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이 때려낸 투런 홈런을 시작으로 총 4개 홈런을 치며 무서운 화력을 과시한 리틀야구 대표팀(사진=LLWS).
김동헌이 때려낸 투런 홈런을 시작으로 총 4개 홈런을 치며 무서운 화력을 과시한 리틀야구 대표팀(사진=LLWS).

[엠스플뉴스=윌리암스포트]

l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첫 단추를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꿰어냈다. 리틀 대표팀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캐리비안(Carribean) 지역 대표 도미니카를 10대 1로 완파했다. 특히, 리틀 대표팀 상위 타선이 선보인 홈런 4개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말 무시무시한 파워다”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1차전에서 캐리비안(Carribean) 대표 도미니카공화국을 10대 1로 완파하며 ‘새로운 전설’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8월 19일 오전 9시(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볼룬티어 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리틀야구 대표팀은 김예준, 신진원, 김동헌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이 홈런 4개를 쏘아 올리며 도미니카 마운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대표팀 함여훈 감독(서울 영등포구 리틀)이 경기 초반 예리한 눈썰미로 경기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리틀야구 대표팀은 ‘화끈한 홈런 쇼’로 화답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잠깐만요’ 경기 초반 흐름 좌우한 함여훈 감독의 어필

리틀야구 대표팀 함여훈 감독의 예리한 눈썰미가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리틀야구 대표팀 함여훈 감독의 예리한 눈썰미가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잠깐만요”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함여훈 감독이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회 초 주심에게 다가가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함 감독 주장은 1회 초 리틀야구 대표팀 리드오프 김예준이 헛스윙을 했을 때 ‘방망이가 포수 미트에 스쳤다’는 것. 방망이가 포수 미트에 스치면 타격방해(캐처 인터피어) 룰에 따라 타자가 1루로 출루하게 된다.

이내 함 감독은 통역을 불러냈고, 주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캐처 인터피어(Catcher Interfere): 타자가 스윙을 하는 도중 방망이가 포수 미트에 맞을 경우, 포수가 공격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해 타자는 1루로 출루하게 된다.

캐처 인터피어가 나오기 바로 전 장면, 도미니카 포수가 상당히 앞쪽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캐처 인터피어가 나오기 바로 전 장면, 도미니카 포수가 상당히 앞쪽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함 감독의 어필은 받아들여졌고, 주심을 포함한 모든 심판이 한자리에 모였다. 심판들이 회의를 거친 끝에 나온 결과는 함 감독이 판단한대로 ‘캐처 인터피어(Catcher Interfere)’였다.

경기가 끝난 후 함 감독은 “분명 ‘따닥’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그런데, 주심이 스윙을 선언해 ‘이건 아니다’ 싶어 어필을 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경기 초반 불확실한 판정에 휩쓸리면 경기 흐름 자체가 꼬일 것 같았다”는 게 함 감독 설명이다.

김예준은 1루로 출루했고, 2사 후 5번 타자 안 겸이 내야안타를 칠 때 홈을 밟았다. 함 감독의 예리한 눈썰미가 리틀야구 대표팀의 선취점을 만들어낸 것.

함 감독이 어필하지 않았다면, 1회 말 도미니카가 낸 점수가 선취점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리틀야구 대표팀 박형식 코치는 “그때 판정이 뒤집어지지 않았다면, 경기 흐름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함 감독 판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지 중계진 역시 “심판이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 의미 있는 결단을 내리면서, 팀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함 감독의 어필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경기 초반 흐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흐름 탄 리틀 대표팀 ‘Amazing Power' 선보이며 도미니카 맹폭

남다른 힘을 과시하며 도미니카전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신진원(사진=LLWS).
남다른 힘을 과시하며 도미니카전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신진원(사진=LLWS).

흐름을 가져온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총 4방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3회 초 무사 2루 상황 ‘리틀 대표팀 주장’ 김동헌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투 볼, 김동헌은 도미니카 선발투수 앙헬 제나오가 던진 7구째 타구를 강타했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뻗어간 공은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기자실에선 김동헌이 때려낸 홈런에 "Amazing Power(대단한 힘이다)!”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한 미국 기자는 “리틀야구 선수가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저렇게 과감한 스윙을 한다는 게 놀랍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동헌은 경기 후 “팀 배팅을 하려고 방망이를 갖다 댔는데, 공이 꽤 멀리 가더라고요. 공이 담장을 넘어가니,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동헌이 때려낸 홈런으로 한국은 도미니카로부터 4대 1로 도망갈 수 있었다.

김동헌 홈런이 터진 이후 망연자실한 도미니카 응원단(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김동헌 홈런이 터진 이후 망연자실한 도미니카 응원단(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4회 초엔 신진원이 초대형 홈런을 때려냈다. 신진원이 때린 타구는 좌중간 너머 어디쯤에 떨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멀리 비행했다. 설사 담장이 20m 뒤에 있었더라도, 홈런이 될 만한 타구였다.

이 장면을 지켜본 멕시코 기자 세르티오 씨는 “Holy Cow(이럴 수가)!”라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리틀야구에서 보기 힘든 엄청난 힘이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멕시코 기자의 설명이다.

대표팀의 ‘천하장사’ 신진원은 경기 후 홈런 상황에 대해 “그냥 평소처럼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그게 넘어갔어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다 1번 타자 김예준까지 홈런을 치자, 외국 기자들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ESPN 중계진은 “저 등 번호 6번(김예준)은 타격 재능이 정말 뛰어나다. 한국 1, 2, 3번 타순은 그야말로 공포의 타선”이라며 흥분했다.

이날 홈런 포함 3안타 4출루를 기록한 김예준은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타격감까지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라며 기자에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날 3안타 1홈런 4득점 맹활약을 펼친 리틀 대표팀 1번 타자 김예준(사진=LLWS).
이날 3안타 1홈런 4득점 맹활약을 펼친 리틀 대표팀 1번 타자 김예준(사진=LLWS).

김예준에 이어 신진원이 다시 한번 홈런을 때려내며 ‘백투백 홈런’을 완성했다. 야구장에 있던 많은 이가 리틀야구 대표팀 홈런 쇼에 “대단하다”, “엄청난 파워다”, “리틀야구에서 저런 타구는 반칙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동양에서 온 평범한 어린아이 3명이 방망이를 드는 순간 ‘헐크’로 변신해 홈런을 때려내는 장면이 현장을 찾은 리틀야구 팬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것이다.

세 타자가 4홈런을 몰아친 가운데, 리틀 대표팀은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도미니카 마운드를 맹폭격했다.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선보인 리틀 대표팀은 10점을 쓸어 담으며 도미니카를 10대 1로 꺾고,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에 안착했다.

‘든든한 주장’ 김동헌, 공식 인터뷰장에서 ‘얼음장’ 된 사연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공식 인터뷰'(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공식 인터뷰'(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경기가 끝나고,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주최 측에서 주관하는 공식 인터뷰가 열렸다.

한국 리틀리그대표팀 함여훈 감독과 이날 ‘홈런 쇼’의 주인공 김예준, 신진원, 김동헌이 인터뷰에 참석했다.

그저 야구를 즐기던 아이들에게 공식 인터뷰는 너무나도 낯선 환경이었다. 외국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아이들은 좀처럼 말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인 김예준에게도 공식 인터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김예준은 ‘윌리암스포트에서 야구를 해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인조잔디인데... 여기는 천연잔디라... 공을 잡는 데 적응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분위기 메이커’답게 취재진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는 건 잊지 않은 김예준이었다.

이날 ‘홈런 쇼’ 포문을 연 ‘리틀 대표팀 주장’ 김동헌은 취재진 질문에 입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다. 김동헌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음...” 하는 소리와 함께 대답을 이어가지 못하기 일쑤였다.

타석에서는 자신있는 스윙으로 화끈한 홈런을 선보인 김동헌이 공식 인터뷰장에선 ‘얼음장'이 돼버린 것이다.

'얼음장'이 된 '리틀 대표팀 주장' 김동헌(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얼음장'이 된 '리틀 대표팀 주장' 김동헌(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리틀 대표팀에서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신진원은 평소 말투와 가장 비슷한 어조로 질문에 대답해 나갔다. 신진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홈런을 쳐서 좋았다”, “다음에도 잘 하겠다” 등 극단적인 짧은 대답으로 일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덕분에 외국 취재진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겸연쩍은 미소만 지으며 퇴장해야 했다.

리틀 대표팀 함여훈 감독은 공식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에게 찾아와 “야구에 집중하느라, 애들 인터뷰 교육을 못 시켰다”며 껄껄 웃었다.

‘부동의 1번 타자’ 김예준은 “공식 인터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압박감이 상당하더라고요. 밖에선 이렇게 말도 잘하는데, 다음에 또 하면 잘 할 수 있습니다”라며 생애 첫 공식 인터뷰 소감을 밝혔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퇴장하는 '꼬마 영웅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얼떨떨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퇴장하는 '꼬마 영웅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기자들 앞에서 ‘얼음장’이 된 리틀 대표팀 주장 김동헌은 “왠지 모르겠는데, 거기서 정말 말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외국 사람이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너무 당황스러웠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무뚝뚝한 소년 신진원은 “그냥 물어보는 거에 성실히 대답했어요”라며 쿨하게 답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그라운드에서는 무시무시한 힘을 선보인 세 선수지만, 아직은 어린 소년임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도미니카를 완파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2라운드에서 일본을 상대로 ‘어린이 한일전’이라는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2017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펼쳐질 ‘어린이 한일전’은 MBC SPORTS+에서 생중계한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