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이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장원준이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장꾸준(장원준+꾸준함)’은 장원준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별명이다. KBO리그 역대 3번째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기에 꾸준함만큼은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장원준이다. 이제 장원준은 이강철의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과 정민철의 통산 다승 2위에 도전한다. 꾸준함이란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았다.

‘장꾸준(장원준+꾸준함)’ 두산 베어스 투수 장원준에게 붙여진 유명한 별명이다. 이제 꾸준함과 장원준의 사이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한 경기 혹은 한 시즌 등 어느 순간을 짚어 봐도 장원준의 꾸준함은 확연히 돋보인다.
8월 18일 잠실구장에서도 장원준의 꾸준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장원준은 KIA 타이거즈 타선을 상대해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장원준의 시즌 14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 결과는 두산의 4-1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장원준은 시즌 10승(7패) 달성에 성공했다. 동시에 장원준은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달했다. 이는 두산 이강철 2군 감독(1989년~1998년/10년 연속)과 MBC SPORTS+ 정민철 해설위원(1992년~1999년/8년 연속)만이 가지고 있었던 대기록이었다. 게다가 좌완 투수로선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장원준의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관련 기록(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장원준의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관련 기록(표=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장원준의 꾸준함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2008년 12승(10패)으로 개인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한 2012년과 2013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10승 이상을 기록한 장원준이었다. 이렇게 장원준은 8년 동안 큰 부상이나 긴 슬럼프 없이 꾸준함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장꾸준’을 향해 보내는 찬사

3년째 호흡을 맞추는 양의지(왼쪽)와 장원준(오른쪽). 양의지의 리드를 절대적으로 믿는 장원준이다(사진=두산)
3년째 호흡을 맞추는 양의지(왼쪽)와 장원준(오른쪽). 양의지의 리드를 절대적으로 믿는 장원준이다(사진=두산)

8월 17일 경기 뒤 만난 두산 한용덕 수석코치는 장원준의 이런 대기록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다. 한 코치는 “사실 5회부터 장원준이 지쳐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도 타자를 어떻게 잡을지 아는 투수다. 체인지업이 최근 등판 가운데 가장 좋았다. 8년 연속 10승은 훌륭한 투수라는 명백한 증거다. 나도 현역 시절 투수였지만,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 코치도 장원준의 별명인 ‘장꾸준’을 먼저 언급할 정도였다. 한 코치는 “장원준은 ‘장꾸준’이지 않나(웃음). 그만큼 책임감이 정말 강한 투수다. 자기가 등판한 경기에선 힘이 떨어질 때까지 최대한 버티면서 던지려고 한다. 팀으로서도 정말 고마운 선발 투수”라며 고갤 끄덕였다.
두산에서 3년째 호흡을 맞추는 포수 양의지도 장원준의 꾸준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팀 동료다. 양의지는 “(장)원준이 형은 두말할 필요 없이 리그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국내 투수들 가운데 수비를 가장 잘하는 것 같다. 자기에게로 오는 타구나 번트 타구 수비가 정말 훌륭하다. 수비 실수로 흔들리는 법이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원준과 양의지는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그만큼 서로를 믿고 있기에 장원준은 양의지가 보낸 사인을 믿고 묵묵히 공을 던진다. 양의지는 “원준이 형이 거의 내 사인대로 던지니까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지면 내 탓이고, 이기면 원준이 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위기 상황에서도 ‘천천히 하자’ ‘공 좋으니까 자신 있게 던지면 된다’라는 얘기 정도만 한다”며 웃음 지었다.
장원준 “좌완 투수 최초 기록이라 자부심 느낀다.”

장원준은 역대 3번째로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사진=두산)
장원준은 역대 3번째로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사진=두산)

대기록을 달성한 장원준의 얼굴엔 무표정한 평소와는 다른 웃음기가 확실히 엿보였다. 그만큼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는 장원준 자신에게도 의미가 깊은 기록이다. 장원준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해 정말 기쁘다. 팀 동료들이 도와줘서 가능한 기록이다. 안 다치고 꾸준한 성적을 거둔 거 아닌가. 팀에도 좋은 기록이 더 의미 있다. 또 좌완 투수로선 최초의 기록이라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며 당당히 어깨를 폈다.
사실 이날 장원준의 구위는 100%가 아니었다. 하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과 날카로운 체인지업으로 병살타 3개를 유도하면서 위기를 넘긴 장원준이었다. 장원준은 “1회(25구)야 늘 하던 대로 어렵게 갔다(웃음). 안타를 계속 맞았어도 볼넷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춰 잡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던지니 병살타도 많이 나왔다. 다른 날보단 확실히 체인지업이 잘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장꾸준’이라는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장원준이다. 과거 성적에 부침이 심했을 땐 ‘장롤코(장원준+롤러코스터)’와 ‘장기복(장원준+기복)’ 등 좋지 않은 별명이 있었다. 장원준은 “예전엔 ‘장롤코’ 등 안 좋은 별명이 있었지 않나(웃음). 이젠 그걸 잊어도 될 것 같다. ‘장꾸준’이 가장 마음에 든다. 좋은 별명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군 복무 뒤 첫 시즌이었던 2014시즌이 장원준에겐 가장 큰 고비였다. 장원준은 2014년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10월 2일 한화 이글스전(5이닝 5실점)에서 가까스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제대 뒤 복귀한 2014년이 가장 큰 고비였다.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가까스로 10승을 달성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알아서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던진 한 해였다. 그래도 2015년 두산으로 이적한 뒤 잘 풀리기 시작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으로 내 이미지가 좋은 쪽으로 바뀐 것 같다.” 장원준의 말이다.
꾸준함이란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는다

장원준은 이제 꾸준함의 대명사가 됐다(사진=두산)
장원준은 이제 꾸준함의 대명사가 됐다(사진=두산)

앞선 한용덕 코치의 말처럼 장원준은 자신이 등판하는 날 있는 힘껏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그만큼 최대한 이닝을 많이 소화하려고 하기에 자연스럽게 투구 수가 많아진다. 장원준은 규정 이닝을 채운 리그 선발 투수들 가운데 올 시즌 경기당 평균 투구 수 리그 5위(103.6구)를 기록 중이다.
“우리 팀 선발 투수들의 최소 목표가 6이닝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구 수가 많아진다. 확실히 책임감을 느끼고 마운드에 오른다. 투구 수가 많은 것에 대해 걱정은 없다. 투수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다. 건강하게 공을 던지고 있는 게 다행이다. 또 양의지라는 좋은 포수가 있지 않나. 의지가 리드를 잘해주기에 그것만 믿고 던진다.”
장원준은 리그 1위라는 팀의 목표와 더불어 평균자책왕을 향한 욕심도 내비쳤다. 장원준은 8월 17일 기준 평균자책 리그 4위(3.18)에 오른 상황이다. 평균자책 리그 1위는 kt 위즈의 라이언 피어밴드(2.87)다.
“개인 타이틀을 한 번도 따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론 투수로서 평균자책왕에 욕심이 있다. 가능할진 모르겠다. 생각만 해보겠다(웃음). 팀이 2위에 올랐는데 다들 수치상 1위는 힘들지 않겠냐고 말하더라. 그래도 남은 기간 1위를 목표로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이제 장원준이 바라보는 꾸준함이란 목표는 더 높아졌다. 이강철의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와 정민철의 통산 승리 2위(161승) 기록을 향해 도전하는 장원준이다. 장원준은 17일 기준 통산 122승을 기록 중이다.
장원준은 “가장 욕심나는 건 이강철 감독님의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기록이다. 선발 투수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 내후년까지 꾸준한 성적으로 대기록에 한 번 도전해보겠다. 또 통산 승리 2위(정민철) 기록까지도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다. 통산 승리 1위(210승)인 송진우 선배님은 너무 멀다(웃음)”며 꾸준함이란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았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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