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최고의 스타트를 보인 롯데 자이언츠  (사진=롯데 제공)
후반기 최고의 스타트를 보인 롯데 자이언츠 (사진=롯데 제공)

[엠스플 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3위 두산, 7위 롯데. 순위만 두고 보면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기 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5일 현재 3위 두산과 7위 롯데는 불과 3.5경기 차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순위가 뒤집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7위지만, 롯데는 승률 .439에 불과하던 시절이 있었다. 롯데가 기록한 시즌 최다 패인 6연패를 기록했던 6월 18일 시점의 이야기다. 이후로도 순위 ‘7위’를 유지했지만 롯데의 승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 이후, 롯데는 6경기를 치르는 동안 4승 1패 1무를 기록하면서 시즌 45승 45패 2무, 승률을 딱 5할로 맞추게 됐다. 후반기 들어 가을야구에 필요한 최소 조건인 5할을 맞추면서 롯데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후반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롯데의 저력과 앞으로의 전망을 ‘숫자’와 ‘기록’으로 살펴본다.

1.74 : 롯데, 후반기 평균자책점 1위

올 시즌 롯데의 부진에 있어 많은 원인이 꼽혔지만, 그 가운데 대책도 없고, 앞으로 개선될 기미도 없었던 건 단연 ‘투수진’이다. 토종 선발 박세웅만이 기대 이상의 몫을 해줬을 뿐, 레일리 - 애디튼 - 김원중 - 박진형 - 박시영 등 외국인 원투펀치를 비롯해 국내 선발진까지 너무 많이 흔들리면서 선발진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선 롯데 선발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하면서 후반기 4승 중 2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반기 내내 계륵과도 같았던 레일리가 2경기에서 완투를 비롯해 2승,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는 것은 반전과도 같은 기록이었다.

여기에 불펜진 역시 2승 무패를 기록하며 3세이브 2홀드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이 무려 0.92에 이를 정도로 좋았다. 선발이나 불펜이나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롯데의 후반기 승리를 이끈 것이다. 특히 불펜 가운데선 4경기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한 손승락과 3경기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한 조정훈이 눈에 띈다. 안정감 있는 마무리 손승락과 함께 돌아온 조정훈이 롯데의 경기를 매조지면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220 : 롯데, 후반기 타율 ‘.220’ 9위

안정감 있고 믿음직한 선발, 불펜과 달리 후반기 롯데 타선은 아직도 예열 중이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이 1.74로 1위를 달리는 것과 비교해 팀 타율은 .2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전반기 타율이 .285로 7위에 그쳤는데, 후반기 들어선 타율도 떨어지고 방망이도 얼음장처럼 굳은 모습이다.

6경기 모두 경기에 출전한 신본기가 .318, 손아섭이 .308, 전준우가 .292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중심타선에서 활약해줘야 할 이대호는 1홈런에 타율 .182, 3타점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외국인 타자 번즈 역시 6경기에 나서 1홈런, 4안타, 2타점, 타율이 .174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모든 타선에 걸쳐 부진했다고 무방한 상황이다.

방망이는 언제나 기복이 있기 마련이고, 뜨거웠다가도 어느 순간 차갑게 식는 게 타선이다. 하지만 롯데는 후반기 한 경기 최다 득점이 ‘5득점’에 불과할 정도로 뜨거운 적도 없었다. 사실상 마운드에서 경기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56 : 56일 만에 5할+1 성공할까?

롯데는 지난 KIA와의 3연전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스윕을 거두게 됐다. 레일리의 9이닝 1실점, 깜짝 호투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지난 6월 30일~7월 2일 NC 상대 이후로 거둔 후반기 첫 스윕이었다. 이 경기 결과로 롯데는 45승 45패 2무를 기록하며 승률 5할을 맞추게 됐다. 지난 5월 31일 대구 삼성전 패배로 시즌 25승 25패, 승률 .500을 맞춘 이후 처음 5할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오늘 롯데가 한화를 상대로 홈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46승 45패 2무로 5할+1을 거두게 된다. 지난 5월 30일 삼성을 상대로 달성한 .510이래 56일 만에 5할+1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중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롯데의 한 경기, 한 경기는 매우 소중하다. 5할 승률을 거두면 중위권에서도 안정적인 순위를 얻을 수 있지만 롯데는 그렇게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에 만날 한화를 상대로도 롯데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

23 : 송승준, 통산 한화전 상대 최다승 기록 중

리그에서 한화를 상대로 강한 투수는 얼마든지 있다. ‘독수리 킬러’라 불리는 두산 유희관은 통산 한화 상대 20경기에서 10승을, SK 박종훈 역시 올 시즌 한화 상대 4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 중에서도 롯데 송승준은 한화 상대로 ‘진짜’ 강한 투수에 속한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통산 한화를 상대로 무려 23승이나 거두면서 한화 상대 최다승을 거둔 투수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송승준이 23승으로 독보적인 1위, 삼성 윤성환이 20승으로 2위, KIA 양현종이 17승으로 3위, 삼성 장원삼이 15승으로 4위를 기록했다. 비록 지금은 롯데 송승준의 활약이 리그에서 손꼽히거나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한화를 상대했을 때만큼은 ‘한화 킬러’, ‘독수리 사냥꾼’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성적을 낸 것이다. 현재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인 만큼 오늘 경기에서도 송승준의 활약과 함께 팀의 승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128 : 롯데 이대호, 최근 10경기 타율

롯데 이대호가 팀에 가세했을 때만해도 중심타선, 4번 타자, 폭발적인 공격력에 있어선 걱정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팀들이 롯데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이대호의 가세가 팀에 있어서 득인지, 실인지 고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후반기뿐만 아니라 최근 10경기에서 이대호의 타율이 ‘.128’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10경기 39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안 그래도 침체돼 있는 롯데 타선인데, 가장 활발히 공격에 나서야 할 이대호가 침묵하고 있으니 답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이대호가 살아나야 롯데 타선도 살 수 있고, 이대호가 출루해야 타점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불안한 점 한 가지는 올 시즌 이대호의 개인 타율이 한화를 상대로 가장 나빴다는 점이다. 8경기에서 .188, 8경기에서 불과 6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과연 이대호는 스스로의 벽을 깨고 반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롯데 타선 부활의 열쇠 이대호  (사진=엠스플 뉴스)
롯데 타선 부활의 열쇠 이대호 (사진=엠스플 뉴스)


타구장 Key 넘버

➀ SK vs KIA : 3연패 KIA, 위기의 타이거즈

롯데전 일격을 당하며 스윕패를 기록한 KIA. 어느새 2위 NC와의 간격이 ‘4’로 좁혀졌다. 게다가 NC는 6연승, 패배를 잊은 지 오래다. 이번 SK와의 3연전에서 KIA는 최소 위닝 시리즈 이상의 수확을 거둬야 안심할 수 있다. 팀의 위기 상황에서 48일 만에 승리에 도전하는 임기영이 출격한다. 임기영은 마지막 SK전 선발 등판 당시, 5.2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한 바 있다.

➁ NC vs 삼성 : NC의 7연승 도전

NC의 이번 3연전 키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KIA와의 승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NC는 최근 6연승을 달리며 KIA와의 승차를 4경기로 좁혔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 당시 8경기차에서 25일 현재 그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올 시즌 삼성 상대 4승 1패 1무, NC의 이번 3연전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➂ 넥센 vs LG : 반 경기 차 넥센과 LG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승차가 바뀔 수도, 더 견고해 질 수도 있다. 넥센과 LG는 현재 반 경기 차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3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스윕을 달성한다면 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고, 반대로 스윕패를 당한다면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양 팀이 매 경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➃ 두산 vs kt : 두산, 후반기 평균 10.3득점

최근 두산을 보고 있으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경기가 아닌 것만 같다. 후반기 경기당 평균 10.3득점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 득점을 올릴지 모르는 방망이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kt를 상대론 올 시즌 5승 2패를 거두며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위권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두산에게 승리 추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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