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틀야구대표팀 함여훈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함여훈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l 리틀야구에서 ‘우승’은 결과다. 많은 이가 우승을 바라지만, 그보다 더 집중해 바라봐야할 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우울한 우승보다 즐거운 과정을 경험한다면 그것만큼 값진 성과도 없는 셈이다.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함여훈 감독은 '즐거운 과정'의 가치를 잘 아는 이다. 한국 리틀야구계가 함 감독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8월 11일 ‘리틀야구의 성지’ 미국 펜실베이니아 윌리암스포트로 출발했다.

리틀 대표팀은 18일 오후 6시(미국 시각) 캐리비안 지역 대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대장정에 돌입한다.

리틀 대표팀 함여훈 감독(서울 영등포구 리틀)은 “이번 대회가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며 “평생 한 번뿐일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참가 경험이 나중에 아이들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엠스플뉴스가 승리에 대한 집착보다 ‘즐거운 야구’를 강조하는 함여훈 감독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났다.

함여훈 감독 “리틀 대표팀 장점? 특출한 한 명’보다 ‘특별한 모두’가 팀을 끌어가는 것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대표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하게 된 리틀야구 대표팀(사진=엠스플뉴스).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대표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하게 된 리틀야구 대표팀(사진=엠스플뉴스).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하는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소개를 부탁합니다.

소개요?(웃음). 사실 우리 팀은 처음부터 ‘꼴찌’였어요.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팀이었죠. 반대로 생각하면 올라갈 일밖에 없는 팀이기도 했어요. 다행히 어느 팀보다 재밌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니 어느새 대표팀 선발전에서 우승도 하고,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까지 출전하게 됐어요(웃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도 즐거운 마음으로 치르고 오겠습니다.

역시 우승이 목표겠지요?

글쎄요. 전 아이들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승패'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물론 지려고 가는 건 아닙니다. 이기면 좋겠지만, 그보단 아이들이 그 큰 대회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즐겼으면 해요. 이제 13, 14살 아이들이니까요. 지금 그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이기느냐’보다 ‘얼마나 성장하느냐’입니다.

이번 리틀야구 대표팀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정의할지 궁금합니다.

다 함께 즐기는 야구팀?(웃음). 우리 팀은 특출한 에이스 한 명이 경기 전체를 끌고 가는 팀이 아니에요. ‘특출한 한 명’보다 ‘특별한 모두’가 팀을 끌어가죠. 그게 우리 팀의 최대 장점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끈끈한 팀 전력’도 그런 장점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다 함께 즐기는 야구'라, 꽤 근사하게 들리는 군요.

효과도 좋아요. 야구 자체를 즐기다 보니, 아이들의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아이들이 돼 있어요(웃음).

최고의 시나리오군요.

국가대표 선발전 때만 해도 우리 팀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08km/h 이하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투수의 속구 평균 구속이 115km/h를 넘깁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어요. 타자들도날이 갈수록 타구를 더 먼 곳으로 보내고 있고(웃음). 이게 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리틀야구 성지'에서 평생 한 번뿐일 축제를 즐길 아이들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리틀야구 대표팀 코칭스태프. 이종목 코치(서울 강서 리틀)-함여훈 감독(서울 영등포구 리틀)-박형식 코치(부천 소사구 리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리틀야구 대표팀 코칭스태프. 이종목 코치(서울 강서 리틀)-함여훈 감독(서울 영등포구 리틀)-박형식 코치(부천 소사구 리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드디어 ‘리틀야구 성지’ 윌리암스포트로 이동합니다.

윌리암스포트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리틀야구의 성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리틀야구 시설이 갖춰진 곳이에요. 리틀야구를 하는 세계 모든 어린이가 선망하는 '꿈의 무대'죠. 이런 무대에서 우리 아이들이 ‘선진 야구’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또래 친구들은 할 수 없는 ‘특권’을 누리는 거니까요. 대회 성적은 순전히 ‘보너스’라 생각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이 축제를 즐기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대회 성적은 순전히 보너스다? '우승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스포츠계에선 좀체 듣기 힘든 발언입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참가 경험이 있는 현역 메이저리거가 꽤 많아요. 그 선수들이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면 항상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떠요. 이번 대회가 먼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자료화면’으로 쓰였으면 하는 게 제 솔직한 바람입니다. 꼭 프로야구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이번 대회가 아이들 인생에 정말 소중한 ‘자료화면’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출정식을 가지는 리틀야구 대표팀(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8월 11일 인천공항에서 출정식을 가지는 리틀야구 대표팀(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가치도 역시 '과정'일까요.

그렇죠. 많은 분이 제게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물어보시던데요. 전 각오가 없습니다(웃음). 아이들 각오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리틀야구 대표팀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합니다.

경기는 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겐 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 노력할 때 매 순간 플레이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자연스레 성장하는 거겠죠. '승패'라는 결과보다 매 순간 집중하는 플레이로 후회 없이 즐기다 왔으면 좋겠습니다.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코칭스태프끼리 마음이 잘 맞아요. 박형식 코치(부천 소사구 리틀), 이종목 코치(서울 강서구 리틀)가 각자 위치에서 학생선수들이 보다 즐겁게 야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아이들과도 스킨십을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소통을 하려 노력하고 있고요. 그래서 팀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거 같습니다(웃음). 이 좋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값진 경험’ 쌓고 돌아오겠습니다. 우리 아이들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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