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연패 스토퍼' 류희운(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 위즈 '연패 스토퍼' 류희운(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엠스플뉴스]

kt를 '연패의 늪'에서 꺼내주는 투수가 있다. 바로 '연패 스토퍼' 류희운이다.

류희운이 팀 연패를 끊는 ‘행운의 파랑새’로 거듭나고 있다.

7월 22일 kt 위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류희운이 5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3승째. 팀 4연패를 끊는 중요한 투구였다.

류희운은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해 3승 2패 평균자책 5.97을 기록하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류희운이 거둔 3승이 모두 팀 연패를 끊어내는 소중한 승리였다는 점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류희운이 팀이 어려울 때마다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연패를 끊어줘 고맙다”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팀이 어려울 때 더 강해지는 ‘연패 스토퍼’ 류희운이다.

류희운 “연패 신경쓰지 않고, 씩씩하게 던질뿐”

7월 22일 4연패를 탈출하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kt 선수단(사진=kt).
7월 22일 4연패를 탈출하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류희운과 kt 선수단(사진=kt).

류희운은 6월 14일 포항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2이닝 5실점하며 무너진 선발투수 고영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류희운은 4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첫 승을 만들어냈다. 이 승리로 kt는 7연패를 탈출할 수 있었다.

이어 6월 22일엔 수원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이닝 3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동시에 팀 6연패를 끊었다.

그리고, 7월 22일 류희운은 팀이 4연패에 빠져있는 가운데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며 8-3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세 번째로 팀 연패를 끊은 것.

팀이 연패에만 빠지면 더욱 힘이 나는 ‘연패 스토퍼’ 류희운이다.

류희운은 “내가 연패를 끊은 게 아니라, 팀원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것”이라며 수줍어했다.

이어 류희운은 “연패라는 걸 인지하고 마운드 위에 올라갈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라며 “마운드에서 ‘오늘 하루만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자를 상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연패를 신경 쓰지 않고 마운드 위에서 씩씩한 투구를 이어간 게 ‘연패 탈출’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류희운이 등판할 때면 야수들도 더 힘이 나는 듯하다. 류희운은 선발등판시 9이닝당 평균 6.75점을 타선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피어밴드가 4.24점, 로치 3.29점, 고영표 3.03점을 평균적으로 지원받는 것과 대비했을 때 월등히 많은 타선 지원을 받는 것.

이에 대해 류희운은 “내가 등판할 때 타선이 잘 터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위기 때마다 야수들과 한 마음으로 이겨내려 노력할 뿐”이라고 볅혔다.

독특한 그립이 만드는 ‘공 끝 움직임’

류희운이 자신의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류희운이 자신의 포심 패스트볼 그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kt 김진욱 감독은 류희운에 대해 “삼진을 많이 잡는 유형은 아니다. 상대 타자를 맞춰 잡는 투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통상적으로 ‘맞춰 잡는 유형’ 투수는 싱킹 패스트볼이나 컷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류희운이 던지는 속구는 포심 패스트볼 하나 뿐이다. 특이한 부분이다.

동료 포수 이해창은 “포심 패스트볼 공 끝이 상당히 특이하고 좋다”라며 류희운이 던지는 속구를 칭찬했다. 이어 “포심 패스트볼 공 끝 움직임이 있어 굳이 싱킹 패스트볼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희운 포심 패스트볼 좋은 공 끝의 비결은 바로 독특한 그립이었다. 류희운은 “왼손 투수 그립으로 포심패스트볼 그립을 잡는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오른손 투수와는 공 궤적이 조금 다르다”라고 류희운은 설명했다.

류희운 그립 변경 전-후 비교사진, 실밥이 닫혀있는 방향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류희운 그립 변경 전-후 비교사진, 실밥이 닫혀있는 방향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일반적으로 실밥이 닫히는 방향에 따라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 그립이 결정된다. 실밥이 닫히는 곳에 검지 손가락을 놓는 게 일반적인 투수가 공을 잡는 그립이다. 하지만, 류희운은 이를 반대로 잡고 있다.

류희운은 “오른손 그립으로 잡으면 공이 빠지는 느낌”이라며 “왼손 투수가 잡는 그립으로 던지니 공이 손에 착착 감겼다”라고 밝혔다. 이어 류희운은 “심리적으로 왼손 투수 그립을 잡을 때 훨씬 편하다”라고 덧붙였다.

프로 입단 후 ‘커진 몸’ 역시 포심 패스트볼에 힘을 더했다. 류희운은 “kt에 입단한 이후 20kg 정도 살이 붙었다”라며 “몸무게가 증가하니 확실히 공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게가 실린 ‘묵직함’과 공 끝이 살아있는 듯한 ‘움직임'이 갖춰지면서, 속구는 류희운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무기가 됐다.

김진욱 감독 "류희운, 아직 상체 힘 많이 들어가"

류희운은 kt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사진=kt).
류희운은 kt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사진=kt).

류희운은 아직 어린 투수다. ‘연패 스토퍼’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보완할 부분 역시 많다.

kt 김진욱 감독은 “류희운이 투구를 할 때마다 모자가 벗겨진다. 상체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근심을 나타냈다. “상체 움직임은 로케이션이 높게 형성되는 원인”이라는 게 김 감독 설명이다.

류희운은 모자가 벗겨지는 현상에 대해 “상체가 앞으로 쏠려서 모자가 벗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을 강하게 던지다 보니 나온 현상”이라는 것. 류희운은 “중심을 조금 더 뒤에 둔다는 느낌으로 던져야 한다. 분명히 개선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혔다.

류희운은 “중심 이동과 더불어 제구를 가다듬어야 한다”라며 자신이 풀어야 할 숙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제구”라는 게 류희운 생각이다.

류희운은 “제구와 변화구를 가다듬어 더 좋은 투수가 되겠다”라며 “남은 시즌 마운드에서 씩씩하고 패기 있게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류희운은 팀이 필요할 때 강해지는 면모를 보이는 투수다. 담대하고 씩씩한 피칭으로 kt 마운드를 지킬 류희운의 앞날은 밝다.

앞으로 류희운이 '연패 스토퍼'를 넘어 kt 마운드를 이끌어갈 '주축 투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만한 대목이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