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
Q. 부산에 사는 야구팬입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 상승세가 대단합니다. 지난주엔 KBO리그 1위 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스윕(Sweep)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롯데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의 ‘팔꿈치 논란’이 바로 그것이었는데요. 타자가 ‘몸에 맞는 공’을 고의로 유도할 경우 KBO 규정 상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합니다 .
- 부산 사상구 곽경호 외 28명 -
A. 롯데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살아나고 있습니다. KIA 타이거즈전 스윕이 좋은 예입니다. 롯데-KIA 3연전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 번즈의 ‘팔꿈치 논란’은 KIA 팬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잠시 7월 2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로 돌아가 보시죠.
상황은 이랬습니다. 7회 초, 롯데가 3대 1로 앞선 상황. 선두타자 번즈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KIA 마운드엔 투수 박진태가 서 있었죠. 볼카운트는 2볼 2스트라이크.
박진태가 6구째 변화구를 몸쪽으로 반짝 붙여 던졌을 때입니다. 번즈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날아오는 공을 향해 왼쪽 팔꿈치를 들이밀었습니다.
표면상으론 ‘몸에 맞는 공’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구심 김정국 심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고의적으로 몸에 맞는 공을 만들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중계 화면엔 더욱 명확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번즈가 팔꿈치에 맞은 공은 107km/h의 아주 느린 변화구였습니다. 번즈는 공이 날아는 걸 유심히 지켜보다가 팔꿈치를 들이 댄 것이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김기태 KIA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구심에게 이 상황을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그리고선 번즈에게 따가운 눈빛을 보냈지요. 결국, 1루로 출루했던 번즈는 다시 타석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에 맞는 공은 볼로 기록됐고, 3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됐습니다.
번즈는 이미 22일 경기에서 KIA 외국인 투수 팻 딘의 볼에 팔꿈치를 갖다 댄 바 있습니다. 당시엔 '몸에 맞는 공'으로 인정됐지만, 그때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비매너 논란’ 번즈는 왜 볼을 판정받았을까?
한 가지 주목할 건 번즈의 몸에 맞는 공이 볼로 판정됐다는 것입니다. 투수가 던진 공에 고의로 팔을 갖다 댔다면 이는 분명 타자 잘못입니다. 그럼에도 번즈에겐 되레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몸에 맞는 공이 볼이 된 것입니다.
결국 번즈는 2루수 뜬공아웃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행여 안타나 볼넷으로 연결됐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심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봤을까요. KBO 김풍기 심판 위원장은 “볼 카운트 판정은 몸에 맞은 것과 상관없이 공이 들어온 코스로 판정한다. 일부러 맞았다고 해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주는 건 아니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다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왔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달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KBO 야구 규칙] 6.08 (b)엔 '몸에 맞아도 안전 주루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바운드하지 않은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타자에게 닿았을 경우
(2) 타자가 투구를 피하지 않고, 그 투구에 닿았을 경우/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타자에게 닿았다면 타자가 피하려 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모두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 밖에서 타자에게 닿았고 타자가 이것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면 볼이 선언된다.
말 그대로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된 공은 몸에 맞아도 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구심 판단에 따라 피할 수 없는 공으로 인정된다면 판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번즈는 이틀 연속 같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자, 그럼 ‘비매너 행위’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처리될 수 있을까요.
김 위원장은 “무조건 '고의'로 단정할 수 없다. 우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너무 과하다면 조치를 취할 순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 상황대로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과거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일부러 몸은 갖다 댄 선수가 있었다. 당시 구심은 그 장면에서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됐기 때문에 그렇게 판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번즈의 열정인가. 비매너인가.
번즈의 행동은 단순히 '스트라이크냐 볼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단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자세가 더 문제되고 있습니다.
한 심판은 "예전엔 고의로 몸에 공을 맞는 선수가 정말 많았다.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중계 방송 장비 발달로 너무 쉽게 확인되기에 비매너 행동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본 KIA의 한 코치는 "번즈 행동에 아쉬움이 크다. 프로선수로서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단순히 공에 맞고, 1루로 살아나가는 게 전부는 아니다. 이런 행동은 동료들을 욕 먹이고, 야구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롯데 관계자들도 이번 논란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번즈는 정말 착하고, 열정이 넘치는 선수다. 팀을 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의욕이 조금 과했던 것 같다. 경기 중에도 구심이 통역을 불러 상세하게 설명했고, 이를 번즈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 팬들깨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평소 번즈는 인성이 훌륭하고, 배려심이 깊은 선수였습니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 매우 솔직하고, 적극적인 편이었죠. 취재진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대화를 건넬 정도로 붙임성이 좋았습니다.
번즈는 얼마 전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해 왔습니다. 6월 3일 뜻밖의 왼쪽 옆구리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뒤, 27일 이후 1군 선수단에 합류했습니다. 번즈가 1군에 다시 복귀한 것은 7월 7일이었습니다. 부상으로 자신이 빠져있을 무렵 팀이 한창 부진에 빠져있을 터라 마음이 편치 않았단 후문입니다. 그런 아쉬움은 복귀 이후 번즈를 더욱 열정적인 선수로 바꿔 놓았다고 합니다.
어찌 됐건 이와 같은 논란은 다시 반복돼선 안됩니다. 35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구장을 찾습니다. 그에 보답하는 길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입니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