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식에서 '나의 신조'를 제창하고 있는 아이들(사진=LLWS).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개막식에서 '나의 신조'를 제창하고 있는 아이들(사진=LLWS).

[엠스플뉴스]

l '리틀야구의 성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암스포트에서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가 개막했다. 성인 야구와는 조금 다른 리틀야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만 12세 이하 야구소년들이 만드는 ‘야구 동화’다.

이 대회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는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모두 하나가 돼 야구를 즐기는 축제, 그게 바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의 진정한 가치다.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가 8월 17일 ‘리틀야구 성지’ 윌리암스포트에서 개막했다.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지역 대표로 선발돼 세계 각지에서 모인 리틀야구팀과 선의 경쟁을 펼친다.

리틀야구가 선사하는 색다른 즐거움에 세계의 많은 야구팬이 즐거워한다. 전세계적으로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시청자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하지만, 리틀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규정은 가끔 보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리틀야구 규정은 우리가 알던 야구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 리틀야구는 6회 말 투아웃부터!

미국 지역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6회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짜릿한 승리를 맛본 뉴잉글랜드 팀(사진=LLWS).
미국 지역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6회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짜릿한 승리를 맛본 뉴잉글랜드 팀(사진=LLWS).

리틀야구가 성인야구와 가장 다른 건 ‘정규이닝이 6회까지’라는 것이다.

6회 말로 끝나는 리틀야구는 보는 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푸에르토리코전에서 3대 5로 뒤지던 6회 극적으로 3점을 추가하며 6대 5 대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 장면은 많은 이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성인야구라면 경기가 한창 진행될 6회에, 아이들이 마지막 사활을 걸고 열정을 쏟아붓는 장면은 리틀야구의 진정한 매력이다.

성인 야구와 달리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도 리틀야구만의 독특한 규정 가운데 하나다. 리틀야구는 경기 시간이 1시간 40분이 넘어가면 새로운 이닝을 시작하지 않는다. 만약 제한 시간을 넘긴 상황에서 양 팀이 동점이라면 선수들의 추첨을 통해 승패를 결정한다. 리틀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선 경기 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가운데, 양 팀이 동점으로 정규이닝을 마치면 연장전을 치른다. 단, 연장전은 1이닝만 진행한다. 예외적으로 준결승, 결승에선 시간 제한없이 각각 2이닝, 3이닝씩 연장전을 치른다.

시간 제한 내에 경기를 마치려면 경기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리틀야구에선 '2아웃 상황 에서 포수가 출루할 시 포수를 자유롭게 대주자로 바꿀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대주자로 교체된 포수는 다음 수비와 타격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박원준 한국리틀야구연맹 사무처장은 이 규정에 대해 “이닝이 종료한 뒤, 포수가 장비를 착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시간을 절약하면서, 경기 뛸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 대주자라도 출전할 기회가 생긴다는 건 정말 좋은 규정"이라며 "승패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을 주자는 리틀야구의 기본 이념을 잘 표현한 규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적 가치’와 ‘선수 건강’을 우선하는 리틀야구

리틀야구에선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 더그아웃은 물론 본부석에도 인사를 해야 한다. 8월 19일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1라운드 도미니카전이 끝난 뒤, 상대팀 더그아웃에 인사하는 리틀야구 대표팀(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리틀야구에선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 더그아웃은 물론 본부석에도 인사를 해야 한다. 8월 19일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1라운드 도미니카전이 끝난 뒤, 상대팀 더그아웃에 인사하는 리틀야구 대표팀(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리틀야구는 예의를 중시한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가치보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의를 갖춰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리틀야구에선 경기 시작 전 더그아웃 앞에 선수들이 정렬해 ‘나의 신조’를 제창한다.

리틀야구 규정은 선수가 경기 도중 껌을 씹거나, 야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선수는 구심 뒤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경기 종료 후엔 상대팀 더그아웃과 본부석을 향해 인사를 해야 한다.

선수단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승리’보다 ‘참가’를 더 의미 있는 가치로 여기는 리틀야구에선 엔트리에 등록된 모든 선수가 경기당 최소 1번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실력과 상관없이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게 리틀야구가 선보이는 교육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야구 꿈나무들의 안전 역시 리틀야구에선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경기에 나서는 리틀야구 선수는 예외 없이 양쪽 귀를 보호할 수 있는 헬멧과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파울볼에 맞을 염려가 큰 포수는 헬멧, 보호장비는 물론 낭심보호대를 필수로 착용한다.

리틀야구에선 아이들 안전을 위해 '전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금지하고 있다. 리틀야구 대표팀 박영식 코치(부천 소사구 리틀)는 “전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순간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야구경기를 펼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귀루할 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허용한다. 귀루 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전진 슬라이딩을 할 때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 부상 위험이 적다’는 합리적인 이유에서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투구수에 다른 휴식일 규정(표=엠스플뉴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투구수에 다른 휴식일 규정(표=엠스플뉴스).

'혹사 논란'도 없다. 리틀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 개수에 따라 휴식일을 보장한다. 어린 투수들의 건강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규정에 따르면 전날 20개 이하의 공을 던진 투수는 다음 날 다시 등판할 수있다. 하지만 21~40개 내외의 투구를 했다면 무조건 하루를 쉬어야 한다. 41~60개 공을 던진 투수에겐 이틀, 61~85개 공을 던진 투수는 사흘을 의무적으로 쉬게 하고 있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선 한 투수가 경기당 85를 넘는 투구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리틀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규정을 살펴봤다. 리틀야구 규정 곳곳에 리틀야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교육적 가치’는 물론, ‘미래 세상의 주역이 될 아이들을 향한 존중’이 물씬 느껴진다.

성인 야구와 다른 리틀야구의 독특한 매력을 만끽하면서,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한국 야구 꿈나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건 어떨까.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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