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이 온통 더러워질만큼 뛰었지만 3안타를 친 김헌곤의 얼굴에 만족감은 없었다. 되레 신중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먼저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유니폼이 온통 더러워질만큼 뛰었지만 3안타를 친 김헌곤의 얼굴에 만족감은 없었다. 되레 신중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먼저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김헌곤, 8월 17일 3안타 3득점 2도루로 맹활약.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스파이크끈 고쳐매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29)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던졌던 그때를 떠올리겠다는 절박한 각오다.

7년 차 외야수 김헌곤은 올 시즌 삼성 ‘최고의 발견’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을만하다. 95경기를 소화해 타율 0.272/7홈런/40타점/9도루를 기록하며 삼성 외야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많은 삼성 팬들이 김헌곤과 사랑에 빠진 이유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김헌곤의 ‘끈질긴 면모’와 ‘투지’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김헌곤은 마치 ‘내일이 없는 이’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사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김헌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김헌곤이 지난해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퓨처스 남부리그 타율왕(0.378)을 차지하면서 폭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헌곤도 기대에 부응하듯 전반기 출전한 76경기서 6홈런 38타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선 뇌관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김헌곤은 최근 8월 들어 11경기 타율 0.120에 그치며 급격한 내림세를 탔다.

그래선지 17일 수원 kt위즈전에 선발 출전한 김헌곤의 마음가짐은 더 절박해 보였다. 경기 내내 이를 악물고 뛰었고, 거침 없이 몸을 내던졌다. 바로 팬들이 사랑에 빠졌던 그 모습이었다. 그리고 김헌곤은 4타수 3안타 3득점 2도루 1볼넷으로 후반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8월 부진에 빠졌던 김헌곤, 초심으로 돌아간다

'허슬플레이의 대명사' 김헌곤(사진=삼성)
'허슬플레이의 대명사' 김헌곤(사진=삼성)

오랜만에 3안타를 친 소감은 어떤가.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이 나와서 더 기분이 좋다.


부상 당한 7월 이후엔 주로 하위타순에서 나섰다. 6월까지 도맡았던 2번 타순에 복귀한 효과가 있었나.

지금 워낙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타순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경기하면서 타순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한 타석이라도 절대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8월 부진을 탈출한 계기가 있나.

한동안 장타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그런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김한수 감독님께서 경기를 앞두고 나를 불러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지 잘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찾은 건가.

솔직하게 말하면 그건 아니다. ‘야구가 정말 어렵다’는 걸 최근 많이 느낀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해도 다음날이 되면 똑같은 상황에서 다시 풀리지 않았다. 그게 야구더라. 단,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는 마음속 생각의 정립은 됐다.

그게 뭔가.

‘난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거포가 아니다’란 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공을 맞혀서 최대한 출루하고, 상대 야수를 피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선수가 돼야 한다’라는 걸 오늘(17일) 다시 한번 느꼈다.

욕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인가.

그렇다. 최근 타격 감각이 계속 좋지 않아서 고민과 생각이 참 많았다.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많이 듣고 영상이나 이론도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다. 그게 오히려 독이 돼서 혼란이 왔다. 그러다 최근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장타는 내가 욕심을 낸 것이었다. 이젠 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헌곤 “매 순간 간절하게 뛰겠다.”

김헌곤(사진=삼성)
김헌곤(사진=삼성)

도루 숫자는 9개로 많지 않지만, 누상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면 그걸 믿고 작전 수행에 집중하고 있다. 코치님들께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고, 팀 동료 (박)해민이에게도 조언을 많이 구한다. 아직 많은 경험은 없지만,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올 시즌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있는 단계다.

김헌곤은 17일 kt전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한 이후 3회 2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재치를 유감없이 뽐냈다. 선두타자 박해민이 번트 안타에 이어 송구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하자 김헌곤은 다시 한번 허를 찌르는 3루 방향 번트를 댔다.

같은 코스로 다시 번트를 시도한 대담함과 김헌곤의 빠른 주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김헌곤은 이후 구자욱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다시 2루를 훔쳐 득점 기회를 이었다.

과감한 도루 시도가 돋보였다. 부상을 의식하진 않았나.

경기 도중에 나오는 부상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웃으며) 그걸 두려워하면 야구를 할 수 없다.

부상으로 결장하게 된 7월 이전엔 붙박이 주전이었다. 하지만 이젠 입지가 완벽한 상황은 아니다.

(한참 말을 고른 이후) 경기 출전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출전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게 대수비, 대주자, 대타라도 마찬가지다. 내겐 ‘팀에서 필요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악바리’ 김헌곤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제대하고 처음으로 1군 무대를 섰던 올 시즌 초처럼 매 순간 간절했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 한 타석, 한 이닝을 소중하게 다시 모든 걸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뛰겠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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