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코치진이 전반기 고생한 선수들에게 감사메시지를 전했다(사진=KIA)
KIA 코치진이 전반기 고생한 선수들에게 감사메시지를 전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압도적인 1위로 끝난 KIA 타이거즈의 전반기는 대단했다. KIA를 둘러싼 의문과 불안감은 이제 확신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선수들의 맹활약 뒤엔 코치진의 숨겨진 노고가 있었다. KIA 코치진이 전반기 고생한 선수단에 감사메시지를 전했다. 더할 나위가 없었단 전반기 평가다.

‘정말 더할 나위 없었다.’
KIA 타이거즈의 전반기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말이 있을까. 시즌 초반부터 1위를 놓치지 않은 KIA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호랑이 발톱을 자랑했다. 의문과 불안감은 이제 확신과 자신감으로 변화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원 팀(One Team)’이 된 KIA다.
전반기 내내 맹활약한 KIA 선수들을 향한 바깥의 관심은 대단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KIA 선수만 8명이 올스타 베스트로 선정될 정도였다. 더그아웃에서 만난 KIA 선수들의 표정엔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팀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좋았던 전반기였다.
이렇게 선수가 무대 위에 서는 주인공이라면 코치는 무대 뒤에서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경기 전 훈련부터 경기가 끝난 뒤까지 선수들을 보듬어주는 존재가 코치진이다. KIA 코치진도 묵묵히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면서 전반기 1위라는 큰 성과에 이바지했다.
다른 팀도 물론 그렇지만, KIA의 훈련 분위기는 더 활력이 넘친다. KIA 김기태 감독부터 앞장서서 코치와 선수들 간의 ‘스킨십’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감독부터 전파되는 긍정의 기운은 자연스럽게 코치를 거쳐 선수로 향한다.
그저 의례적으로 오가는 말이 소통은 아니다. 코치와 선수 간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고 격의 없는 의견이 오가는 것이 진짜 소통이다. 올 시즌 KIA는 그런 면에서 큰 강점이 있다. 자율 훈련이라면 휴식이 필요한 선수는 눈치 보는 것 없이 빠진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선수의 뜻에 따라 세심한 관리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기강 해이가 나타난 것도 아니다. 7월 13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광주 NC 다이노스전)를 앞두고 김 감독과 코치진은 전체 자율 훈련을 선수단에 지시했다. 체력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배려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무더운 날씨에도 경기장에 나와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김민호 수비코치와 수비 훈련을 소화했던 최원준은 “자율 훈련인데 선수들이 엄청 많이 나왔다”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선수들의 이런 의지는 NC전 싹쓸이 승리와 함께 8경기 차 선두로 전반기 마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게 이런 상황이다. KIA 코치진도 선수단의 활약상에 흥이 날 수밖에 없다. 각 분야별 코치들이 바라본 KIA의 전반기와 고마운 선수들의 얘길 듣고 싶었다. KIA 코치진은 선수들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라며 감사메시지를 전했다.
박흥식 코치 “전반기 가장 고마운 선수는 김주찬”

전반기 막판 팀 타선의 맹활약은 박흥식 코치를 웃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전반기 막판 팀 타선의 맹활약은 박흥식 코치를 웃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전반기 막판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었던 코치가 바로 박흥식 타격코치다. 팀 타선 전체가 좋은 의미로 미쳤기 때문이었다. 최근 KIA 타선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6월 27일~7월 5일)과 1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6월 27일~7월 12일)를 달성했다. KIA 타선은 팀 타율 1위(0.310)·팀 득점 1위(587득점)·팀 홈런 2위(99홈런)·팀 출루율 1위(0.380)·팀 장타율 1위(0.482)의 호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박 코치는 제대로 불붙은 팀 타선에 대한 질문에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코치 자신도 어떻게 이런 성적이 나올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박 코치는 “‘언젠간 떨어지겠지’하면서도 팀 타격감이 계속 유지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잘 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 코치가 꼽은 막강 팀 타선의 원동력은 선구안과 노림수, 그리고 팀을 위한 책임감이었다. 박 코치는 “먼저 전체적으로 선구안이 도드라지게 좋아졌다. 거기에 전력분석팀의 노력으로 노림수도 잘 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팀을 위한 책임감이다. 타자 전부가 끈질기게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하니 점수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나만 생각하는 타격이라면 그런 게 안 온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오히려 타선의 맹활약엔 자신의 공(功)은 전혀 없다고 손사래를 친 박 코치였다. 박 코치는 “이렇게 잘해주는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 사실 시즌 중에 코치가 기술적으로 무언가 해주는 건 어렵다. 정신적인 조언 정도에다 사기가 안 떨어지도록 장난도 치고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 이건 만족을 떠나서 기적 같은 일이다. 팀 타선 전체가 이렇게 잘 풀릴 거라곤 예상 못 했다”라며 껄껄 웃었다.
박 코치가 전반기 가장 고마움을 전하고픈 선수는 다름 아닌 ‘캡틴’ 김주찬이었다. 사실 성적으로만 따지면 더 좋은 선수는 많지만, 박 코치의 눈엔 팀을 위한 희생을 한 김주찬이 먼저 들어왔다.
“진짜 고마운 선수가 김주찬이다. 시즌 초 부진에 정말 힘들었을 텐데 팀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놨다. 6월 NC전 싹쓸이 패배 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김)주찬이가 나서서 선수들에게 격려메시지를 전했다. 그 뒤로 팀 타선 전체가 살아났다. 그게 리더다. 성적은 비교적 떨어지지만,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도록 만든 주찬이가 가장 고맙다.” 박 코치의 말이다.
이대진 코치 “후반기 달라진 마운드를 보여드리겠다.”

이대진 코치(왼쪽)를 웃게 만들고픈 양현종(오른쪽)이다(사진=KIA)
이대진 코치(왼쪽)를 웃게 만들고픈 양현종(오른쪽)이다(사진=KIA)

KIA가 전반기 내내 선두 자리를 지켰음에도 개운치 않았던 이유는 마운드였다. 선발진은 팀 평균자책 2위(4.03)·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위(48차례)·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3위(1.43)·팀 이닝 소화 1위(495.1이닝)로 호성적을 거뒀다. 다만, 불펜진이 팀 평균자책 10위(6.22)·팀 WHIP 10위(1.69)·팀 블론세이브 5위(8차례)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대진 투수코치도 이런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 코치는 “팀이 1위를 지켰지만, 전반기에 아쉬웠던 불펜진의 문제점을 꼭 해결해야 한다.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안 좋은 외부 평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투수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코치는 전반기 동안 마운드에서 꾸준히 버텨준 투수들에게 감사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헥터 노에시(116.2이닝)와 양현종(109.2이닝)의 공헌은 대단했다. 이 코치는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한 헥터와 양현종에게 정말 고맙다. 임기영과 정용운도 선발진에서 잘했고, 불펜에선 김윤동이 고생했다. 안 아프고 꾸준히 마운드를 지켜준 투수들 덕분에 전반기를 버텼다”라고 칭찬했다.
이 코치는 팀 투수들이 결과보단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길 주문했다. 과정이 안 좋았는데 얻은 좋은 결과에 안도하면 안 된단 뜻이다. 이 코치는 “단순히 결과보단 그 과정에서 투수들이 많은 걸 깨달아야 한다. 공격적인 승부를 못 하면서 불리한 카운트에 맞는 상황이나 실점 뒤 추가 실점하는 상황을 복기하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올 시즌 팀 마운드의 부진으로 나오는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이 코치도 느끼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이 코치의 마음고생도 심했을 터다. 1위 팀 투수코치임에도 웃는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팀 투수들도 이런 이 코치를 위해 분발을 다짐했다. 양현종은 “최근 이 코치님의 얼굴이 좋지 않다. 코치님이 투수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해주시는데 힘들어하시는 게 느껴진다. 투수들도 이 코치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 코치님이 밝게 웃는 표정을 보고 싶다. 투수들이 잘 막아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김윤동도 “팀이 이겨도 이 코치님 얼굴이 안 밝으시다. 코치님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신다. 내가 코치님께 배우는 것도 정말 많다. 팀 투수들도 잘 던지고 싶은데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하는 게 맞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 코치는 “선수들에게 ‘인생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실 나보다 더 힘든 분들도 많을 거다. 코치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다. 팬분들도 그만큼 관심이 있기에 쓴소리를 하시는 거다. 아직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라는 채찍의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투수들의 체력 관리와 선발·불펜의 재정비로 확실히 달라진 팀 마운드를 후반기엔 꼭 보여드리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김민호 코치의 깨달음 “선수를 먼저 포기해선 안 된다.”

최원준(왼쪽)과 김민호 코치(오른쪽)가 수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원준(왼쪽)과 김민호 코치(오른쪽)가 수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수비도 KIA가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안치홍·김선빈의 ‘키스톤 콤비’ 호흡과 로저 버나디나·이명기의 발 빠른 외야 수비는 전체적인 팀 수비의 안정감을 불러왔다. 팀 수비 훈련을 진두지휘하는 김민호 수비코치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코치는 “김선빈과 안치홍의 병살타 수비와 외야수들의 넓은 수비 범위가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솔직히 시즌 전 내가 구상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훨씬 더 잘해주고 있다. 그라운드로 나가는 우리 팀 야수들은 다 야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내가 너무 낮춰 봤다(웃음). 수비도 최고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수비 코치의 시각에서 가장 고마운 야수는 서동욱이었다. 2루수·1루수·우익수·3루수 등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서동욱은 팀에서 소금과도 같은 존재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아플 때마다 서동욱의 존재가 피해를 최소화해준다. 정말 고마운 선수다. 우리 팀을 잘 어우러지게 하는 선수가 바로 서동욱이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김 코치를 깨닫게 한 선수도 있었다. 바로 내야수 최원준이었다. 김 코치는 “(최)원준이에겐 기본기부터 천천히 가르쳐주고 있다. ‘내야수로는 안 된다’라는 게 최원준을 향한 바깥의 평가였다. 그런데 최근 선발 유격수로 출전해 기대 이상의 수비를 선보였다. 정말로 발전했단 증거다. 나도 ‘코치가 선수를 먼저 포기해선 안 된다’라는 걸 깨달았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원준이에게 전하고 싶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김종국 코치 “전반기엔 마음이 정말 편했다.”

버나디나. 넌 무조건 달린다(사진=KIA)
버나디나. 넌 무조건 달린다(사진=KIA)

김종국 주루코치도 전반기 내내 열심히 달린 야수들에게 감사메시지를 전했다. 팀 득점 1위 기록에서 보듯 3루에서 흥겹게 팔을 돌렸던 김 코치다. 김 코치는 “전반기 때 야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난 특별하게 할 일이 없었다(웃음). 특히 출루를 많이 해준 (이)명기와 (최)형우에게 고맙다. 다른 야수들도 열심히 주루했다”라고 칭찬했다.
19도루로 팀 내 도루 1위인 버나디나를 향한 칭찬도 빠지지 않았다. 버나디나가 3루로 달려오면 거침없이 팔을 돌리는 김 코치다.
김 코치는 “버나디나가 전반기 내내 빠지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사실 버나디나 정도 되니까 그런 상황에서 돌리는 거다. 다른 선수면 일찌감치 세웠다. 탄력을 받으면서 더 빨라지니 살 확률이 정말 높다. 내가 팔을 돌리기도 전에 이미 뛴다고 마음먹는 것 같다(웃음)”라며 빙긋 웃었다.

거듭 자신은 할 일이 없었다고 강조한 김 코치는 “전반기엔 장타와 홈런이 많이 나와서 여유 있는 득점이 더 많았다. 나는 정말 할 일이 없어서 편했다(웃음). 후반기에도 계속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물론 팔을 돌릴 상황이 더 많아지는 것도 좋지 않겠나. 팀이 전반기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케시 코치 “김민식, 송구 안정감은 확실한 우위”

다케시 코치(가운데)는 김민식(왼쪽)의 송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사진=KIA)
다케시 코치(가운데)는 김민식(왼쪽)의 송구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사진=KIA)

포수 자리 역시 전반기 KIA의 활약상에서 빼놓을 수 없다. 4월 7일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포수 김민식은 팀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거듭났다. 전반기 도루 저지 횟수 공동 1위(23개·롯데 강민호)와 전반기 50경기 이상 출전 포수 가운데 도루 저지율 1위(0.469)라는 기록은 김민식의 가치를 잘 설명해준다.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도 김민식의 도루 저지 능력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다케시 코치는 “숫자상으로 도루 저지율이 5할에 가깝다는 게 의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상대 도루 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민식이 송구 안정감에 있어서 확실히 우위를 지녔다. 정신적으로도 강하고, 피하지 않는 볼 배합이 포수다운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다만, 때때로 볼 배합이 단조로울 때가 있는데 그것만 보완하면 정말 훌륭한 포수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백업 포수인 한승택도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다케시 코치는 “주로 8회와 9회 어려운 마무리 상황에서 한승택이 투입된다. 수비적인 면을 따졌을 땐 분명히 좋은 포수다. 시즌 초엔 다소 흔들렸지만, 이젠 침착함이 많이 생겼다. 한승택 같은 포수가 팀에 있다는 건 확실히 플러스 요인이다”라고 전했다.
후반기엔 좀 더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겠단 기자의 질문에 다케시 코치는 고갤 내저었다. 다케시 코치는 “후반기 체력 문제로 포수의 경기력이 떨어질 때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다. 사실 편하게 볼 경기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선수들보다 코치들의 심장이 더 두근두근 한다(웃음). 그래도 팀이 좋은 위치에 있다. 적당한 긴장감으로 후반기에 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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