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출발을 딛고 팀 안정을 이룬 김한수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최악의 출발을 딛고 팀 안정을 이룬 김한수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대구]

|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에 신음한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5월 이후 승률은 5할로 서서히 팀 전력이 안정을 찾아 가는 중이다. 시즌 초반과 지금의 삼성은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무지개를 보려면 비를 맞아야 한다. 올 시즌 초반, 삼성 라이온즈에는 세찬 비가 쏟아졌다. ‘비’라기보단 차라리 쓰나미에 가까웠다. 거액을 주고 영입한 외국인 투수는 개막도 하기 전에 부상으로 이탈했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잠수함 선발투수도 부상으로 빠졌다. 거액을 주고 모셔온 외국인 타자는 배트에 공을 맞히지도 못했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삼성이 거둔 승수는 5승. 역사상 최악의 팀으로 꼽히는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도 첫 30경기에서 9승을 거뒀다. 1986년 신생팀 빙그레 이글스도 첫 30경기에선 6승을 했다. 시즌 초반 삼성은 삼미보다, 빙그레보다도 고전했다.

시즌 첫 40경기에서 삼성은 9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역시 1982년 삼미가 거둔 10승보다도 1승이 적었다. 1986년 빙그레가 거둔 8승보다는 1승을 더 하긴 했지만, 위안이 될 만한 팩트는 아니다. 시즌 초반 삼성은 삼미만큼이나, 창단 첫해 빙그레만큼이나 암울했다.

삼성의 깊은 부진은 야구계 전체의 근심이 됐다. 시즌 초반 만나는 야구인마다 삼성을 걱정했다. 다른 구단 감독들조차 ‘삼성이 큰일이다’ ‘어떻게 팀이 저 정도로 무너질 수 있느냐’고 탄식했다. 프로 세계에서 적수에게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건 패배보다 큰 굴욕이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 비는 없는 법이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삼성을 뒤덮은 시커먼 구름은 서서히 걷혔다. 역사상 최악의 시즌 초반이 지나간 뒤, 삼성의 전력은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5월 16일과 17일, 삼성은 SK 와이번스 상대로 시즌 첫 연승을 거뒀다. 19일부터 21일까진 한화 이글스 상대로 시즌 첫 ‘스윕’도 이뤘다. 벤치클리어링 사태로 잠시 주춤하는가 했지만, 6월 시작과 함께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5월 16일 이후 삼성의 성적은 30승 2무 25패 승률 0.545로 이 기간 5위에 해당한다. 5월 이후 성적은 33승 2무 33패로 정확히 5할, 이 기간 6위다. 6월 이후에도, 7월 이후에도 꾸준히 5할 이상의 좋은 승률을 올리는 중이다. 이제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 된 삼성이다.

5월 16일 이후 삼성, 무엇이 달라졌나

무적 백쇼(사진=엠스플뉴스).
무적 백쇼(사진=엠스플뉴스).

무엇이 달라졌을까. 5월 15일과 16일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5월 15일까지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선발투수 조기강판이 많은 팀이었다. 37경기 중의 15경기에서 선발이 5회를 채우지 못했고, 이 경기에서 1승 1무 13패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집중안타를 맞고 대량실점하는 경기도 많았다. 5월 15일까지 삼성이 허용한 빅이닝은 총 36회. 이 기간 리그 최다 빅이닝 허용이다. 앤서니 레나도, 우규민 등 주축 선발투수의 이탈로 최충연, 최지광 등 어린 투수들이 선봉에 서다 보니 나온 결과다.

뒷문도 약했다. 5월 15일까지 삼성은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승률 0.667, 6회까지 리드한 경기 0.714, 7회까지 리드한 경기 0.714에 그쳤다. 하나같이 리그 최악의 기록이다. 경기 중반까지 앞서고 있어도, 후반에 뒤집어지는 날이 워낙 많았다.

지키는 야구가 안 되는데 뒤집는 야구가 가능할 리 없다. 5월 15일까지 삼성은 5회까지 열세인 경기에서 1승 1무 20패에 그쳤다. 6회까지 열세인 경기에서도 1승 21패의 성적을 냈다. 경기 초반 일단 리드를 내주면 그대로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삼성의 새 수호신 장필준(사진=엠스플뉴스).
삼성의 새 수호신 장필준(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5월 16일 이후 기록을 살펴보면,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5월 16일 이후 삼성이 치른 57경기 중에 선발이 5회를 못 채운 경기는 18경기. 시즌 초반보다 조기강판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경기에서 삼성은 6승 1무 11패로 0.353의 승률을 올렸다. LG-KIA-두산 다음으로 높은 조기강판 경기 승률이다. 선발이 무너져도 중반 이후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힘이 생겼단 얘기다.

선발진 안정은 퀄리티 스타트 횟수에서도 드러났다. 5월 16일 이후 삼성 선발의 QS 횟수는 총 21회로 이 기간 리그 5위다. 선발이 QS 기록한 경기 승률도 0.800로 아주 좋았다. 레나도가 복귀하고, 백정현이 선발투수로 안착하면서 허약했던 앞문이 튼실해진 결과다.

‘지키는 힘’도 생겼다. 5월 16일 이후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삼성은 17승 1무 20패, 승률 0.8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NC 다이노스(0.897)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리그 최강 불펜을 자랑하는 NC 다음으로 좋은 승률을 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5월 16일 이후 삼성은 6회까지 리드한 경기 18승 1무 승률 100%, 7회까지 리드한 경기도 23승 1무로 승률 100%를 기록했다. 8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도 25승 1무 1패로 패전은 1경기밖에 없었다.

지키는 힘만큼이나 뒤집는 힘도 만만치 않다. 5월 16일 이후 5회말까지 동률 경기에서 삼성의 성적은 5승 2패. 해당 기간 리그에서 가장 좋은 기록이다. 5회까지 열세 경기에서도 8승 1무 21패 승률 0.276으로 KIA(0.333)와 두산(0.308)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6회까지 열세 경기 성적은 7승 17패 승률 0.292로 리그에서 가장 좋았다. 경기 중반까지 앞서고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 팀이 됐다.

불펜 안정이 비결이다. 불펜으로 전향한 장원삼이 호투(5월 16일 이후 ERA 3.29)하고, 심창민(같은 기간 12홀드 ERA 3.56)과 장필준(13세이브 ERA 3.03)이 비교적 탄탄하게 뒷문을 지켜주고 있다. 다 잡은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는 일이 사라졌다. 지고 있어도 추가실점을 내주지 않으니 따라잡고, 뒤집을 힘이 생겼다.

살아난 타선, 뛰는 야구, 그리고 수비

분위기 좋고(사진=엠스플뉴스).
분위기 좋고(사진=엠스플뉴스).

주전 타자들의 컨디션 회복도 삼성 상승세에 한몫한다. 슬럼프에서 탈출한 러프는 5월 16일 이후 타율 0.314에 13홈런 58타점을 올렸다. 리그 최악의 외국인 타자에서 무서운 타자로 변신했다. 장타자로 변신한 구자욱, 시즌 초반의 부담감을 조금은 떨쳐낸 이승엽 등 다른 중심타자의 역할도 좋다. 베테랑 박한이와 FA 영입한 이원석, 신예 강한울도 좋은 타격으로 팀 공격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펼치는 팀이다. 팀 도루 66개로 리그 1위. 단순히 많이 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도루 성공률도 71.7%로 리그 2위다. 지난해부터 리그 전체적으로 도루 시도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뛰는 야구로 이득을 보는 몇 안 되는 팀이 삼성이다. ‘대도’ 김상수와 배영섭이 전혀 도루하지 않고 있지만, 박해민(28도루)과 강한울(10도루)을 앞세워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펼치는 중이다.

뛰는 야구의 퇴조 속에도 여전히 잘 뛰는 박해민(사진=엠스플뉴스).
뛰는 야구의 퇴조 속에도 여전히 잘 뛰는 박해민(사진=엠스플뉴스).

안정적인 수비도 삼성의 숨은 힘이다. 삼성의 팀 실책 수는 61개로 넥센(58개) 다음으로 실책이 적다. 단순히 실책만 적은 게 아니라 전체적인 수비의 품질도 높다. 특히 박해민을 중심으로 한 외야 수비는 기록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팀 승수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다. 수비력만 놓고 보면, 약팀과는 거리가 먼 삼성의 기록이다.

이처럼 시즌 초반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삼성은 이제 상대팀에게도 경계 대상이 된 지 오래다. 2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삼성이 쉽지 않은 상대”라고 경계심을 보였다. “우리 타자들이 선발 백정현을 잘 공략하지 못했다. 게다가 삼성의 공격력이 최근에 만만찮아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날 NC는 8연승의 외국인 에이스 제프 맨쉽을 앞세웠지만, 타선이 ‘백쇼’ 백정현에 꽁꽁 묶여 1-3으로 졌다. 백정현은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인 7이닝을 1실점으로 버텼고, 8회부턴 심창민-장원삼-장필준의 필승조가 올라와 NC의 추격을 봉쇄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6연승을 달린 NC의 질주가 복병 삼성을 만나 멈췄다.

이미 고춧가루 부대 수준은 넘어섰다. 7월 23일부로 한화를 제치고 리그 8위로 한 계단 순위 상승도 이뤘다. 거센 비와 폭풍우를 이겨낸 삼성의 하늘에 서서히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50경기, 리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이자 주목할 만한 팀이 된 삼성이다.

통계출처=스탯티즈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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