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사직]

| 올 시즌도 변함없이 맹타를 휘두르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 .팀 중심타자들의 부진에도 손아섭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해마다 변신을 선언하는 손아섭에게 올 시즌 맹타 비결을 물었다.

롯데가 후반기 첫 4연승에 성공했다.

7월 26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롯데는 선발투수 송승준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13안타 9득점)로 한화에 9대 8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후반기 첫 4연승에 성공했다. 롯데 ‘공격의 선봉’ 손아섭의 맹활약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아섭 "완벽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손아섭은 자신의 헬멧에 여러 가지 문구를 적어놓았다. '자세를 낮춰라' '가볍게 쳐라' '중심은 하체로'란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엠스플뉴스)
손아섭은 자신의 헬멧에 여러 가지 문구를 적어놓았다. '자세를 낮춰라' '가볍게 쳐라' '중심은 하체로'란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엠스플뉴스)

손아섭은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우익수 대신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은 그야말로 '손아섭의 날'이었다. 손아섭은 6회 기록한 2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4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월 11일부터 26일까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05/ 17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한 손아섭은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최근 타격 상승세의 비결을 묻자 손아섭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솔직히 요즘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에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행운의 안타나 내야 안타가 적지 않게 나왔어요. 덕분에 타격감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26일)도 그랬어요. 내야 땅볼 아웃으로 그칠 타구가 안타로 연결됐죠(웃음)" 손아섭의 얘기다.

7월 11일부터 26일까지 이대호(타율 0.154), 최준석(0.000), 강민호(0.200) 등 팀 중심타자들은 나란히 부진했다. 이 기간 손아섭 외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신본기(0.371)뿐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 손아섭은 지금의 성적에 만족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타율이 높아서 제 타격감이 괜찮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타구 질’이나 ‘공격 효율성’이 6월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누구보다 제가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손아섭의 6월 타격 성적은 타율 0.388/ 출루율 0.474/ OPS(출루율+장타율) 1.035로 공포 그 자체였다. 7월 타격 성적도 타율 0.351/ 출루율 0.437/ 장타율 0.581로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타격 전문가’ 손아섭에겐 용납될 수 없는 소폭의 기록 차이였다.


손아섭에게 부담감이란?


(좌로부터) '외야 황금 콤비' 손아섭과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좌로부터) '외야 황금 콤비' 손아섭과 전준우(사진=엠스플뉴스)

롯데 후반기 타선을 이끄는 손아섭. 그 화려함 뒤엔 언제나 무거운 부담이 숨어있게 마련이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웃음). 2012년으로 기억합니다. 정말 이상하게 그해부터 경기마다 부담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저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봐야할 겁니다. 저도 저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요.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부담감은 제가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까지 안고 가야 할 짐입니다. 지금도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아섭의 말이다.

손아섭은 어느새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꾸준함’은 손아섭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손아섭이 기록한 '8년 연속 110경기 이상 출전-타율 3할 이상' 은 롯데에서만 14시즌을 보낸 강민호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손아섭은 “이젠 성적이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야구'란 게 그렇다. 오늘 4안타로 웃어도 내일 무안타로 울 수 있는 게 야구다. 잘했다고 좋아하거나, 못했다고 기죽는 것보다 경기마다 정해진 루틴에 따라 행동하는 게 최고의 고타율 비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변화를 멈추지 않는 '타격의 달인' 손아섭

'도루 머신'에서 '출루 머신'으로 변신한 손아섭(사진=엠스플뉴스)
'도루 머신'에서 '출루 머신'으로 변신한 손아섭(사진=엠스플뉴스)

손아섭은 시즌마다 안주하지 않았다. '타격 달인'이 된 뒤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시즌엔 '뛰는 야구'에 중점을 뒀다. 덕분에 지난해 손아섭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도루를 기록했다(42도루). 도루 성공률은 무려 91.3%.

'한 베이스 더 진루하려는' 적극적인 주루는 더 대단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올 시즌엔 팀을 위해 모험 대신 신중을 선택했다.

"올 시즌 (이)대호 형이 팀에 합류하면서 타선에 무게감이 생겼어요. 여기다 (전)준우 형까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가세했죠. 기존의 (최)준석이 형, (강)민호 형 등과 함께 홈런 칠 수 있는 타자가 많아진 겁니다. 제가 괜히 뛰다가 아웃되면 공격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어요. 그래 올 시즌엔 도루 시도를 의도적으로 많이 줄였습니다." 손아섭의 설명이다.

물론 올 시즌도 순탄치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과 7월 2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온 '홈런 오심'으로 손아섭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손아섭은 이미 좋지 않은 기억을 털어버린 터다. 손아섭은 "비디오 판독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실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로 되레 비디오 판독 관계자들을 걱정했다.

가을 야구를 향한 마지막 출항을 앞둔 롯데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손아섭'이란 선원의 존재는 늘 든든하기만 하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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