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리며 야구팬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은 이종범은 누구보다 노력의 소중함을 잘 아는 이다.

이종범 “내가 천재?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몇 배는 노력했을 뿐”

건국대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할 당시의 이종범(사진=엠스플뉴스)
건국대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할 당시의 이종범(사진=엠스플뉴스)

‘종범神’ 이종범은 현역 시절 최고 슈퍼스타였다. 따지고 보면 그는 초교 시절부터 스타였다. 그런 이종범을 가리켜 야구인들은 “천재”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종범은 ‘천재’라는 찬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타고난 재능으로만 야구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야구선수로서 체격이 큰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야구를 처음 시작한 날부터 그랬어요. 학교에서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도 매일 밤 개인훈련을 진행했어요. 집에서 스윙 300번 이상을 한 다음 꼭 잠자리에 들었어요.” 이종범의 회상이다.

1년간 6만 번 이상 배트를 휘둘렀다고 말한 이종범은 자신이 그토록 야구에 매달린 이유를 담담하게 밝혔다.

“1남 6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어요. 가족이 많다 보니 항상 가난했죠. 어머니가 과일 행상을 하시면서 자식들을 뒷바라지해주셨어요. ‘가난에서 탈출하자. 그래서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생각이 절 야구에만 매달리도록 한 거 같아요.“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이종범(사진=엠스플뉴스)
해태 타이거즈 시절의 이종범(사진=엠스플뉴스)

1993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종범은 이해 ‘루키’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타율 0.280/ 16홈런/ 53타점/ 73도루를 기록한 것. 이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펄펄 날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종범은 일약 해태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신인 시절 큰 도움을 준 선배가 바로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님이세요. 한대화 선배는 부진에 빠져 괴로워하던 제게 다가와서 ‘너는 실패해도 괜찮아. 신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그건 팀이 잘못된 거야. 부담스러워 하지 마라. 두고 봐라. 너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가 될 거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한마디를 듣자 제 심장이 요동치더라고요. 자신감이 부쩍 생겼고, 그 덕분에 타격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종범의 얘기다.

타격 전 부문에서 특출난 활약을 펼친 이종범. 그 가운데서도 야구팬이 열광한 건 그의 빠른 발이었다. ‘바람의 아들’이란 찬사도 통산 510개의 도루에서 나왔다.

“젊었을 땐 출루하면 무조건 도루를 시도했어요. 주자로 루상에 나갔을 때 상대 투수와 포수를 상대로 머리싸움을 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마다 제가 다짐한 게 있어요.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계속 뛰겠다'는 거였어요. 1994년 한 시즌 84도루에 성공했던 날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납니다(웃음).”

그렇다고 좋았던 날만 있던 건 아니다. 이종범에게 일본 프로야구 시절은 선수 인생 가운데 가장 잊고 싶은 때다.

“일본 생활이 정말 힘들었어요.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에 일본 코치진들은 제 타격자세를 하나하나 다 뜯어고치려고 했어요. 제가 잘할 때는 절 인정하다가도 조금만 부진하면 바로 무시했습니다. 스트레스로 심한 원형탈모가 생길 정도였죠.”

이종범의 세계관 "노력이 뒷받침되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빨라진다."

이종범 전 한화 코치가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당시 착용했던 가면을 쓰고 중계 오프닝을 하면 장면(사진=알렉스 김)
이종범 전 한화 코치가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당시 착용했던 가면을 쓰고 중계 오프닝을 하면 장면(사진=알렉스 김)

현역 선수 은퇴 후, 이종범은 한화 이글스에서 2년간 코치로 일했다. 지금은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구장을 누비고 있다.

“선수 심경을 잘 대변하는 해설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마음은 그걸 경험해 본 사람만이 제대로 전달할 수 있거든요. 가능한 한 선수들의 마음을 가감 없이 야구팬들께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인터뷰를 끝내며 이종범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한다”며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더 빨라진다”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밝혔다.

강윤기 기자 stylekoo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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