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프런트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사진=LG)
LG 트윈스 프런트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사진=LG)

[엠스플뉴스]

LG 트윈스의 연승이 사라졌다. 8월 4일 이후 승률은 고작 0.333. 프런트의 '현장 개입' 소문까지 도는 LG의 이면을 취재했다.

8월 4일 이후 LG 트윈스에 사라진 게 있다. 바로 '연승'이다.

LG는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5연승을 내달렸다. 당시 4위였던 LG는 3위 두산 베어스를 2경기 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5연승이 끝나자 LG의 연승도 함께 사라졌다. 그 흔한 2연승조차 없다. '드물게' 이기면 다음 날 지거나 다시 연패에 빠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러다 보니 8월 4일부터 9월 1일까지 승률도 0.333(7승 1무 14패)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LG의 ‘가을야구 희망’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5위 넥센 히어로즈를 2경기 차로 쫓고 있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 게다가 LG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2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반전의 기회 자체는 많다.

하지만, LG의 가장 큰 문제는 경기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선수들이 전력에서 대거 이탈하며 LG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축 선수들이 전력에서 빠진 과정에 의문부호가 따라 붙고 있다.

잦은 1군 엔트리 변동, 양석환 말소 미스테리?

LG 트윈스 양석환(사진=엠스플뉴스)
LG 트윈스 양석환(사진=엠스플뉴스)

“8월 이후 LG 1군 엔트리 변동을 보면 LG 수뇌부의 조급증이 또 도진 느낌을 받는다. 어째서 주축선수들이 엔트리에서 자꾸 빠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도 이 중요한 시점에.” 전직 LG 출신의 한 야구인은 양석환의 엔트리 말소 소식을 듣고 고갤 갸웃했다.

그가 언급한 ‘LG의 조급증’이란 무슨 뜻일까. 이 야구인에게 그 말의 뜻을 다시 묻자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과거 암흑기 때 LG는 시즌 막바지만 되면 선수단 변동이 잦았다. 야구에 관심 많은 ‘윗분들’이 성적 조바심을 내면서 '보이지 않는 간섭'을 했기 때문이다. 요즘 LG는 그런 간섭이 많이 준 것으로 알지만, 최근 LG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양석환의 1군 엔트리 말소가 좋은 예다."

양석환은 올 시즌 LG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했다. 5월 이후 LG에서 가장 많은 63경기에서 4번 타자로 출전했다. 성적도 타율 0.272/10홈런/69타점으로 LG 타선에선 박용택 다음으로 좋다. 따지고 보면 올 시즌 LG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도 박용택과 양석환 둘 뿐이다.

그러나 LG 코칭스태프는 양석환을 8월 2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석환이 말소 직전 10경기(8.8~22일)에서 타율 0.189/4타점으로 부진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해못할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즌 막바지에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는 가운데 붙박이 4번 타자를 아예 1군에서 뺀 건 초강수 이상의 결정이었다.

이런 ‘파격적인 선택’의 배경은 무엇일까.

LG 양상문 감독은 “(양)석환이가 풀타임을 뛰면서 체력 문제를 노출했다. 또 최근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로 약점이 노출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타격 침체가 너무 오래가는 것 같다.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열흘 정도 2군에서 재충전하도록 지시했다”고 1군 엔트리 말소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양석환의 엔트리 말소 직후, 현장의 설명과는 다른 이야기가 돌았다. “양석환의 말소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된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최근 ‘LG 사장이 직접 나서 양석환의 타격폼을 지도해주고, 여러 조언을 해줬다’는 기사를 봤다. 프런트는 우연히 마주친 선수를 보고 좋은 마음에서 조언한 것이겠지만, 자칫 코칭스태프를 무시한 처사로 보일 수도 있다. 한편으론 '월권'이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장면이고. 양석환 1군 엔트리 말소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도 거기서 비롯됐다고 본다.” LG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의 증언이다.

공교롭게 양석환은 ‘지도 편달’ 기사가 나온 지 며칠 후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그렇다면 혹시 소문대로 양석환의 1군 말소가 현장이 아닌 ‘보이지 않는 힘’이 개입한 결과일까.

LG 관계자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양석환의 말소는 100% 현장의 뜻으로 결정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LG의 한 코치도 “감독님을 포함한 전체 코칭스태프가 결정한 사안이다. 체력 회복이 필요해서 내린 결정이다. 왜 그런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억울한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다른 팀 관계자는 “나도 ‘그 소문’을 들었다. 물론 시대가 바뀐 만큼 LG 코칭스태프의 주장이 맞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오얏나무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지 않나. 오해를 살만한 일을 먼저 만든 건 LG 프런트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사라진 로니, 실패한 외국인 타자 영입과 관리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상식밖의 무단이탈을 한 제임스 로니(사진=엠스플뉴스)
상식밖의 무단이탈을 한 제임스 로니(사진=엠스플뉴스)

공교롭게도 LG는 8월 이후부터 주축선수의 1군 엔트리 말소가 잦다. 그 결정이 선수단에 '득'으로 돌아온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1군 엔트리에서 포함된 선수들은 '반짝' 활약으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다시 퓨처스팀으로 돌아간 경우도 꽤 됐다. 이 기간 LG는 전력 약화로 어려움만 겪었다.

LG의 과감한 선택과 기다림이 막바지 전력상승에 큰 도움이 됐어야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오히려 추격의 동력마저 잃은 듯한 8월이었다. “LG 코칭스태프도 프런트 못지않게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여러 구단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외국인 타자 제임스 로니의 ‘무단이탈 사건’은 악재 중의 악재였다.

내용은 이렇다.

LG는 2군 강등에 불만을 품은 로니를 8월 29일 임의탈퇴 처리했다. 잔여 시즌을 외국인 타자 없이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로니는 부상당한 루이스 히메네스의 교체선수로 7월 말 합류했다. 23경기에서 타율 0.278/3홈런/12타점을 기록했다. 기록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속구에 약점을 보였고, 득점권에서 저조한 성적(득점권 타율 0.227)을 나타냈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8월 26일 로니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고,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LG 관계자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로니가 통역을 통해 ‘이 결정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을 양상문 감독에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로니는 메이저리그 통산 1천443경기에서 타율 0.284/OPS(출루율+장타율) 0.746/108홈런/669타점을 기록한 베테랑 타자다. 결국 로니는 갑작스러운 ‘2군 강등’이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로니는 LG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구단을 떠나겠다’고 통보하고 27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프로’의 기본적인 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로니의 상식 이하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LG는 가장 중요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마지막 한 달 외국인 타자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심지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외국인 타자가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계약 과정에서 위약금을 물게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둬야 하지 않았을까. 혹은 로니를 설득해 잔류시킬 순 없었을까.

LG의 여러 관계자에게 해당 내용을 질의하자 속 시원한 답변 대신 ‘책임공방’만을 내놨다.

LG 핵심파트의 모 관계자는 “로니 영입은 우리 쪽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잘 모른다. 계약은 다른 쪽에서 담당했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LG 프런트 관계자도 “말씀드리기 어렵다. 로니 계약은 윗선에서 진행한 내용이다. 선수단 관리는 현장의 몫”이라고 말한 이후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LG는 올 시즌 내부의 소식이 외부로 전해질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색출’에 가까울 정도의 정보 제공자 확인이 뒤따랐다. KBO(한국야구위원회) 행정을 그대로 따라하는 듯하다. 그래선지 LG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로니 사건’의 깊숙한 진실에 대해 말을 아끼고, 또 아낀다. 하지만, 결론은 모두 '남 탓'이다.

엠스플뉴스는 로니의 영입과 퇴단 과정에 LG의 한 고위 관계자가 깊이 관여했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의 취재에 응하기보단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외국인 타자 교체와 관련한 무성한 이야기들. 서로 '남 탓'하기 바쁜 LG

히메네스의 교체 과정을 두고도 현장과 프런트는 엇박자를 냈다(사진=엠스플뉴스)
히메네스의 교체 과정을 두고도 현장과 프런트는 엇박자를 냈다(사진=엠스플뉴스)

루이스 히메네스 교체 과정 때부터 잡음이 많았다. 일각에선 '올 시즌 5월 이후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실전경험이 부족한 로니를 데려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로니의 부진으로 이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영입 당시에도 프런트와 현장이 히메네스의 교체 여부를 놓고 엇박자를 냈다. 현장에선 히메네스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로니가 영입되자 많은 말이 나왔다.

LG 사정에 정통한 한 야구인은 “로니의 교체는 프런트의 의지가 상당히 개입한 결과였다. 프런트가 로니 영입에 ‘프런트 공이 크다’며 득의양양했던 것만 봐도 안다”며 “물론 의사결정에 현장도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런트가 쟁쟁한 커리어의 선수(로니)를 새 카드로 제시한 만큼 현장에서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설적인 건 로니가 불과 한 달여 만에 떠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건 결국엔 LG 선수단과 현장이란 점이다.

‘암흑기 시절’ LG는 유독 지도자 교체가 잦았던 팀이다. 뜨거운 ‘그룹 윗선’의 관심이 독이 되곤 했던 게 사실이다. 과도한 프런트의 현장 개입이 늘 문제로 지적됐던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 야구인은 LG의 최근 부침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현재 LG를 둘러싼 소문은 사실이 아닌 과거가 만들어 낸 어두운 그림자일 수 있다. 하지만 LG가 다시 밝은 태양 앞에서 ‘신바람’ 야구를 하려면, 이제 더는 ‘프런트의 과도한 개입’ 같은 과거 잔재는 사라져야 한다. 그게 건강하고 정상적인 구단이다.”

덧붙여 "LG 코칭스태프도 정신 차려야 한다. 팀 내부 이야기나 팀에 부정적인 소식을 외부에서 언급한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정보 제공자가 누군지 찾을 시간에 팀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태도"라며 "지금 LG만 보면 예전 LG와 별반 다를 게 '구태의 반복"이라고 일갈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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