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을 떠난 두 남자(사진=엠스플뉴스).
넥센을 떠난 두 남자(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중심타자 윤석민을 보내고 좌완 투수 두 명을 영입한 넥센. '윤석민 공백'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넥센은 이미 중심타자 공백을 여러 차례 훌륭하게 해결한 경험이 있는 팀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리그 최상위권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24일 현재 507득점으로 팀 득점 부문 리그 3위, 팀 타율은 0.295로 ‘우주방위대’ 타선을 자랑하는 KIA(0.309) 다음으로 좋다. 타율 0.140의 ‘대니돈’을 외국인 타자로 쓴 핸디캡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만 보면 넥센 타선을 ‘막강’하다 표현하기가 망설여진다. 최근 10경기에서 넥센의 팀 타율은 0.239로 리그 최하위다. 팀 OPS도 0.681로 같은 기간 리그 꼴찌. 경기당 평균 득점도 4점으로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쏟아내던 ‘넥벤져스’ 위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넥센 타격이 가라앉은 시기는, 공교롭게도 내야수 윤석민을 트레이드로 kt 위즈에 보낸 시기와 겹쳐진다.

넥센이 윤석민을 보낸 이유: 대체 가능, 좌투수 선점

이러다 신인왕에도 도전할 기세(사진=엠스플뉴스).
이러다 신인왕에도 도전할 기세(사진=엠스플뉴스).

넥센은 7월 7일 윤석민을 kt에 보내고,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를 받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붙박이 주전 타자인 윤석민의 대가로 고졸 신인 투수와 8시즌 통산 평균자책 6점대 투수를 받은 넥센의 트레이드는 뜨거운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선 ‘현금 트레이드’라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넥센의 선택은 과감했다.

분명한 건 넥센이 이런 트레이드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 점이다. 넥센은 창단 초기부터 파격적인 트레이드를 여러 차례 단행했다. 그 가운데는 구단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금 트레이드도 적지 않았지만, 상당수의 트레이드는 시간이 지나 성공으로 판명 났다. 가치가 정점에 달한 선수를 보내고, 성장 가능성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고수한 덕분이다.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는 2011년 LG 트윈스와 2대2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병호다. 영입 당시 논란이 뜨거웠지만, 결과적으로 박병호는 한국야구 최고의 거포로 성장했고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당시 넥센이 내준 선수는 송신영과 ‘김성현’이다.

지난 시즌 신인왕 신재영도 2013년 NC 다이노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다. 황재균 트레이드 때 넘어온 김민성도 이제는 넥센에 없어선 안 될 중심 선수로 성장했다. 김상수, 금민철, 마정길은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건너와 주전으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윤석민도 2013년 11월 두산 베어스 장민석과 맞트레이드로 넥센에 온 뒤 붙박이 중심 타자로 올라선 선수다.

윤석민 트레이드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간 넥센의 트레이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윤석민은 올해 나이 32살로 내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선수로서 가치는 지금이 정점이라 볼 수 있다. 1루와 3루를 볼 수 있지만, 주 포지션은 지명타자다. 지명타자는 포지션 플레이어보다 시장 가치가 낮은 편이다. 윤석민의 시즌 성적(OPS 0.859)은 리그 지명타자 평균(0.843)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이라 할 정도는 아니다. 넥센이 윤석민을 ‘대체 불가’ 자원으로 보지 않은 이유다.

반면 넥센이 영입한 정대현과 서의태는 좌완투수란 공통점이 있다. 특히 넥센은 서의태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 넥센 관계자는 “서의태가 최근 들어 기량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서의태를 달라는 제안에 kt 쪽이 난색을 보였을 정도"라고 밝혔다.

모 구단 관계자는 “현재 아마추어 야구를 보면 향후 몇 년간 ‘대어급’이라 할 만한 좌완투수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능성 있는 선수는 있지만, 아직 대어급으로 분류할 만한 좌투수는 많지 않다. 앞으로 몇 년 뒤엔 리그에 좌완투수 고갈 현상이 생길지 모른다. 수준급 좌완투수를 영입하려면 두산의 장원준 영입처럼 거액을 투자해야만 한다. 넥센이 잇단 트레이드로 좌완투수를 확보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본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넥센은 SK 와이번스에 재활 중인 좌완 김택형을 주고, 신인 좌완투수 김성민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김성민은 후반기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11.1이닝 3자책점을 기록하며 선발 한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정대현과 서의태까지 올해 들어 트레이드로 데려온 좌완투수만 세 명이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좌완투수를 많이 보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넥센은 강정호-박병호 빈 자리도 채운 팀이다

마이클 초이스는 굿 초이스가 될 것인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클 초이스는 굿 초이스가 될 것인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넥센은 윤석민 트레이드 당시 “처음엔 욕 먹을 수 있는 트레이드”라고 인정했다. 마침 넥센의 공격력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팬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최근 넥센의 공격력 부진은 윤석민 하나 때문에 생긴 결과는 아니다. 윤석민 트레이드 당일 넥센은 10득점을 올렸고, 다음날에도 9득점을 기록했다. 타격 사이클상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공격력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전 타자들이 일제히 부진에 빠진 것도 원인이다. 최근 10경기에서 넥센은 채태인(타율 0.250), 고종욱(0.237), 김하성(0.200), 김민성(0.156), 이택근(0.136) 등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저조하다. 팀 내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던 서건창도 최근 30일 동안 타율 0.259로 감이 떨어진 상태다. 타선의 집단 슬럼프가 워낙 심한 상황이다 보니, 윤석민이 그대로 있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넥센은 이미 중심타자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운 경험이 있는 팀이다. 강정호가 떠난 2015년엔 김하성이란 신예를 발굴해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22살까지 기록만 놓고 비교하면 오히려 김하성이 강정호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박병호와 유한준이 떠난 지난 시즌도 넥센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도저히 대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빈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해 효과적으로 메웠다. 강정호와 박병호 공백도 해결한 넥센에게, 윤석민은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빈자리다.

넥센 관계자는 “한 선수가 나가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윤석민 트레이드 이후 넥센은 ‘만년 유망주’ 장영석을 1군에 올려 기용했다. 22일까지 타율 0.125로 부진했던 장영석은 23일 kt 위즈 전에서 2010년 이후 7년 만에 홈런과 결승타, 3안타를 때려내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24일 현재 성적은 타율 0.250에 출루율 0.483, OPS는 0.933이다. 입단 초기만 해도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장영석이다. 입단 9년 차지만 나이는 아직 27살로 젊다. 일회성 반짝 활약이 아닐 수도 있다.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도 이번 주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초이스는 미국 무대에서 강력한 홈런 파워를 갖춘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선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힘과 운동능력이 여전한 만큼 KBO리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넥센은 “초이스가 프로에선 주로 외야수로 활약했지만, 아마추어 시절엔 1루수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만약 1루 수비가 가능하다면 외야 세 자리와 지명타자, 1루를 오가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전임자인 대니돈은 경기에 출전하면 출전할수록 팀 성적에 손해를 끼치는 선수였다. 초이스가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홈런 파워를 발휘한다면, 넥센의 공격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외국인 선수와 트레이드 때마다 “올 시즌만이 아니라 내년 이후까지 보고 있다”고 강조한다. 넥센은 윤석민의 빈 자리를 다른 국내 선수들과 외국인 타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 대가로 앞으로 품귀 현상이 예상되는 좌완 투수를 대거 확보했다. 그냥 '저지른' 트레이드가 아니라, 팀의 현재 전력과 앞으로 리그 판도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단행한 트레이드란 점이 핵심이다.

그간 넥센이 단행한 트레이드 중에는 당시엔 욕을 먹었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재평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윤석민 트레이드도 '재평가'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러려면 최근 침체된 공격부터 반등을 이뤄야 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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