연승 기록도 이제 사정권에 두게 됐다. 2014년 앤디 밴 헤켄(넥센)은 5월 27일부터 8월 13일까지 14연승을 기록했다. 헥터는 이제 1승만 더 추가하면 외국인 투수 최다연승과도 타이를 이루게 된다.

“No Problem!” 헥터, 우천 중단도 막을 수 없는 괴력

헥터 노에시(사진=엠스플뉴스)
헥터 노에시(사진=엠스플뉴스)

KIA와 삼성의 28일 경기가 한창이던 오후 7시 34분. 3회 말 5-2로 앞선 KIA 공격을 앞두고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예보엔 없던 갑작스런 소나기였다.

멈출 줄 모르고 떨어지던 빗방울은 오후 8시께 멈추기 시작했다. 심판진은 오후 8시 4분 그라운드로 나와 상태를 확인했고, 비가 중단되자 ‘방수포를 걷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어 KIA 구장 관리 요원들이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마친 오후 8시 35분부터 경기가 재개됐다.

KIA는 3회 말 공격에서 점수를 뽑으며 20분 이상을 썼다. 결국, KIA의 4회 초 수비가 시작된 건 거의 오후 9시가 가까워져서였다. 우천 중단 이후 약 1시간 30분 정도 지난 시점. 하지만 놀랍게도 마운드에 다시 오른 건 헥터였다.

일반적으로 선발투수는 전력으로 던진 이후 우천 중단 등으로 경기가 지연되면 경기가 재개된 이후엔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 어깨가 식으면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부상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헥터는 긴 공백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을 단 1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은 놀라운 광경을 연출했다.

속구 구속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최고 148km/h의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뿌리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경기 종료 후 헥터는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여러 연승 기록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대신에, 언제나 그랬듯 한 타자,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것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헥터는 차분히 등판을 준비, 1시간이 넘는 우천 중단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헥터는 차분히 등판을 준비, 1시간이 넘는 우천 중단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우천 중단은 헥터에게 정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헥터는 “한 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됐지만, 이후 우리 수비 시간이 돌아올 때까지 라커룸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몸이 완전히 식지 않게 캐치볼을 하면서 대비했던 헥터다.

“실내연습장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쉬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몸 상태엔 전혀 영향이 없었다.”

우천중단이 헥터의 연승을 막을 수 없던 건 원체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헥터는 “오늘(28일)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속구와 변화구 모두 힘 있게 들어갔다”고 말한 뒤 “우리 팀 타선의 지원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는 말로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표현했다.

헥터는 올 시즌 15경기 등판만에 벌써 지난해 기록한 15승(5패)에 거의 근접한 12승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크게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2016년보다 팀이 더 강해지면서 내가 그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헥터는 이번에도 선전의 비결로 동료들, 특히나 동료 타자들의 도움을 꼽았다.

실제로 KIA가 올 시즌 기록한 4번의 타자 전원 안타 경기는 모두 헥터의 선발 등판 때 나온 것이었다.

만약 헥터가 1승을 더 추가해 14연승을 기록하게 된다면 타이거즈 역사는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이미 '기념비적인 선수'가 된 헥터는 새 역사를 쓸 모든 준비를 마춘 상태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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