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군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이 부임한 지 한 달이 넘었다. 한화는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사진=한화)
이상군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이 부임한 지 한 달이 넘었다. 한화는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사진=한화)

[엠스플뉴스]

| 한화 이글스의 극심한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상군 감독대행.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을 안정시킨 데 이어 내친김에 팀 세대교체까지 이끌겠단 각오다. '불통'을 버리고 '소통'을 선택한 한화. 김성근 전 감독과 이 감독대행은 어떻게 달랐을까.

5월 23일 김성근 한화 감독이 경질됐다. 혼란의 한가운데서 한화는 이상군 1군 투수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당시 페넌트레이스 100경기 이상을 남겨둔 한화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 감독대행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후, 한 달 하고도 8일이 지났다. 이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는 김 전 감독 시절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팀 바꿔놓은 이상군의 '따뜻한 리더십'

늘 밝게 웃는 이상군 감독대행(사진=한화).
늘 밝게 웃는 이상군 감독대행(사진=한화).

한화는 이 감독대행 체제 이후 치른 33경기에서 15승 1무 17패 승률 0.469를 기록했다. 김 전 감독의 마지막 33경기와 비교하면 2승을 더 올렸다(13승 20패 승률 0.394). 김 전 감독 시절 리그 '9위'였던 팀 순위도 이 감독대행 선임 이후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성적 밖으로 눈을 돌리면 더 뚜렷한 변화가 눈에 띈다. 이 감독대행 체제 이후의 한화는 김 전 감독 시절과는 기본적인 '야구 체질'부터가 달라졌다. 그간 비정상적이었던 팀 운용도 정상으로 돌아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과거 긴장감 가득했던 더그아웃에는 이제 웃음이 넘친다. 김 전 감독 경질 이후 잠시 흔들렸던 팀 분위기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 감독대행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한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 관계자는 “김 전 감독 시절엔 선수들이 훈련 외적인 일로 그라운드 머무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 부임 이후엔 그라운드에서 선수들끼리 둘러앉아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자기에게 맞는 훈련을 스스로 챙긴다”며 “이 감독대행의 리더십은 선수단 분위기를 180도 바꿔놨다.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6월 23일은 이 감독대행 부임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 감독대행은 “최근 선수단 분위기가 활기를 되찾았다. 내가 원했던 분위기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며 연방 미소를 지었다.

진돗개 정신 강조한 이상군, '절대 도망가지 마라'

그라운드 위에선 냉철한 승부사 이상군 감독대행(사진=엠스플뉴스)
그라운드 위에선 냉철한 승부사 이상군 감독대행(사진=엠스플뉴스)

이 감독대행 부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불펜 운용이다. 전 감독 시절 숱한 논란을 부른 '혹사'와 '연투'가 사라졌다. 대신 불펜의 역할 분담과 관리가 자리잡았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한화는 최근 33경기에서 불펜 평균자책 1위(4.11)를 기록 중이다.

이 감독대행은 투수들에게 항상 적극적인 승부를 강조했다. 짧은 이닝을 등판해 공 하나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이 바로 불펜 투수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적인 투구라고 생각했다. 이 감독대행은 “투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타자와 마주 섰을 때, 절대 도망가지 말란 것이다. 그래야 타자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 투수에게 집중됐던 '연투'도 사라졌다. 시즌 초반 쉴 새 없이 등판했던 송창식과 박정진, 뚜렷한 기준점 없이 무리하게 선발·불펜을 오갔던 윤규진, 장민재 등도 정상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을 떠나서 해당 선수의 미래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 감독대행은 '이기고 있을 때'와 '지고 있을 때' 등판할 투수를 명확히 구분했다. 필승 조는 투구수 관리를 철저히 하고, 나머지 투수들에게도 충분히 기회를 주겠단 뜻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팀 내 투수들에게 고른 등판 기회로 이어졌다. 특히 올 시즌 패전 처리조로 시작한 이동걸(평균자책 3.00)은 기회를 잘 살려 필승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보직 세분화는 김 전 감독 시절 늘 도마 위에 올랐던 일명 '혹사' 논란까지 잠재웠다.

1군과 퓨처스팀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최근엔 퓨처스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이재우, 송신영같은 베테랑 투수들을 정리한 대신, 강승현, 이충호, 김범수 등의 젊은 투수를 대거 기용했다. 이들 역시 이 감독대행 기대에 부응하듯 선발·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이 감독대행은 "최근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서산 퓨처스팀 선수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것은 이 감독대행의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적에만 연연했다면 신인보단 베테랑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정도를 지켰다. 경기에 지더라도 정상적인 팀 운용을 가져갔다. '잘 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 감독대행의 '소통', 한화 막힌 혈 뚫었다.

이 감독대행에게 이글스란 야구 인생의 전부이자 가족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 감독대행에게 이글스란 야구 인생의 전부이자 가족이다(사진=엠스플뉴스)

위기도 있었다. 6월 말, 구단의 베테랑 선수 정리 작업에 가장 마음 편치 않았던 이가 바로 이 감독대행이다. '김 전 감독 잔재 청산'이란 시선도 이 감독대행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무엇보다 불안감에 빠진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게 급선무였다. 초보 감독에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이 감독대행은 감독대행직을 맡게 된 순간부터 단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감독대행직을 제의받았던 김광수 수석코치가 이를 고사한 뒤 팀을 떠나버렸다. 김 코치는 한화 감독 자리가 주는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였다.

이 감독대행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제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명하다. 이글스는 이 감독대행 야구 인생에 전부이자 가족이었다. 위기의 내몰린 팀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었던 것이다.

“원래 감독 자리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감독대행을 맡게 돼 처음엔 답답했다. 다행히 이젠 어느 정도 편해졌다. 내가 편하게 해야 선수들도 편하게 할 것 아닌가.” 이 감독대행의 말이다.

이 감독대행은 아직도 감독실을 쓰지 않고 있다. 한화 관계자의 권유에도 ‘자신은 아직 그 자리에 들어갈 그릇이 아니라’며 버티고 섰다. 한화 관계자는 “이 감독대행을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여태껏 권위적이거나 독단적인 행동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항상 자신을 낮추고, 감독보단 팀을 우선시하는 마인드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감독대행의 이러한 뜻은 선수들의 하나로 뭉치게 한 원동력이 됐다.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선수들이 부진할 때도 모든 잘못을 본인에게로 돌린 이 감독대행이다. 선수들도 이에 감동한 까닭인지 최근엔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고, 스스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그간 한화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불통'으로 가득했던 한화에도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온갖 논란과 성적 부진에 신음했던 한화. 이젠 '새 도전'이란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팀으로 변신했다. 이 감독대행의 '소통'은 '불통'으로 가득 찼던 3김(三金) 시대의 막힌 혈을 시원하게 뚫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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