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고된 2연전 일정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사진=엠스플뉴스)
폭염 속 고된 2연전 일정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8월 폭염 속 2연전 체제를 향한 현장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몇 년째 2연전의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없었다. 선수들의 경기력·체력 저하와 더불어 부상 위험성까지 커질 수 있는 2연전 체제다. 10개 팀 감독 모두 2연전 폐지에 뜻을 모았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 해결 방안 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7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17 KBO 올스타전이 열린 날인 동시에 10개 팀 감독자 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했다. 잠시나마 적이 아닌 KBO리그를 이끄는 각 팀의 수장으로서 리그 발전 방안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진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 가운데 8월부터 시작될 2연전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한 지방 구단 A 감독이 적극적으로 2연전 폐지 의견을 개진했다. 8월 무더위 속에서 진행되는 2연전은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A 감독은 2연전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면서 하소연에 가까운 말을 계속 쏟아냈다. 이를 들은 B 감독은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 하소연까지 할까’라고 느꼈다. 이후 감독들의 2연전 폐지 관련 의견을 모아 KBO에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2연전 체제는 2015시즌부터 10개 구단이 팀당 16차전을 치르기 위해 나온 리그 운영 방안이다. 2013시즌과 2014시즌 9개 구단 체재일 때도 여름에 2연전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시기엔 홀수 구단으로 운영한 시즌 특성상 한 팀은 무조건 휴식기를 보낼 수 있었다.
올 시즌도 8월 8일부터 시작해 9월 17일까지 6주간 2연전 일정이 이어진다. 일주일에 많으면 세 차례나 짐을 싸고 풀어야 하는 고된 시기다. 특히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라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도 더 커진다.
현장 모두가 힘든 2연전 체제

2연전이 시작하는 때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시기다(사진=엠스플뉴스)
2연전이 시작하는 때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시기다(사진=엠스플뉴스)

부산 사직 원정 2연전을 마치고 올라온 kt 위즈 김진욱 감독은 8월 10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부산에서 경기를 마치고 올라오니 새벽 4시였다”라며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광주에서 올라온 KIA 선수단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던 KIA 선수들 모두 10일 경기 우천 취소가 되자 “쉴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야밤에 버스로 이동하면서 잠을 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과는 당연히 천지 차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숙소에서 편히 자는 것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또 가는 중간 휴게소에 들르면 의도치 않게 깨야 한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면 오히려 그때부터 잠이 안 오는 선수가 있다. 그래서 아예 버스에서 깨어 있고, 숙소 도착 뒤 자는 선수도 있다. 각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만약 한 주의 2연전 일정이 원정·홈·원정이라면 버스로 일주일에 4차례나 이동해야 한다. 선수단과 코치진, 구단 관계자 모두 곤혹스러운 2연전 체제다. 특히 지방 구단 같은 경우 이동 거리에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부지방 아래에 위치한 롯데 자이언츠(약 3,455km)·NC 다이노스(약 3,117km)·KIA(약 3,310km)의 경우 올 시즌 2연전 일정에서 각자 3,000km가 훌쩍 넘는 이동 거리를 소화해야 한다. 앞선 A 감독의 하소연처럼 지방 구단의 볼멘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2연전 구조다. 지방 구단의 한 선수는 “2연전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수도권 팀을 위한 일정 아닌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구단뿐만 아니라 중계 방송사에도 2연전은 달갑지 않은 존재다. 길어진 이동 거리에 따른 현장 직원들의 체력 소모도 문제지만, 중계 케이블을 시리즈마다 야구장에 설치하고 철거하는 것도 고된 일이다. 일주일간 펼쳐지는 2연전에선 1시간에서 2시간 사이 남짓 걸리는 케이블 작업을 6차례나 반복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2연전 체제는 이동 거리가 길어져서 피로가 쌓이는 데다 중계 비용도 조금 늘어난다. 무더운 날씨에 현장에서 고생하는 중계팀을 생각하면 왜 2연전을 고집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갈 정도”라며 목소릴 높였다.
이렇게 몇 년째 2연전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변화된 것은 없다. 모두를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정 해결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선 몇몇 구단의 양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2연전 체제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KBO와 구단들이 합의하려는 움직임은 사실상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일장일단의 해결 방안, ‘2연전 난제’ 풀 의지 있나

구단들은 리그 일정 변경에 따른 흥행 여부에 민감하다. 2연전 체제 변화는 가능할까(사진=엠스플뉴스)
구단들은 리그 일정 변경에 따른 흥행 여부에 민감하다. 2연전 체제 변화는 가능할까(사진=엠스플뉴스)

먼저 리그 전체 경기 수를 조정하는 해결 방안이 있다. 3연전 체제로 홈·원정 경기를 공정하게 배분하려면 팀 간 16차전이 아닌 18차전 혹은 12차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팀당 162경기 혹은 108경기 체제는 비현실적인 숫자다. 가뜩이나 현장에선 144경기 체제도 한국 야구 여건상 경기 수가 많단 지적이 쏟아진다.
2연전 자체를 유지하되 시기를 앞당기자는 주장도 있다. 무더운 8월보단 따뜻한 봄부터 2연전을 진행하잔 뜻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구단 마케팅과 관중 동원을 고려했을 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리그 흥행몰이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다 관중이 가장 경기장을 찾기 좋은 날씨에 2연전을 편성하는 건 리그 전체적으로 손해라는 시각이다.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날씨가 좋은 4월과 5월에 최대한 팬들을 많이 끌어모아야 한다. 특히 5월엔 어린이날 시리즈 같은 흥행 매치업도 있지 않나. 2연전을 시즌 초에 편성하면 여러모로 흥행에서 손해 보는 상황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144경기 체제(팀 간 16차전)를 유지하면서 2연전을 없애는 방안도 있다. 한 팀이 홈 3연전을 세 차례 소화하면 상대 팀은 홈 2연전을 두 차례 소화하고 남은 한 경기를 홈에서 소화하는 방식이다. 남은 한 경기는 잔여 경기 일정에서 탄력적으로 편성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특정 팀이 해당 시즌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격년제로 해마다 각 팀이 손해를 주고받아야 한다.
하지만, 누가 먼저 손해를 보느냐에 대해 합의가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구단마다 처지가 다르기에 선뜻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수도권 구단들은 소위 말하는 ‘인기 팀’의 원정 경기가 많아야 한 시즌 장사가 된다. 또 가까운 미래에 시즌 운영 계획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손해를 떠안겠다고 손들 구단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처럼 2연전이란 난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엔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상황이다. KBO도 “2연전에 대한 여러 얘길 예전부터 듣고 있지만, 모두를 만족하게 할 방법을 찾긴 쉽지 않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10개 구단 감독들을 포함한 현장의 목소리는 확고하다. 기형적인 2연전 체제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단 것이다.

KBO와 구단 간의 진지한 고민과 토의, 그리고 해결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엠스플뉴스’의 취재 결과 2018시즌에도 144경기 현 체제의 유지가 유력한 상황이다. KBO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일정(8월 18일~9월 2일)과 관련해 시즌 개막을 조금 앞당기고 대회 기간 시즌 중단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 속 기형적인 2연전 체제는 다음 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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