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질주모드의 KIA, 후반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사진=KIA 제공)
전반기 질주모드의 KIA, 후반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사진=KIA 제공)

[엠스플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오늘부터 후반기 레이스가 시작된다. 전반기 내내 1위를 사수한 KIA는 후반기에 예정된 59경기 결과에 따라 2017시즌 최종 성적을 받아들게 됐다. 전반기 85경기 동안 57승 28패 승률 .671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고, 2위 NC와 8경기나 차이가 날 만큼 KIA의 기세는 한껏 물이 오른 상태다.
게다가 팀 타율 .310으로 유일하게 3할대 타율을 기록할 만큼 타선은 폭발적이고, 57승 중 선발승만 43승에 이를 만큼 탄탄하고 안정적인 선발진을 자랑한다. 사실 지금 이대로의 선발과 타선이라면 2017시즌 정규시즌 우승은 KIA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KIA는 이미 2011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KIA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되는 이유다.
2011 : ‘1위→4위’ 2011년 KIA의 순위 추락 사건

KIA에게 2011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시즌이다. 2009년 이후,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만한 흐름이 이어졌지만 후반기 ‘대참사’로 최종 성적 4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KIA는 전반기까지만 해도 52승 35패 승률 .598을 기록하면서 1위를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46경기 가운데 18승을 올리는데 그치며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최종 성적 4위로 가을 야구엔 성공했으나 준플레이오프 1승 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2011년 전반기 당시 KIA가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선발진과 타선의 힘이었다. 전반기 당시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3.78(3위), 팀 타율은 .280(1위)로 전반기에만 윤석민이 12승, 로페즈가 10승을 거둘 만큼 선발진의 활약이 좋았다. 마치 올해 14승을 거둔 헥터와 13승을 올린 양현종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KIA의 후반기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팀 평균자책점이 4.70로 치솟았고, 팀 타율 역시 .248로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로페즈, 최희섭, 김상현, 이범호까지 투타를 막론하고 줄부상을 당하며 이탈한 것이 컸다.
잘 나가던 전반기를 뒤로하고 후반기 악재가 겹치며 최종 성적 4위를 기록한 2011년 KIA. 이미 한 차례 전례가 있는 만큼 올 시즌 KIA도 안심하다간 스스로에게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자나 깨나 부상조심은 물론이고 기복이 있는 타선도 경계해야 한다. 불안한 불펜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305 : KIA 헥터, 305일 간 무패 행진 중

후반기 첫 시작을 끊을 선수는 헥터다. 헥터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14승 무패, 평균자책점 3.16을 거두고 있다. 다승 부문에서 팀 동료 양현종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단독 1위에 올라 있고, 소화 이닝 역시 116.2이닝으로 단독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헥터의 놀라운 점은 연패 없이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헥터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데 이어 올 시즌 전승을 거두며 벌써 15연승, 무려 305일 간 거침없는 승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헥터의 15연승 기록은 선동열이 기록한 타이거즈 역대 최다연승인 13연승을 뛰어 넘은 기록이고, 넥센 밴헤켄이 2014년 기록한 외국인 최다 연승 기록인 14연승 역시 뛰어 넘은 기록이다. 헥터는 이제 승리를 기록할 때마다 새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다.
6.2 : KIA 헥터의 평균 소화 이닝

헥터는 등판할 때마다 승리를 챙기고 있어 올 시즌 20승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선발 투수에게 있어 ‘다승’이라는 것은 그 어떤 기록보다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올 시즌 헥터는 다승뿐만 아니라 소화 이닝에서도 독보적이다. 지금까지 17경기에 나서 총 116.2이닝을 소화했는데, 이는 곧 경기마다 평균 6.2이닝을 던졌다는 의미다. 헥터에 이어 많은 이닝을 소화한 SK 켈리가 114.2이닝을 던졌지만, 헥터보다 한 경기 많은 18경기를 소화했으니 경기당 소화 이닝은 헥터가 훨씬 더 많은 셈이다. 소화 이닝이 많다는 건 곧 선발로서, 팀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200% 소화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올 시즌 헥터는 QS 14차례(1위), 이 중 QS+만 10차례(1위)로 소화 이닝과 더불어 성적까지도 훌륭하다. 다승에서도, 소화 이닝에서도, 성적에서도 독보적인 헥터다.
2,860 : KIA, 2,860일 만에 승패 차 +30 도전

2009년 우승을 차지할 당시 KIA는 133경기를 81승 48패 4무라는 성적으로 장식했었다. 승률만 .609에 이르는 ‘어마무시’한 기록이었다. 특히 KIA는 2009년 정규 시즌의 마지막을 7연승으로 장식하면서 시즌 종료를 앞둔 9월 19일 당시에만 78승 48패로 정확히 +30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우승을 거뒀던 2009년 9월 19일 +30 기록이 KIA의 마지막 +30이었다. 현재 KIA가 85경기에서 57승 28패로 딱 +29를 기록하고 있으니, 만약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2009년 9월 19일 이후 2,860일 만에 다시 +30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올 시즌 KIA는 그 어느 시즌보다 빠른 속도로 승리를 쌓고 있다. 마치 2009년 거칠 것 없던 KIA처럼, 2017년 KIA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승리를 추가하고 있다. 올 시즌 KIA에게 2009년 우승 당시의 향기가 나는 이유다.

오늘 승리시 2,860일 만에 승패 차 +30일 기록하게되는 KIA  (사진=KIA 제공)
오늘 승리시 2,860일 만에 승패 차 +30일 기록하게되는 KIA (사진=KIA 제공)

.923 : KIA 최근 13경기 승률

KIA는 최근 13경기 동안 매 경기 잊지 못할 명장면,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스윕패로 뼈아픈 기억을 심어준 NC를 상대로 다시 스윕승을 거두며 2위와의 격차를 8경기까지 벌리기도 했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5.29까지 치솟았으나, 팀 타율 .395로 투수진이 내준 점수를 상쇄하고도 남는 불방망이로 ‘미친 타격’을 보여줬다.

13경기에서만 12승 1패 승률 .923, 양현종과 헥터가 선발로 나선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각각 4승과 3승을 올렸고, 최형우는 타율이 무려 .538에 이를 정도였다. 이 기간 나지완은 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타율 .450을 기록했고, 김선빈 역시 .439, 김주찬과 이명기도 .407을 치면서 그야말로 ‘웬만하면’ 4할을 넘기며 상대 투수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전반기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장식한 KIA가 후반기에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타구장 Key 넘버

➀ 삼성 vs 롯데 : 레일리, 최근 4경기 연속 7이닝 투구
이전 13경기에선 3승 7패 평균자책점 5.63으로 ‘위기설’이 대두됐으나 최근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로 ‘반전의 성적’을 기록 중인 레일리다. 또한 최근 4경기 연속 7이닝을 소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후반기 첫 경기 역시 레일리의 스타트가 중요하다.

➁ kt vs LG : 소사, 최근 4경기 연속 무승

최근 4경기 무승 3패 평균자책점 8.63, 말 그대로 위기의 소사다. 마지막 승리가 지난 6월 11일 SK전일 정도로 한 달 넘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근 LG는 2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하면서 5할 승률을 지켜냈다. 이제 소사가 팀의 3연승을 이끌어야 한다.
➂ NC vs 한화 : NC, 최근 9경기 1승 8패

순위는 똑같이 2위인데, 1위 KIA와 8경기차로 벌어졌다. 롯데전 스윕패, KIA전 스윕패의 타격이 너무 큰 NC다. 최근 9경기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질 못했다. 후반기엔 반격이 필요하다. 최근 3경기 불펜으로 나섰던 이재학이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다. 이재학은 올 시즌 3승 4패 평균자책점 6.32로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➃ 두산 vs SK : 두산, 상위권 도약의 기회
3위 SK와 5위 두산의 맞대결이다. 두 팀의 승차는 3경기차에 불과하다. 만약 두산이 이번 3연전을 스윕하면 두 팀의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선발로 나서는 보우덴은 직전 등판에서 넥센을 상대로 5.1이닝 만에 5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2016년 보우덴의 모습이 절실하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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