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첫 해부터 올스타에 뽑힌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입단 첫 해부터 올스타에 뽑힌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2년 연속 휘문고 출신 선수를 1차 지명한 넥센 히어로즈. 올 시즌 최고의 신인으로 떠오른 이정후가, 1년 후배 안우진을 만나 조언을 건넸다. 물론 최고의 조언은, 말보다 이정후 그 자신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2년 연속 신인 1차 지명자로 휘문고 출신 선수를 선택했다. 지난해 지명한 이정후는 올 시즌 입단 첫 해부터 최고의 신인 선수로 활약하는 중이다.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완주했고,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해 팀내 유일한 전 경기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열린 올스타전에선 역대 2번째 고졸 신인 베스트로 뽑혔다. 그야말로 걸어가는 모든 발걸음이 꽃길이다.

올해도 넥센은 휘문고 출신 우완투수 안우진을 선택했다. 넥센은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투수”라고 했다. 다른 구단에서도 “올해 뿐만 아니라 최근 나온 신인 투수 중에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입단 첫 해부터 팀의 간판 스타로 올라선 이정후처럼, 안우진도 내년 시즌 당장 넥센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정후의 영업 “넥센은 정말 좋은 팀이다”

휘문고 에이스 안우진(사진=엠스플뉴스 강윤기 기자).
휘문고 에이스 안우진(사진=엠스플뉴스 강윤기 기자).

자신의 뒤를 이어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직속 후배’ 안우진을 이정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정후는 “어제(17일) 우진이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우진이는 학교 다닐 때부터 워낙 친하게 지낸 후배에요.” 이정후의 말이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둘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운동선수 부모 아래 성장해(안우진의 어머니는 배구선수 출신이다), 고교 입학과 함께 주전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휘문고의 봉황대기 우승을 함께 했고, 넥센 1차 지명에 청소년 대표로 발탁됐다. 마치 이정후의 발자국을 안우진도 그대로 따라서 밟는 듯, 닮은 점이 많은 두 선수다.

“정작 학교 다닐 땐 우진이와 야구 얘기를 별로 해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야구야 워낙 잘 하는 친구니까요. 야구 얘기보단 다른 얘기, 일상적인 얘기를 주로 나눴었죠. 그런데 어제는 야구 얘길 주로 나눴습니다.”

이정후와 안우진이 만난 건 2017 KBO 올스타전이 열린 이틀 뒤였다. 입단 첫 해부터 올스타가 된 선배가 후배 입장에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랑스러웠을 터다. 이정후는 “만나더니 ‘이야, 올스타 선수’라면서 선배를 놀리더라”며 “그래서 너도 되고 싶으면 열심히 하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안우진은 이정후에게 ‘넥센은 어떤 팀인지’를 물었다. 이정후는 입단을 앞둔 후배에게 ‘넥센 예찬’을 펼쳤다. “정말 좋은 팀이고, 네가 오면 잘 적응해서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팀이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오기 전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라고 말해뒀습니다.” 이정후가 의젓하게 말했다.

특급 신인 이정후, 백 마디 말이 필요없다

이젠 어엿한 프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이젠 어엿한 프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안우진은 아직 넥센과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넥센 관계자는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1차 지명자 가운데 단연 최대어로 꼽히는 안우진의 계약 조건은 다른 구단 1차 지명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서울 구단 관계자도 “안우진이 과연 얼마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계약금보단 팀에 온 뒤에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우리 팀이 정말 좋은 팀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계약금 2억원에 넥센과 사인했다. 1차 지명자 치곤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계약금을 두고 시간을 보내는 대신 빨리 팀에 합류하는 쪽을 택했다. 물론 지금까지 활약만 봐선 이정후의 계약은 ‘헐값’처럼 보일 정도다.

이정후는 지난해 가을부터 넥센에 합류했다. 고교 학기가 끝나기 전에 일찌감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서 훈련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KBO 규약이 바뀌어 신인 선수는 이듬해 1월부터 팀에 합류하게 된다.

“팀에 오려면 1월이나 되어야 한다더라구요.” 이정후가 못내 아쉬운 듯이 말했다. “저는 마무리 캠프부터 팀과 함께했지만, 우진이가 오면 바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잖아요. 마무리캠프는 유망주들이 기량을 쌓는 곳이지만,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준비하는 곳이란 차이가 있어요. 1군에 올라오려면 그때 바로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미리 몸을 잘 만들어 두고, 준비를 잘 하라고 얘기했어요.”

이정후도 지난해까진 안우진과 같은 고교생이었다. 사흘 연속 경기를 치를 일도 거의 없었고, 늘 학부모와 가족들만 응원하는 조용한 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불과 일년 뒤인 지금, 이정후는 수 만 관중의 환호 속에 매주 6연전을 치르는 프로 선수로 성장했다. 전반기에 치른 경기수만 84경기. 작년 이정후가 출전한 경기수(21경기)의 정확히 4배다. 그런데도 아직 지친 기색은 없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잘 쉬었어요. 체력도 많이 충전했어요.” 이정후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웨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요즘 무더위가 한창이라 식욕이 그전같지 않지만, 많이 먹으면서 체력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날 KIA 타이거즈 전에서도 이정후는 톱타자로 출전해,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2안타 1볼넷. 후반기에도 전혀 페이스가 떨어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프로 입단을 앞둔 고교생 안우진에겐 이보다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교본도 없다.

백 마디 말이 필요없다. 이정후가 안우진에 건넨 최고의 조언은 말이 아닌 이정후 그 자신이었다. 이미 말보다 행동으로 안우진을 비롯한 모든 신인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있는 이정후다. 그리고 이런 선배 이정후의 뒤를 이어, 안우진이 내년 시즌 최고의 신인으로 올라서길 바라는 게 넥센의 기대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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