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이승엽, 수원과 뜨거운 아듀! kt 위즈 선수단에 전하는 당부. “프로라면 더 당당해져야 한다.”

“kt 후배들이 이걸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프로는 막내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8월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마지막 '수원 경기'를 치렀다. kt는 이승엽을 뜨겁게 떠나보냈고, 이승엽은 ‘진한 애정’을 담아 kt에 남은 시즌 선전을 당부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이승엽을 야구선수로, 또 인간으로서 존경한다”는 최고의 찬사로 대한민국 야구 사상 가장 위대했던 타자를 기념했다.

이승엽, 수원과 뜨거운 아듀! kt, 정성과 경의를 담아 이승엽을 떠나보내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번째 은퇴투어 기념 사인회를 하는 이승엽(사진=kt)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번째 은퇴투어 기념 사인회를 하는 이승엽(사진=kt)

2번째 '이승엽 은퇴투어'를 맞아 kt는 정성스럽게 행사를 준비했다. 첫 시작은 '어린이 야구팬들과의 만남'이었다. 18일 오후 5시 30분부터 kt 위즈 어린이 회원을 대상으로 '이승엽 사인회'가 진행됐다.

2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린 가운데 추첨을 통해 뽑힌 36명의 어린이가 사인회에 참가했다. 이승엽은 20분 정도 진행된 사인회에서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어린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인해줬다.

경기 전 오후 6시 13분부턴 양 팀 선수단이 더그아웃 앞에 나란히 선 채로 '이승엽 특별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상영됐다. 전광판엔 이승엽이 기록한 kt 위즈파크 1호 홈런 장면에 이어 생일축하 영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8월 18일은 이승엽의 생일이었다.

홈과 원정 관중이 이승엽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홈팀과 원정 팬들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이승엽은 연방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kt 유태열 사장과 임종택 단장, 김진욱 감독, 선수단이 각각 기념 동판, 꽃다발, 기념액자 등을 이승엽에게 전달했다. 특히 kt는 기념 동판에 이승엽의 등번호인 36번과 그의 좌우명인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kt 위즈 명예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도 수원시민을 대표해 이승엽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 염 시장은 이승엽에게 나무에 인두로 태워서 그린 인두화를 선물했다.

이승엽에게 수원화성행궁 운한각을 표현한 인두화를 선물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사진 가운데 오른쪽)(사진=kt)
이승엽에게 수원화성행궁 운한각을 표현한 인두화를 선물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사진 가운데 오른쪽)(사진=kt)

이승엽은 홈에서 출발해 1, 2, 3루를 차례로 돌면서 팬들의 성원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홈으로 돌아오면서는 kt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kt 선수단은 선수들의 사인과 덕담이 담긴 기념 액자를 이승엽에게 선물했다.

이승엽은 벅찬 감정과 즐거운 마음으로 kt가 준비한 ‘은퇴투어’ 행사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은퇴투어’를 마친 이후 이승엽은 kt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상대 팀임에도 이렇게 정성스러운 은퇴 행사를 마련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무엇보다 평생 잊지 못할 뜻깊은 생일잔치를 치렀다.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 기분 좋게 치르겠다.”

'기분 좋게 치르겠다'는 다짐과 달리 9회까지 이승엽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리고 연장 10회 초. 2사 2, 3루에서 kt는 다린 러프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이승엽과 상대했다. 김진욱 kt 감독의 ‘레전드’를 향한 마지막 예우였다.

kt의 바뀐 투수 엄상백도 147km/h의 강속구로 온 힘을 다해 이승엽을 상대했다. 이승엽은 엄상백의 5구째 속구를 공략했지만, 우익수 뜬공아웃으로 물러나며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끝냈다. 다음의 인터뷰는 경기 전에 진행됐다.


이승엽 “수원구장은 행복한 기억이 참 많은 곳”

2013년 9월 5일 수원구장에서 시즌 50호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사진=삼성)
2013년 9월 5일 수원구장에서 시즌 50호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사진=삼성)

생일 축하한다.

고맙다.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 내가 음력 생일을 챙겨서….

(일동 폭소)

음력으로 치면 생일이 윤달이라, 매년 (생일을) 치르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님이 조금 좋아하셨던 것 같다.

(다시 폭소) 양력 생일에 치른 10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했다.

기사로 접해서 알고 있었다. 최근 2경기서 무안타였는데 좋은 기운을 받아 좋은 타구를 날려보겠다.

수원 kt위즈파크 개장 홈런(2015년 3월 31일) 주인공이다.

일본 진출 전, 2003년에 50홈런을 기록했던 장소도 수원이다. 가끔 그 영상이 TV에서 나오곤 추억에 젖는다.

어떤 추억이 더 있나.

수원구장이 태평양 돌핀스의 ‘제 2구장’이었을 때부터 방문했다. 그리고 현대 유니콘스가 사용했을 때도 내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왜였나.

당시 현대는 굉장한 강팀이었다. 또 삼성과 '재계 라이벌'이었기에 수원에 올 때마다 더 긴장하고, 더 신경 써서 뛴 기억이 난다.


2003년 현대 심정수와 벌인 홈런 레이스는 그야말로 세간의 화제였다.

(환하게 웃으며) 맞다. 그 형(심정수)이 하나 치면 내가 하나 치고, 서로 옥신각신하면서 경쟁했다. 정말 추억이 많은 장소인 것 같다.

2번째 ‘은퇴투어’는 어떤 느낌인가.

사실 대전에서 한 첫 ‘은퇴투어’ 땐(8월 11일) 크게 실감이 안 났다(+우천 취소로 한화전 1경기가 더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18일) 수원에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경기론 정말 마지막이다. ‘이젠 여기서 야구를 더 할 수 없겠구나’ 생각이 드니까 더 허전하고, 아쉽다.

'진짜 프로' 이승엽이 kt 선수단에 진심을 다해 전한 이야기

이승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kt 위즈 선수단(사진=kt)
이승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kt 위즈 선수단(사진=kt)

김진욱 감독은 당신을 떠나보내며 진심을 담아 ‘존경한다’고 말했다.

(손사래를 치며) 정말 과찬이다. 해설위원이셨을 때도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정말 그때마다 늘 영광이었다. 김진욱 감독님은 미남이시지만, 또 호인이시지 않나.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저런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야구선배에게 그런 칭찬을 들었다는 게 내겐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정말 감사드린다.

김 감독뿐만 아니라 kt 선수들도 ‘위대한 선수’임과 동시에 ‘늘 꾸준했던 선수’인 당신에게 경의를 표했다.

(신중한 표정으로) 100% 다 공감할 순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프로선수였기 때문에 ‘작은 일이 생기면 크게 부각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조심하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물론 불편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가 되면서 많은 이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누리고 살았다. 그렇다면 충분히 ‘감수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kt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나.

kt의 1군 합류에 대해 우려했던 분도 있으셨겠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소중한 기회'를 준 구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 입장에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성장하는 팀인 kt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직 내가 현역 선수이기에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선배 입장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있다. 프로에선 막내와 꼴찌 구분이 없다. NC 다이노스도 신생팀이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kt가 늦게 KBO리그에 참여했다고 일등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좋은 말이다.

프로라면 ‘막내니까 괜찮아’란 생각은 떠올려선 안 된다. 경기에 나선 순간엔 전력이 강하든 약하든 모두 동등한 조건이다. ‘상대를 이겨야 우리가 올라간다’란 생각과 팀에 더 큰 애정을 품고 뛴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이제 현역 선수로는 3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은퇴가 실감 난다. 매 경기가 소중하지만 ‘경기에 꼭 나가야 한다’는 마음은 먹고 있지 않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진할 땐 다른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 그건 당연하다. 개인적인 욕심을 부린다면 팀에겐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기에 나가지 않고 벤치에 있어도 함께하는 것 아닌가. 한 타석을 더 소중하게 여기면서 뛰고 있다.

여전히 좋은 기량에 은퇴를 만류하는 이가 많다.

팬들은 만족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현재 내가 기록하고 있는 성적(타율 0.280/19홈런/69타점)이 만족스럽지 않다.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젠 정말 완벽하게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딱 맞는 시기가 됐다. (웃으며) 혹시 40홈런을 친다면 한 번 (은퇴 번복을) 생각해보겠다.

삼성에서 오랜 기간 이승엽을 지켜봤던 김용국 kt 수비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이승엽은 위대한 레전드인 동시에 훌륭한 모범 선수다. 그런 선수가 팀에 전하는 유‧무형의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다. 프로야구를 위해선 이승엽 같은 선수가 또 나와야 한다. 하지만, 다시 이런 선수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승엽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모든 이의 마음 역시 김 코치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린 대한민국 야구 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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