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를 맞은 서흥초 야구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해체 위기를 맞은 서흥초 야구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3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 위기다. 2016년 3월 부임한 신임 교장은 학생들의 ‘위장 전입’을 문제 삼으며 야구부 해체를 추진 중이다. 이 현장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3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서흥초 야구부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 초등야구의 자랑’이다. 송지만 넥센 히어로즈 코치, 메이저리거 최지만, 한화 이글스 송은범, NC 다이노스 최금강 등이 서흥초에서 대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이다.

2017년에도 서흥초는 부천협회장기, 인천 고등학교배 초중등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좋은 성적에도 지금 서흥초 야구부 학생선수들의 표정은 불이 꺼진 터널 속처럼 어둡기만 하다. '당장 야구부가 해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오랜 역사와 빼어난 성적을 자랑하는 서흥초 야구부는 어째서 ‘해체 위기’를 맞은 걸까. 이야기는 2016년 3월 서흥초에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신임 교장 '위장전입' 문제 삼자, 씨 마르는 서흥초 야구부

인천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서흥초 야구부 학부모(사진=엠스플뉴스).
인천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서흥초 야구부 학부모(사진=엠스플뉴스).

서흥초등학교 야구부 학부모 김00 씨는 “2016년 3월 서흥초에 김00 교장이 부임하자마자, 야구부를 대하는 학교 입장이 '확' 변했다"고 말했다.

“이전 교장 선생님들만 해도 학교 운동장에서 꿈을 키우는 아이들에게 격려부터 들려주셨어요. 공부할 때 하고, 운동할 때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셨죠. 하지만, 교장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교장 선생님이 야구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위장전입'을 무기로 아이들을 압박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 김 씨의 말이다.

김 씨는 “교장 선생님이 ‘위장전입 절대불가 원칙’을 내세우며 야구부 아이들의 실제 주소지 전수조사까지 실시했다”고 털어놨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째서 서흥초에 부임하자마자 새 교장은 야구부 해체 작업에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김 교장이 초교 아이들에게 '위장전입' 카드를 들이대며 위장전입 여부를 전수조사하자 학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야구부의 다른 학부모는 김 교장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짐작했다.

"교장 선생님은 야구부를 해체하고서, 운동장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하세요. '가시적인 성과'를 낸 뒤 교장 임기를 2년 더 연장하려는 게 그분의 목적이라고 우리 모두는 믿고 있습니다."

이 학부모는 "모든 국민이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논란으로 많은 장관 후보가 쩔쩔매는 걸 봤다. 환갑이 넘은 분들도 위장 전입자로 몰리면 진땀을 흘리는데, 아직 초교생인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의 '위장 전입자 색출' 발언에 얼마나 불안했겠느냐"며 "한 아이가 부모한테 '아빠, 나 범죄자야? 나 나쁜 사람이야? 커서 훌륭한 사람 못돼'하고 울면서 물었다는 이야길 듣고 허탈감과 분노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교장의 '위장전입자 색출'로 야구부 학생 격감에 시달리는 서흥초

아이들의 불안함도 불안함이지만, 김 교장이 야구부 초교 아이들에게 ‘위장전입’을 문제 삼자, 서흥초 야구부는 곧바로 위기에 몰렸다. 학생선수 수급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인천시 초등학교 야구부 4, 5학년 학생 현황. 서흥초 선수 수급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인천시 초등학교 야구부 4, 5학년 학생 현황. 서흥초 선수 수급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부 학부모들이 엠스플뉴스에 건넨 자료에 따르면 서흥초 야구부는 현재 6학년 8명, 5학년 2명, 4학년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인천의 다른 초교 야구부와 비교했을 때 4, 5학년 학생 수가 눈에 띄게 적다. 김 교장의 ‘위장전입 절대 불가’ 방침으로 4, 5학년 신입 야구부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만약 6학년 8명이 졸업하면 서흥초 야구부는 스타팅 멤버 9명조차 꾸릴 수 없게 된다. 새로운 야구부원을 충원하지 못해 스타팅 멤버를 채우지 못하면, 야구부는 자연스레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37년 역사의 서흥초 야구부가 해체 위기에 몰린 것이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려고 서흥초로 아이를 전학시켰다'고 밝힌 한 학부모는 “초교생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을 범법자로 만들면서까지 야구부를 해체하려는 이런 학교에 아이를 전학 보냈다는 게 너무 후회된다"며 "부모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학부모는 “5학년생들은 시기가 애매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게 쉽지 않다. 설령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가더라도 그 야구부가 아이를 받아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공부와 야구를 병행해야 하는 아이들이 다른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는 것 같아 부모 입장에서 답답하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뒷짐만 진 건 아니다. 서흥초 학부모들은 인천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서흥초 야구부 해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장은 여전히 ‘야구부를 해체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다.

서흥초 교장 "위장전입 절대 불허, 야구부 해체할 것"

야구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흥초 김00 교장(사진=엠스플뉴스).
야구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흥초 김00 교장(사진=엠스플뉴스).

서흥초 김00 교장은 학교를 찾아간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야구부 폐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교장은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야구부 학생들이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자행하는 걸 방관할 수 없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야구부 학생들을 동원해 집회를 주도하는 학부모들을 보고서 ‘야구부를 없애는 게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교장은 “야구부를 정상화하고, 야구부가 쓰던 운동장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 교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주민등록법 제37조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22조를 제시했다.

서흥초 김지국 교장이 제시한 두 가지 법적 근거(사진=엠스플뉴스).
서흥초 김지국 교장이 제시한 두 가지 법적 근거(사진=엠스플뉴스).

주민등록법 제37조는 모두가 아는 ‘위장전입’에 관한 내용이다. 몇몇 야구부 학생이 ‘위장전입’을 통해 서흥초에 다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22조엔 ‘학교장은 위장전입을 한 학생이 있을 시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김 교장은 “이 법 조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흥초 야구부 학부모들은 김 교장의 발언에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장 선생님은 이미 아이들을 범법자로 단정하고 있어요. 투기 목적이나 좋은 학군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도했다면, 왜 아이들이 서울 강남이 아닌 인천의 구(舊) 도심 학교인 서흥초에 다니고 있겠습니까." 한 학부모의 강변이다.

이 학부모는 "고교 시절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직되는 선생님들을 보며 친구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나와 침묵시위를 한 적이 있다"며 "그때 우릴 보고 교장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범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을 추려내겠다.' '학생들을 동원해 집회를 주도한 교사들을 엄벌하겠다'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런 이야기를 서흥초 교장 선생님한테 톳씨 하나 틀리지 않고 듣게 될 줄은 몰랐다"고 고갤 떨궜다.

엠스플뉴스 취재진과 만난 학부모 가운데 일부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22조는 이미 사라진 조항"이라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교장이 언급한 이 조항은 2016년 10월 18일부로 법 개정과 함께 사라졌다. 이 법이 사라졌다면, 김 교장이 주장한 법적 논리에 큰 헛점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25조 4항으로, 순서만 바뀐 채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중등법시행령 제22조는 사라졌지만, 같은 맥락을 가진 제25조 4항
법 개정을 통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22조는 사라졌지만, 같은 맥락을 가진 제25조 4항이 생겨났다(사진=법제처).

김 교장은 이 조항을 근거로 여전히 “교장 입장에선 ‘위장전입’을 하는 야구부를 해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다면 야구부 아이들은 어째서 ‘범법자'가 된 것일까. 엠스플뉴스 취재결과, 초교 운동부 학생은 '체육 특기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 주변 학교에 야구부가 없는 상태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려면 ‘위장전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하게 됐다.

초등학교 야구부 아이들은 왜 위장전입을 할 수밖에 없었나

현행 법에서 체육특기자 신분은 중학생 이상에게만 적용된다(사진=법제처).
·중등교육법시행령 제69조. 현행 법에서 체육특기자 신분은 중학생 이상에게만 적용된다(사진=엠스플뉴스).

·중등교육법시행령 제69조엔 '중학생은 체육 특기생으로 인정받을 시 소재지 내 학교가 아니어도 입학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초교생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초교생은 체육 특기생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초교 학생선수들이 현행법을 따르자면, 주소지 내 학교에 다니며 야구의 꿈을 키워야만 한다. 주소지 인근 초교에 야구부가 없으면 ‘합법적으로’ 야구부 활동을 할 방법이 전무하다. 전국의 많은 학부모가 '우리 아이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이 좋은 예다. 인천에 있는 초교 야구부는 총 8개. 이 가운데 5개교(서흥, 서림, 숭의, 창영, 서화)가 ‘구(舊) 도심’인 동구와 남구에 몰려있다. 나머지 3개교 가운데 2개교는 연수구에, 1개교는 남동구에 있다. 특정 지역에 초교 야구부가 밀집돼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4개 구에만 초교 야구부가 있다. 중구, 서구, 부평구, 계양구, 옹진군, 강화군 등에 사는 아이들은 현행법을 지킨다면 초교 야구부 활동은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온 가족이 야구부가 있는 초교 근처로 이사를 간다면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학부모가 ‘야구를 하고싶어 하는 아이’ 때문에 삶의 터전을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학부모 역시 위장전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서흥초 학부모들은 "김 교장이 단순 학교 행정 책임자가 아닌 교육자라면 아이들을 '위장전입자' '범법자'로 몰기 전에, 왜 아이들이 위장전입이란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봤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장은 그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보단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겁박할까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서흥초 야구부에서 야구를 시작해 감독이 된 서태웅 감독
서흥초 야구부에서 야구를 시작하고 감독까지 된 서태웅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서흥초 야구부 서태웅 감독은 “거의 모든 운동부 아이가 위장전입을 통해 미래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갈수록 학교 체육이 외면받는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 감독은 “'야구'라는 꿈을 가진 아이들을 향해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이 아이들을 '범법자'로 모는 게 과연 어른들이 취할 수 있는 온당한 자세인지 모르겠다”며 “즐겁게 공부와 야구만 해도 모자랄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켓을 든 걸 보고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괴로워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김 교장의 초교 아이들을 상대로 한 위장전입 단속

5월 인사청문회 당시 위장전입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강경화 외교부장관(사진=MBC).
5월 인사청문회 당시 위장전입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강경화 외교부장관(사진=MBC).

정치권에서 주요 내각을 임명할 때마다 터지는 이슈가 바로 위장전입이다.

정치권에서 위장전입을 문제 삼는 이유는 간명하다. 투기나 좋은 학군 배정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은 그 자체가 반칙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위장전입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도 위장전입이 '힘 있고, 돈 있는 일부 사람의 전유물'로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현행법은 ‘위장전입’의 목적성과 관계없이 동일한 법적 기준을 적용한다.

하지만, 위장전입을 대하는 국민의 시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하고 있다. 국민은 이제 ‘위장전입 여부’보다 ‘위장전입 목적’이 무엇인지를 더 중시하고 있다.

최근 많은 학자는 "위장전입은 '의도'라는 고의성과 '빈도'라는 상습성에 주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흥초 야구부 학생들의 위장전입을 '의도'와 '빈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겁박을 받을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

실제로 서흥초 야구부 학생들은 ‘투기’나 ‘좋은 학군’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 한 게 아니었다. 그저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고 싶다는 꿈. 그 소박한 꿈을 위해 '위장전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집 주변에 그 꿈을 키울 만한 학교가 없어 서흥초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현재의 위장전입은 40년도 더 된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근거한다. 유신독재 시절 주민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많은 학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유신'이 선포되고서 1975년 7월 정부가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허위 사실을 신고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5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조항을 만들었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주민등록법 개정 이유가 '안보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거주 사실과 일치시키고 민방위대, 예비군 기타 국가의 인력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총력전 태세의 기반을 확립하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국민을 전시에 쉽게 동원하고자 만든 법이라는 뜻이다. 이 낡고 오래된 법을 운동부 아이들에게까지 적용한다는 게 과연 민주적 발상인지 모르겠다."

교육계 인사들은 평소 김 교장을 "‘전교조 출신 교육자’란 자부심이 강한 이"로 기억했다. 그를 서흥초 교장으로 낙점한 이청연 인천시 교육감 역시 전교조 출신으로 교육 민주화 운동을 해왔던 이다. 하지만, 지금 김 교장은 민주적 의사 절차에 따라 야구부 해체를 논의하기보단 위장전입을 문제 삼아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몬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전교조 교육 이념은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이다. 이 가운데 인간화 교육 항목의 핵심은 ‘모든 아이의 꿈은 이루어져야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교육자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과연 김 교장은 아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자일까. 참교육을 위해 오늘도 헌신하는 수많은 교육 노동자들 사이에서 김 교장은 자신을 어떤 교육자로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들은 그저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고 싶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그저 운동장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것 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서흥초 야구부 '아이들의 꿈'은 그저 운동장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서흥초 야구부 학부모 측과 교장 측 입장은 여전히 쌍곡선을 달리고 있다.

야구부 학부모 측은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와 야구를 병행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야구부 명맥 유지에 노력하는 한편 초교 학생선수를 위한 법안 개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반면, 서흥초 김00 교장은 야구부 해체 입장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교장은 “야구부를 해체하고 운동장을 일반 학생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7월 13일 서흥초 야구부 동문회가 학부모 측과 김 교장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서흥초 야구부 동문회 관계자는 “김 교장을 직접 만나 중재안을 제시하려 했으나, 김 교장과 야구부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있었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양 측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서흥초 야구부는 김 교장의 뜻대로 ‘해체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서흥초 야구부 서태웅 감독은 “야구부 해체가 거론되면서 애꿎은 야구부 아이들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서흥초 야구부 아이들은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약자 가운데 약자다. 야구계가 이 사태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답답함이자 비극일지 모른다.

취재 후: 서흥초등학교 김00 교장은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교장으로 있는 한, 위장전입한 학생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위장전입을 허용해주는 다른 학교를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또 다른 위장전입을 종용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과연, 김 교장이 '야구부를 해체 하려는 이유'가 본인의 '투철한 준법정신' 때문인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었다.

이동섭, 박동희, 배지헌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서흥초 야구부 갈등 사태 관련 반론 보도

본 인터넷 뉴스는 지난 7월 26일자 기획기사에 ‘초교 야구부원들은 어떻게 범법자가 됐나’ 제하의 기사에서 인천서흥호쵸등학교장이 야구부 학생의 위장전입을 단속하여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상기 기사와 관련하여 학교장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합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상기 기사와 관련하여 인천서흥초등학교 학교장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합니다.

1. '참교육이 실종된 현장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는 보도 내용 관련

+반론+초등학생을 일 년 내내 하교 후부터 밤까지 연습시켜 꼬마 선수로 키우는 게 참교육은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운동장을 독점하는 것은 참으로 비교육적입니다.

2. ‘야구부 아이들의 실제 주소지 전수조사까지 실시했다’는 보도 내용 관련

+반론+학생의 실제 거주지 확인은 학교장의 의무입니다. 법령에 명시된 교장의 의무 이행을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권한 침해이며 위법을 종용하는 행위입니다.

3. ‘현행법을 지킨다면 초교 야구부 활동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는 보도 내용 관련

+반론+거주지를 이전하면 아무 문제없이 야구부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천초등학교 야구부는 서흥초등학교 외에도 일곱 팀이 있으며 야구부 활동은 유소년클럽과 리틀클럽에서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4. ‘아이들은 이 일로 인해 평생 ‘위장전입’ ‘범법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아이들이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더라도 이 꼬리표는 아이들을 평생 괴롭힐 것이다.’는 보도 내용 관련

+반론+미성년자인 학생은 위장전입의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법령에 맞지 않습니다. 또한, 꼬리표가 아이를 평생 괴롭힐 것이라고 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매우 주관적인 표현입니다.

5. ‘김 교장은 민주적 의사 절차에 따라 야구부 해체를 논의하기보단 (중략)’는 보도 내용 관련

????반론????학교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제출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운영위를 개최했으며, 운영위에는 운동부 학부모도 참여하고 발언했습니다.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모든 민주적 절차를 따랐습니다.

6. ‘서흥초 야구부 아이들은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약자 가운데 약자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그저 운동장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것뿐이다.’는 보도 내용 관련

+반론+일방적으로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며 ‘그저 운동장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는’ 열 명 남짓한 야구부 학생들은 결코 약자가 아닙니다. 약자는 36년 동안 놀이터를 잃어버리고 펜스와 그물로 둘러싸인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우리 서흥초등학교 학생들입니다. 놀 권리와 행복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이 아이들이 바로 약자 가운데 약자입니다.

인천서흥초등학교장 김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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