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들어 폭염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헥터다(사진=KIA)
후반기 들어 폭염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헥터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선두 KIA 타이거즈의 후반기 기세가 전반기와 비교해 떨어진 상황이다. 선발진의 단단함이 전반기보다 떨어진 게 그 원인이다. 여름 날씨에 어려움을 겪는 헥터 노에시와 선발 새내기로서 난관에 봉착한 임기영과 정용운의 반등이 절실하다.

‘8.12 대첩’이라 손색없을 정도로 극적인 대역전극이었다. KIA 타이거즈가 주말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가득 메운 홈 팬들에게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승리 속에서도 KIA엔 찜찜함이 남았다. 선발 투수가 겨우 아웃 카운트 한 개만을 잡은 하루였기 때문이다. KIA는 후반기 들어 헐거워진 앞문이 고민이다.

후반기 KIA 마운드의 앞문과 뒷문이 서로 뒤바뀐 분위기이다. 전반기 단단하기 그지없었던 선발진이 후반기 들어 부진을 겪고 있다. 반대로 전반기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은 불펜진은 짜디짠 짠물투를 펼치는 중이다.

KIA 선발진과 불펜진의 전후반기 평균자책 기록. 후반기 기록은 8월 12일 기준(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 선발진과 불펜진의 전후반기 평균자책 기록. 후반기 기록은 8월 12일 기준(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킨 전반기 KIA의 유일한 불만은 불안한 불펜이었다.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넥센 히어로즈에서 투수 김세현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도 올 시즌 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KIA의 결단이었다. 뒷문 불안으로 경기 후반 흐름에서 겪은 어려움을 후반기엔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단 각오였다.

“이젠 우리 불펜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꼭 해야 할 때다”고 말한 투수 심동섭의 굳센 다짐처럼 후반기 KIA 불펜진은 달라진 투구를 펼치는 중이다. KIA 이대진 투수코치는 “후반기 들어 각자 1이닝씩 맡아서 훌륭히 소화할 정도로 불펜진의 안정감이 생겼다. 각자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책임감도 엿보인다. (김)세현이가 들어온 것도 정말 큰 플러스 요인”이라며 달라진 불펜진의 활약상에 빙긋 웃었다.

하지만, 뒷문을 단단하게 조이자 앞문의 나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8월 12일 광주 LG 트윈스전(11-10 승)이 이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선발 정용운이 0.1이닝 6실점으로 완전히 조기에 무너졌다. 결국, 1회부터 남은 26개의 아웃 카운트는 온전히 불펜진의 몫이었다. KIA는 홍건희(4.2이닝 3실점)·심동섭(3.1이닝 1실점)·임창용(0.2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진 불펜진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6경기 차로 벌린 극적인 승리였지만, KIA는 마냥 웃을 수만도 없었다. 후반기 들어 선발진의 부진이 점점 극명하게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헐거워진 앞문과 맞물려 KIA는 후반기 10승 1무 9패로 전반기의 파죽지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습도 높은 한국 폭염에 지친 헥터

10일 우천 취소된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헥터가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10일 우천 취소된 수원 kt 위즈전에 앞서 헥터가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후반기 KIA 선발진은 양현종과 팻딘 두 투수가 나란히 이끌고 있다. 특히 양현종은 후반기 4경기(27이닝) 등판 3승 평균자책 2.00으로 과정과 결과 모두를 잡는 중이다. 팻딘도 전반기 막판 부진을 딛고 후반기 4경기(25.2이닝) 등판 1승 평균자책 2.81로 반등의 기미를 보인다.

하지만, 양현종과 팻딘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의 후반기 부진이 문제다. 특히 ‘에이스’ 헥터 노에시는 후반기 4경기(24이닝) 등판 1승 2패 평균자책 4.13으로 들쭉날쭉한 투구를 보여주는 상황이다.

헥터는 평소 힘을 살짝 빼는 투구를 이어가다 위기가 왔을 때 전력투구로 위기를 막는 스타일이다. 전반기 때 헥터가 보여준 이런 완급 조절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힘이 빠진 모양새다. 후반기 헥터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474(19타수 9안타)로 전반기 득점권 피안타율 0.235(81타수 19안타)와 비교해 현저히 나빠졌다.

KIA 김기태 감독은 헥터의 부진에 대해 무더운 날씨를 꼽았다. 김 감독은 “헥터가 오락가락한 무더운 날씨에 지친 것 같다.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투수라도 기복은 있다”라고 전했다. 이 코치도 “헥터는 지난해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여기에다 무더위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감도 있다”라고 바라봤다.

헥터는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의 여름보다 비교적 습도가 높은 한국의 여름 무더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헥터도 자신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단 신호를 코치진에게 직접 보냈다. 결국, 헥터는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면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다음 주 등판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휴식으로 헥터가 전반기 구위를 되찾길 바라는 KIA다.

후반기 난관에 부딪힌 선발 새내기 임기영·정용운

임기영의 밝은 미소를 최대한 빨리 보고 싶은 KIA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임기영의 밝은 미소를 최대한 빨리 보고 싶은 KIA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전반기 KIA의 히트 상품이었던 임기영의 갑작스러운 부진도 뼈아프다. 폐렴 증상으로 한 달여를 쉬고 온 임기영은 복귀 뒤 선발 등판 4경기(18이닝)에서 3패 평균자책 10.00으로 크게 부진했다. 결국, 임기영은 9일 1군에서 말소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이 코치는 임기영이 자신감을 되찾고 돌아오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결국, 투수는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전반기 좋았던 때와 비교해 확실히 임기영의 체인지업 구위가 떨어졌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전력 분석이 이제 된 상황이라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더라. 투구 폼의 문제도 약간 있다”고 설명했다.

옆구리 투수에게 체인지업 구위의 저하는 치명적이다. 낙폭이 줄어든 체인지업은 상대 타자들에게 치기 쉬운 먹잇감에 불과한 공이다. 실제로 임기영은 후반기 4차례 선발 등판에서 사용한 전체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0.382에 달했다. 임기영은 함평 퓨처스팀에서 등판을 1~2차례 소화한 뒤 1군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5선발인 정용운의 입지도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이다. 정용운은 후반기 4차례 선발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 20.70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최근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선 모두 1회에 조기 강판당하는 아픔도 겪은 정용운이었다. 김 감독은 “정용운은 전반기 팀이 힘들 때 고생한 투수다. (선발진 제외에 대해) 말하긴 아직 이르다.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고전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선발진의 후반기 부진과 맞물려 새 얼굴을 찾는 시도도 동시에 이뤄진다. KIA는 13일 광주 LG전 선발로 배힘찬을 내세운다. 배힘찬은 넥센 소속이었던 2010년 6월 9일 목동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2,622일 만의 선발 등판이다. 이 코치는 “최근 2군 투수 파트 쪽에서 선발 투수를 추천받고 있다. 남은 시즌 동안 기회를 얻는 투수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KIA는 후반기 들어 헥터·양현종·팻딘·임기영·정용운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 구축을 꿈꿨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선발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KIA의 앞문은 헐거워졌다. KIA는 대역전극 속에서도 그 찜찜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기 1위 질주의 큰 힘이었던 선발진의 위력을 꼭 되찾아야 할 KIA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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