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승리시 SK 소속 언더로는 12년 만에 10승을 기록하게 되는 박종훈 (사진 = 엠스플 뉴스)
오늘 승리시 SK 소속 언더로는 12년 만에 10승을 기록하게 되는 박종훈 (사진 = 엠스플 뉴스)

[엠스플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다.

4위 LG, 5위 넥센, 그리고 6위 롯데가 연일 안개 속 중위권 순위 싸움을 하면서 SK는 다소 밀린 듯 한 인상을 남겼다. 세 팀에 비해 승률에서 두드러지지 못하며 한풀 꺾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SK는 간절함으로 후반기 또 한 번 도약을 이뤄내고 있다.

전반기 종료 시점만 해도 SK는 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하락세 아닌 하락세를 타면서 5할 승률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 팀 순위는 7위까지 고꾸라졌고, 가을야구의 불꽃은 희미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 중위권 싸움의 키를 쥔 LG를 상대로 2연승에 성공, 1위 KIA를 만나서 13:1 큰 점수 차로 승리, SK가 3연승을 달리며 똑같은 7위지만 4위까지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됐다.

팀이 상승세를 탄 이 시점에서 SK는 박종훈 선발카드를 내세워 KIA 상대 2연승을 노리고 있다. SK 운명을 쥔 박종훈은 오늘 경기로 개인 10승, 팀 4연승까지 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박종훈의 10승은 개인으로서나, 팀으로서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박종훈의 두 자릿수 승수에 담긴 의미와 오늘 SK의 경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기록을 통해 분석해봤다.

12 : 박종훈, SK 소속 언더 투수로 12년 만에 10승 도전

박종훈은 리그에 몇 안 되는 언더 투수다. 손등과 지면의 높이가 5cm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언더 중에서도 정통 언더 투수에 속한다. 또한 구속도 빠른 편이 아니다. 신기할 정도로 다소 생소한 투구폼, 여기에 빠르지 않은 공까지. 약점 투성이의 선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올 시즌 만큼은 SK에서 13승을 거둔 켈리에 이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종훈은 올 시즌 22경기 선발로 나서 9승 7패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 중이다. 오늘 경기에서만 승리를 거두면 한 시즌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면서 데뷔 첫 10승 고지에 오르게 된다. 박종훈 개인에게도 10승은 의미가 있는 기록이지만, SK 팀으로 봐도 박종훈의 10승은 특별한 기록이다.

SK 소속 언더핸드 투수로 10승을 기록한 선수는 지난 2005년 신승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승현은 30경기에 등판해 12승을 기록했는데 선발로는 22경기 등판해 11승을 거두었다. 이는 14승을 거뒀던 김원형에 이은 팀 내 두 번째 최다승 기록이었다. 2005년 이후로 SK는 선발 언더핸드 투수들의 활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종훈의 10승은 SK 선발 언더의 계보를 잇는 기록인 셈이다. 특히, 신승현의 경우 정통 언더핸드라기 보다는 사이드로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통 언더핸드인 박종훈의 10승은 SK 팀 사상 최초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SK는 최근 몇 년간 토종 선발 10승 기록 자체가 김광현 밖에 없었을 정도로 토종 10승에 목마른 상태다. 김광현을 제외하면 지난 2012년 윤희상이 거둔 10승 9패 평균자책점 3.36 기록이 마지막 토종 10승 기록이었을 정도다. 토종 10승, 그리고 귀하디귀한 언더핸드의 10승이라는 점에서 박종훈의 기록은 참 소중한 기록이다.

2.63: 박종훈의 후반기 9이닝 당 볼넷

가능성은 늘 열려 있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까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박종훈 역시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제구만 된다면’이었다. 가능성은 큰 선수지만 늘 제구가 문제였기 때문에 그 가능성조차 미지수로 평가받은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전반기만 해도 박종훈의 9이닝 당 볼넷은 4.35개였다. 볼넷 6개에 사구 1개, 혹은 볼넷 5개에 사구 2개로 사사구만 7개를 내준 경기만 두 차례였을 정도다. 불안한 제구력으로 쉽게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곤 했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박종훈의 9이닝 당 볼넷은 2.63개로 떨어졌다. 불안한 제구력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불필요한 실점을 덜하게 된 것이다.

올 시즌 9이닝 당 볼넷 3.95개를 기록 중인 박종훈은 2011년 데뷔 이래 가장 적은 이닝 당 볼넷에 도전하고 있다. 2011년 데뷔 시즌만 하더라도 9이닝 당 볼넷이 4.05개, 2012년 7.00개, 2015년엔 무려 8.01개에 달했지만, 2016년 5.85개, 그리고 올 시즌엔 3.95개로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2.0 : SK, 4위 LG와 2경기 차

20일 현재 SK는 116경기 중 58승 57패 1무로 승률 .504를 기록 중이다. 순위는 7위일지라도 5할 승률 턱걸이에 성공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4위 LG, 5위 넥센과 불과 2경기 차, 6위 롯데에 1.5경기차 밖에 나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더 높은 순위로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게다가 최근 LG와의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KIA마저 큰 점수 차로 꺾으면서 SK의 기세는 올라갈 대로 올라간 상황이다. 만약 오늘 경기까지 KIA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SK는 56일 만에 4연승을 거두며 희망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최근 3연승으로 부활에 시동을 건 SK  (사진=엠스플 뉴스)
최근 3연승으로 부활에 시동을 건 SK (사진=엠스플 뉴스)

1 : SK, 최근 3연승 기간 투타 1위

최근 3연승으로 기세가 오른 SK. 이 기간 SK는 팀 평균자책점이 1.33으로 극강의 투수진을 자랑했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1.35로 3경기 모두 선발승을 거뒀고, 불펜진 역시 평균자책점 1.29로 2홀드를 기록했다. 이 기간 SK 투수진의 피안타율은 .198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다.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모두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줬다고 볼 수 있다. 투수진에서 활약한 만큼 타선에서도 화끈한 방망이를 보여줬다. 이 기간 SK 팀 타율은 .396으로 그야말로 대폭발 수준이었다. 3경기 44안타, 7홈런, 26타점, 27득점, 장타율 .685, 출루율 .443, OPS 1.128까지 타격 전 부문에 걸쳐 1위를 기록하면서 승률 100%를 일궈냈다. 한동민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최정 역시 부상을 당한 가운데 박정권, 최승준, 최항 등 타선에서 깜짝 활약하는 선수들이 나타나며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1,220 : 양현종, SK 상대 1,220일 째 패전 기록 無

오늘 SK가 상대해야 하는 KIA 선발은 양현종이다. 올 시즌 양현종은 리그 최강 토종 선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오늘 경기는 역대 한 시즌 개인 최다 승에 도전하는 양현종과 그 기록을 저지해야 하는 SK 타선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양현종은 그동안 SK를 상대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3경기 선발로 나와 완투 한 차례를 비롯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로 매우 강했다. 또한 역대 SK를 상대로도 43경기 출장해 12승 9패 평균자책점이 3.61에 불과했다. SK가 양현종에게 패전을 안긴 것이 무려 1,220일 전인 2014년 4월 18일이었을 정도다.

2014년 4월 18일 SK는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워 양현종과 상대했었다. 당시 김광현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5K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고, 양현종은 6.1이닝 동안 8피안타 7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타선에선 박정권이 3점 홈런을, 김강민, 이재원, 조동화가 장타를 때려내며 승리를 견인했는데, 6회와 7회 집중타와 함께 다득점에 성공하며 양현종을 무너뜨린 것이 주효했었다.

타구장 Key 넘버

➀ 롯데 vs 한화 : ‘진격의 한화’ 최근 8경기 6승 2패 1위

최근 8경기 6승 2패, 승률 .750을 거두며 리그에서 가장 좋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한화. 선발 배영수를 앞세워 3연승을 거두고자 한다. 배영수는 올 시즌 19경기 선발로 나서 6승 5패 평균자책점 5.98을 기록 중이다. 롯데를 상대론 4경기 선발로 나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3.78을 거뒀다.

➁ 두산 vs kt : 3연승 두산, 1위 KIA와 5경기 차

좀처럼 닿기 힘들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됐다. 1위 KIA와 2위 두산의 경기 차는 단 5경기차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현재 두산은 3연승, KIA는 3연패,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산은 오늘 경기 역시 시즌 상대전적 9승 2패인 kt를 상대한다. 4연승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➂ 삼성 vs LG : LG의 4위 탈환, 혼돈의 중위권

롯데의 일일 천하가 끝나고, LG가 다시 4위에 복귀했다. 하지만 4위 LG, 5위 넥센은 승차가 없고, 6위 롯데와는 불과 반 경기 차, 7위 SK까지와 2경기 차 밖에 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뀔 수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승리가 간절하다.

➃ NC vs 넥센 : ‘엘넥 사이언스’ 다시 시작된 평행이론

LG가 이기자 넥센도 이겼다. 두 팀은 승차 없이 나란히 4,5위를 달리면서 여전히 순위의 향방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롯데까지 가세해 순위 싸움은 더 오리무중이 됐다. 넥센 역시 오늘 경기를 놓칠 수 없다. NC 상대 2연승이 간절하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