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두산 베어스  (사진=엠스플 뉴스)
후반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두산 베어스 (사진=엠스플 뉴스)

[엠스플 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1위 KIA의 독주체제, 2위 NC의 안정적인 순위 유지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위권 싸움이 오리무중이다. 3위 두산을 필두로 4위 넥센, 5위 SK, 6위 LG까지 단 2경기 반차에서 순위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4팀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팀은 두산이다. 최근 경기력만 놓고 보면 1위 KIA, 2위 NC의 유일한 대항마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타선의 해결력이 KIA 못지않게 폭발적이다. 투수진의 불안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타선의 힘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폭발적인 타선을 바탕으로 두산은 최근 5연승에 성공했다. NC와 5경기 차, KIA와 10경기차로 단독 3위를 질주 중이다. 이 기세라면 중위권이 아니라 KIA, NC와 3강 구도를 이룰 수도 있을 정도다.

후반기에 뒷심과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상승세 비결과 앞으로의 전망을 숫자와 기록으로 분석해봤다.
.889 : 두산, 최근 9경기 8승 1패 승률 .889

후반기를 비롯해 최근 9경기에서 두산은 무려 8승을 거뒀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넥센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 후반기의 시작이었던 SK전에서 다시 위닝 시리즈, 최근 한화 상대로 스윕 성공, 그리고 어제 kt전에서 극적인 1점 차 승리까지 승률이 무려 .889에 달할 정도였다. 두산이 유일하게 패한 경기는 지난 19일 SK상대 12:8 4점 차 패배였다. 이날 경기를 제외하면 두산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이 기간 독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사실 최근 9경기 이전 23경기에서 두산은 위태로운 흐름을 탔었다. 이전 23경기에서 고작 8승을 거두며 15패를 기록한 것이다. 승률로 따지면 불과 .348밖에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 기간 두산은 3위에서 5위까지, 순위 하락을 경험하면서 중위권 5위 사수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 흐름이 벼랑 끝에 있던 두산을 3위로 복귀시켰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가고, 디펜딩 챔피언은 아무리 못해도 언젠가는 올라오는 법이다.

9 : 두산, 최근 9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

두산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누가 뭐래도 타선이다. 두산은 이 기간 팀 타율 .340을 기록하면서 .303을 기록한 KIA, .319를 기록한 NC를 훌쩍 뛰어 넘는 팀 타선을 자랑했다. 팀 전체적인 타율도 뛰어났지만 득점권 타율이 무려 .400에 이르며 가공할 만한 집중력과 해결사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김재환, 오재일, 에반스, 박건우 등이 포진된 중심타선의 타율이 .404로 이 기간 리그 유일 4할대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런 타선의 힘으로 두산은 8승 1패를 거둔 9경기 내내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KIA가 최근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두산은 소리 소문 없이 9경기 내내 두 자릿수 안타를 치면서 팀 상승세를 견인한 것이다. 이쯤되면 두산은 역대 최다 연속 경기 두 자릿수 안타 기록에 도전할 만하다. 해당 기록은 지난 2014년 5월 10일~30일까지 15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친 두산이 갖고 있다. 현재 9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에 성공한 두산이 스스로를 뛰어넘어 역대급 기록을 써내려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 : 두산, 후반기 15홈런 1위

올 시즌 ‘홈런 공장’ SK는 부동의 팀 홈런 1위를 자랑한다. 25일까지 팀 홈런만 167개를 기록했을 정도다. 지금까지 95경기를 치렀으니 경기당 1.7개의 홈런이 나왔던 셈이다. 하지만 후반기만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후반기 팀 홈런 1위는 SK도 아니고, KIA도 아니고, 두산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후반기 7경기에서 모두 1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같은 기간 SK가 팀 홈런 14개로 2위, NC가 9개로 공동 3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산은 기대 이상의 홈런포를 기록 중인 셈이다.
특히 이 15홈런이 값진 이유는 홈런을 쏘아 올린 장소에 있다. 두산은 후반기 15홈런 가운데 8홈런을 잠실에서 기록했다. 잠실구장은 우리나라를 통틀어서도 가장 크며, MLB 구장과 비교해도 그 크기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넓은 구장으로 손꼽힌다. 그런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건 그만큼 수비의 도움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홈런에 있어선 불리하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두산은 그런 불리함을 장타력으로 극복하면서 후반기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439 : 김재환, 6월 이후 타율 1위

현재 두산 타선에서 가장 압도적인 힘과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김재환이다. 타선의 중심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로 김재환은 타율 .439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 기간 40경기에 출장한 김재환은 17홈런을 비롯해 68안타, 44타점, 40득점을 기록했는데, 특히 장타율이 .871에 이를 정도로 엄청났다. OPS 역시 1.379에 달하며 리그 1위를 기록했다.

재밌는 것은, 6월 이후 타율에서 김재환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부터 4위까지는 KIA 타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KIA 김선빈이 .410, 김주찬이 .400, 최형우가 .391을 기록하면서 마치 두산 김재환과 KIA 타선의 대결이 된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5위와 6위는 각각 박건우와 오재일이라는 것이다. 박건우는 이 기간 39경기에서 .388을 기록했고, 오재일은 38경기에서 .386을 기록했다.
5 : 두산, 후반기 6승 중 역전승만 5회

타선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만큼 두산은 7, 8, 9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 점 내는 것도 버거웠던 시즌 초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가 긴장을 놓지 않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두산은 후반기에 치른 7경기에서 6승을 거두는 동안 역전승만 5번을 경험했다. 역전패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역전승으로만 5승을 챙긴 것이다. 두산 ‘뒷심’의 비결은 경기가 흐르면 흐를수록 높아지는 팀 타율에 있다. 후반기 두산의 1~3회 타율은 .268에 그치지만, 4~6회가 되면 .370으로 1할 이상 뛰어 오르고, 7~9회가 되면 .373까지 높아진다. 게다가 후반기 두산은 홈런 역시 7~9회에만 6개를 기록했다.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타순이 돌수록 두산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두산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양의지가 돌아왔다. 민병헌의 복귀 역시 멀지 않은 상황이다. 타선에서 제 몫을 해주는 두 선수가 돌아온 만큼 두산의 폭발적인 타선은 한층 더 힘을 받을 예정이다. 후반기 두산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후반기 6승 중 5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두산 베어스  (사진=엠스플 뉴스)
후반기 6승 중 5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두산 베어스 (사진=엠스플 뉴스)

타구장 Key 넘버

➀ SK vs KIA : KIA, 후반기 첫 연승 도전
3연패를 벗어난 KIA가 후반기 첫 연승에 도전한다. KIA는 어제 경기에서 SK와의 혈전 끝에 상대 투수의 실책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양 팀 모두 15안타를 기록할 만큼 타선이 불타올랐으나, 다소 싱거운 결과로 경기가 끝난 것이다. 시즌 60승에 선착한 KIA는 이제 연승을 노리고자 한다. 그 선봉엔 올 시즌 SK 상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한 정용운이 나선다.

➁ 한화 vs 롯데 : 롯데 송승준 통산 100승 ‘-2’
관록의 두 투수, 한화 배영수와 롯데 송승준이 맞붙는다. 배영수는 통산 134승째를 거둔 베테랑이고, 송승준은 통산 100승에 단 2승만을 남겨둔 상태다. 특히 지난 시즌 1승에 불과했던 송승준은 올 시즌 벌써 5승을 기록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상태다. 올 시즌 매 경기가 그에겐 도전이자 역사의 한 발자국이다.
➂ NC vs 삼성 : 제구 꿈나무 장현식 vs 제구 마스터 윤성환
NC 선발은 올 시즌 9이닝 당 볼넷이 6.04개에 이르는 장현식이고, 삼성 선발은 올 시즌 9이닝 당 볼넷이 2.04에 불과한 윤성환이다. 불안한 제구의 장현식과 제구력으론 리그에서 손꼽히는 윤성환이 만나는 것이다. 따라서 장현식은 볼넷을 줄여야만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➃ 넥센 vs LG : 넥센과 LG, 1경기 반 차 숨 막히는 접전
최근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팀들은 피가 말리는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4위 넥센과 6위 LG는 순위는 두 계단 차이가 나지만 경기 수에선 단 1경기 반차 밖에 나지 않으면서 매 경기 살 떨리는 승부를 하고 있다. 3연전 중 첫 번째 경기에선 넥센이 웃었다. 이제는 LG가 반격에 나설 차례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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