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후반기 무승에 그쳐있는 한화 이글스  (사진=엠스플 뉴스)
여전히 후반기 무승에 그쳐있는 한화 이글스 (사진=엠스플 뉴스)

[엠스플 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중위권 대혼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직은 시기상조고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올 시즌 가을야구에 대한 이야길 하고자 한다. 26일 현재, 10위 kt는 92경기 중 아직도 30승 고지에 오르지 못하며 승률 .315에 머물러 있다.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가을야구는 힘들어 보인다. 9위 한화 역시 92경기 가운데 36승 55패를 기록하며 승률 .396을 기록 중이다. kt보단 상황이 낫지만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7위 롯데와의 승차가 10경기나 난다.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시점이지만 한화 역시 ‘기적’을 바라지 않는 한 가을야구는 요원해 보인다.

한화는 시즌 중 감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고, 이후 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이끌어 가고 있다. 팀 리빌딩과 세대교체를 천명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아직 후반기 무승에 그치고 있는 한화의 현주소와 올 시즌 가을야구 가능성을 ‘기록’을 통해 분석해봤다.
.133 : 한화, 최근 15경기 2승 13패 승률 .133

한화가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4일 넥센전부터였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총 15경기에서 한화는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넥센부터 NC, 두산까지 모두 3팀에게 스윕을 당했고 LG와 롯데에게 단 1승씩만을 챙겼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승을 거뒀으나, 후반기 들어서도 7경기 모두 패하면서 어느새 7연패 늪에 빠져 있다.

이 기간 연패에 연패를 거듭한 결과, 한화는 어느새 삼성과 자리를 바꾸게 됐다. 한화가 2승 13패 승률 .133으로 부진했으나 삼성은 같은 기간 9승 6패로 승률 .600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제 한화는 8위 삼성에 두 경기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 경기에서도 9회 5득점으로 뒷심을 보였으나, 한 점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추격은 하되, 역전은 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되고 말았다.

8.25 : 한화,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10위

한화가 최근 15경기에서 2승밖에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마운드 붕괴에 있다. 이 기간 한화의 팀 타율은 .291로 KIA, 두산, NC, LG에 이은 5위를 기록했으나, 팀 평균자책점은 무려 8.25에 달했다. 타선에서 공격을 하고 어느 정도 점수를 낸다고 한들, 투수진의 대량 실점이 너무 많았다는 의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5경기에서 한화 투수진은 피안타율이 .356, 이닝 당 출루허용률이 1.91로 10구단 중 단연 높았다. 선발, 불펜 모두 부진했지만 특히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이 8.03에 이르며 이 기간 8패나 기록했다. 사실상 이미 선발의 무게에서 상대 팀에게 추가 기울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불펜진의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다. 이 기간 한화 불펜은 평균자책점 8.47을 기록하면서 5패를 기록했다.
5886899679 : 한화,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순위

시즌 중 감독이 바뀐다는 건 그만큼 ‘결단’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화의 부진이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올 시즌만큼은, 남은 기간만큼은 달라진 모습으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걸 행동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은 팀이 내린 결정이 현명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한화의 상황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고 오히려 더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한화는 이미 최근 9년 간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2008년부터 지난 2016년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성적이 2008년 5위일 정도다. 만약 이번 시즌까지 가을야구에 실패한다면 LG가 갖고 있는 ‘PS 진출 실패 최장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암흑기’라고 불러도 좋을 흑역사를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10년째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는 한화이글스의 팬들  (사진=엠스플 뉴스)
10년째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는 한화이글스의 팬들 (사진=엠스플 뉴스)

.692 : 잔여 경기 승률 ‘.692’ 한화의 가을야구 최소 조건

벌써부터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이 5할이라고 봤을 때 한화는 남은 경기에서 36승을 거둬야 한다. 승률로 따지면 무려 7할에 가까운 .692를 기록해야 한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IA가 승률 .656을 기록하고 있으니, KIA를 뛰어 넘는 활약이 필요한 셈이다. 극적인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가 아직 후반기 승리를 거두지 못한 데는 NC, 두산과 같이 한창 타격에서 물이 오른 팀과 연달아 만났다는 점도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만난 롯데는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좋은 흐름을 타는 중에 한화를 상대했다. 한화는 최악의 상황에서, 상대는 최상의 상황에서 격돌한 셈이다. 하지만 흐름이 나빴다고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앞으로 한화는 LG를 시작으로 NC, KIA, 다시 두산까지 연이어 상위권 팀들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연패부터 끊고 팀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607 : 한화, 최근 2년 간 외국인 투수 연봉 ‘607만 달러’

한화가 연패를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도 있다. KIA에는 헥터가, NC에는 맨쉽이, 두산에는 니퍼트가 있지만 한화에는 비야누에바도 오간도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간도는 두산 니퍼트 다음으로 연봉이 높은 외국인 투수다. 무려 180만 달러를 주고 영입했다. 그러나 올 시즌 12경기만을 뛰며 5승 4패 평균자책점 3.26밖에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마지막 선발 등판이 지난 6월 9일이었을 정도다. 고비용 저효율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비야누에바라고 다를 건 없다. 올 시즌 11경기 선발로 나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2.71을 기록 중이다. 부상으로 세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들쑥날쑥한 등판을 하고 있다. 한화로썬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버릴 수도 없고, 안고가기도 부담스러운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한화의 외국인 투수 문제는 비단 올 시즌뿐만이 아니다. 최근 2년만 살펴봐도 한화를 거쳐 간 외국인 투수는 카스티요, 로저스, 마에스트리, 서캠프까지 다양하다. 이중 카스티요가 거둔 7승이 최다승이었을 정도니 한화의 외국인 투수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최근 2년 간 한화에 몸 담았던 외국인 투수의 연봉은 607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8억에 이른다. 68억을 받았던 투수 6명이 모두 20승밖에 거두지 못했으니, 한화는 1승 당 약 3억 4천만 원을 투자한 셈이다. 야구계의 ‘큰손’이 따로 없다.
타구장 Key 넘버

➀ SK vs KIA : 연장전, 그리고 KIA의 2연승
이틀 연속 연장전을 치르며 선수들의 피로도도 상당히 쌓였다. 하지만 KIA는 2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SK는 6연패라는 숙제만 남겼다. 힘은 힘대로 쓰고 결코 웃을 수 없는 결과를 떠안은 것이다. SK로써는 오늘 경기에서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➁ NC vs 삼성 : 삼성, 728일 만에 NC전 스윕 도전
삼성이 이변을 일으키며 연이틀 NC에게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시즌 40승 고지를 목전에 두게 됐고, 반대로 NC는 1위 KIA에 6경기차로 벌어졌다. 만약 오늘 경기까지 삼성이 승리한다면 728일 만에 거두는 NC상대 스윕승이 된다.
➂ 넥센 vs LG : 최원태 vs 류제국, 팀 내 최다승 투수의 맞대결
황목치승의 빠른 발이 팀을 구해내며 LG가 기사회생했다. 이로써 오늘 경기 승리 팀이 위닝시리즈를 가져가게 됐다. 넥센은 최원태를, LG는 류제국을 선발로 예고했다. 최원태는 시즌 8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기록 중이고, 류제국은 시즌 7승으로 팀 내 최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양 팀의 자존심을 건 최다승 투수의 맞대결이다.
➃ 두산 vs kt : 두산, 312일 만에 7연승 도전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두산이 312일 만에 7연승까지 도전한다. 오늘 선발로 나설 투수는 니퍼트로, kt 상대 통산 6승 무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매우 강했다. 그 어느 때보다 7연승의 가능성이 높은 두산이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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