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로 변신한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사진=엠스플뉴스)
에이스로 변신한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 롯데 자이언츠가 7월 23일 시리즈 스윕에 성공했다. 그것도 ‘리그 1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거둔 스윕이다. 롯데가 KIA전에서 3연승을 따낸 건 2012년 5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롯데는 KIA전 스윕을 바탕으로 53일 만에 다시 승률 5할에 복귀했다. 롯데 마운드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를 깎아, 태를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최근 롯데 마운드가 그렇다. 6월 20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릴 것만 같던 롯데 마운드는 6월 20일 이후 얼음처럼 단단해졌다.

롯데 마운드는 그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5월 20일부터 6월 19일까지(총 26경기) 롯데 팀 평균자책은 7.28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마운드의 부진은 팀 성적 저하로 이어졌다. 이 기간 롯데는 9승 17패를 거둬 가을야구와 이별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롯데 마운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6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총 26경기) 롯데 평균자책은 3.52다. 이는 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으로 2위 KIA 타이거즈(4.97)보다 1점 이상 낮았다. 마운드가 살아나자 팀 성적도 수직상승했다. 롯데는 같은 기간 16승 8패 2무를 기록하며 팀 승률 1위(0.667)에 올라있다.

반전의 이유는 간명하다. 상대 타자들을 '쉽게, 쉽게' 상대한 까닭이다. 롯데는 6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땅볼을 유도한 팀이었다(262회). 고민거리였던 피홈런도 줄어들었다. 5월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34개였던 피홈런은 이후 26개로 줄었다. 홈런 한 방에 무너졌던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레일리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브룩스 레일리(사진=엠스플뉴스)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브룩스 레일리(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선발진에선 단연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의 활약이 빛났다. 레일리는 6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6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무패 평균자책 2.0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레일리보다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외국인 투수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3일 KIA전에선 최근 상승세의 정점을 찍었다. 레일리는 이날 9이닝 7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자신의 KBO리그 통산 3번째 완투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롯데 선발투수론 처음이다. 레일리의 마지막 완투승은 지난해 4월 14일 LG 트윈스전이었다(9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이날 레일리와 맞붙은 KIA 투수는 무패 행진의 헥터 노에시. 경기는 초반부터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선취점을 뽑은 쪽은 KIA였다. 3회 말, 김선빈과 이명기가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고, 로저 버나디나의 2루수 땅볼 때 3루 주자 김선빈이 홈을 밟았다.

실점은 여기까지. 첫 실점 이후 안정을 되찾은 레일리는 4회부터 9회까지 안타 3개로 KIA타선을 틀어막았다. 총 투구수는 107개. 시즌 초반처럼 실점 후, 흥분하거나 고집스럽게 한쪽 코스만 공략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6월 20일 이후 롯데 선발진 성적(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6월 20일 이후 롯데 선발진 성적(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레일리는 5월 들어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5월 평균자책 6.95에 KBO리그 피홈런 부문 1위(12개)를 달렸다. 당시 롯데 외국인 투수 교체설의 주인공은 닉 애디튼이 아닌 레일리였다.

시즌 초반엔 나쁘지 않았다. 레일리는 시즌 개막부터 4월 31일까지 6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 3.18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SK 와이번스 메릴 켈리(47개) 다음으로 많은 탈삼진(39개)을 기록해 구위만큼은 나쁘지 않단 평가였다.

문제는 레일리의 투구 스타일에 있었다.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는 “레일리의 구종을 보면 대부분 빠른 공 일색이다. 그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레일리의 타이밍을 너무 쉽게 간파한다”며 “보통 완급 조절을 제대로 하려면 속구와의 구속 차이가 15km/h 이상 나는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레일리는 변화구로 슬라이더, 싱커, 체인지업 등을 구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변화구가 130km/h 중반 대에 형성된다. 레일리의 속구 평균 구속이 143.4km/h임을 고려했을 때 타자들이 느낄 레일리의 변화구 구속은 체감 속도상 속구와 큰 차이가 없단 지적이다.

실제로 레일리의 최근 투구 내용을 살펴보면 ‘강·약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23일 KIA전에서 레일리의 가장 빠른 공은 146km/h(속구)였다. 그리고 가장 느린 공은 120km/h(커브)가 나왔다. 상대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을 위해 120km/h 초반대의 커브를 자주 던진 것이다. 한마디로 ‘강·강’에서 ‘강·약’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 레일리에겐 신의 한수였다.

경기 후 레일리는 “오늘(23일)은 정말 환상적인 날이다. 경기가 잘 풀렸고, 빠른 카운트 승부가 주요했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맞춰 잡으려 했던 것이 완투로 이어졌다”며 “시즌 초반 이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최근 좋은 기세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불펜 트리오, ‘배장호·조정훈·손승락’


불펜 투수로 돌아온 롯데 투수 조정훈(사진=엠스플뉴스)
불펜 투수로 돌아온 롯데 투수 조정훈(사진=엠스플뉴스)

선발투수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에 버금가는 불펜진이 갖춰져야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 최근 롯데 마운드엔 선발진 못지않은 필승조가 새롭게 결성됐다.

전반기 롯데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꾸준했던 이가 바로 ‘사직 잠수함’ 배장호다. 배장호는 올 시즌 47경기에 등판해 6승 1패 3홀드 평균자책 4.01을 기록했다. 조 감독은 배장호를 ‘마당쇠’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배장호는 올 시즌 팀 내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49.1이닝)을 소화했다. 전반기 숨은 MVP는 배장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돌아온 갈매기’ 조정훈도 팀 불펜진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조정훈은 7년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해 22일 KIA전에서 감격의 승리를 맛봤다. 1군에서의 승리는 무려 2,620일 만이다. 투구 내용도 완벽했다. 올 시즌 6경기에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6볼넷 무실점. 주무기 포크볼만큼은 전성기 못지 않은 구위를 자랑했다. 짦은 시간 강한 인상을 남기며 롯데 필승조의 한 자리를 차지한 조정훈이다.

물론 아직은 관리가 필요하다. 조 감독은 “(조)정훈이가 연투는 아직 힘들다고 본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조심히 등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정훈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눈치다. “요즘엔 그저 잘 던져야 한단 생각뿐이다. 그리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정훈은 짧고, 굵게 다짐했다.

손승락은 6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 배장호 다음으로 많은 경기(15경기)에 등판했다. 마무리 투수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을 자청했단 후문이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였던 한화 이글스 전에선 어깨 통증까지 참아가며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손승락은 전성기 못지않은 위력투를 뽐내고 있다.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나이임에도 NC 다이노스 임창민(22개) 다음으로 많은 세이브(18개)를 기록 중이다.

6월 20일 이후 롯데 불펜진 성적 변화(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6월 20일 이후 롯데 불펜진 성적 변화(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기존 필승조였던 윤길현과 장시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배장호와 조정훈, 손승락의 활약은 롯데 마운드에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여기다 강동호, 박시영, 박진형 등도 최근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롯데의 가을야구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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