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승 뒤 4연패에 빠지면서 김기태 감독의 고민도 다시 깊어졌다(사진=KIA)

5연승 뒤 4연패에 빠지면서 김기태 감독의 고민도 다시 깊어졌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이제 단 20경기가 남았다. KIA 타이거즈는 시즌 내내 지켜온 선두 자리를 수성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5연승 뒤 4연패하는 과정에서 팀 선발진에 금이 갔다. 4·5선발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선발 투수들의 불펜 알바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선발 투수는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필요도 있다.

이제 단 20경기만이 남았다. 2위 두산 베어스와 3.5경기 차. 선두 KIA 타이거즈가 가진 조금의 여유다. 최근 두산과의 광주 2연전 맞대결 승리로 벌었던 5.5경기 차가 곧바로 줄었다. 5연승 뒤 충격적인 고척에서의 역전패가 시작이었다. 그 날 나온 ‘불펜 알바’ 기용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다시 반등하는가 싶었던 KIA는 바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불펜진의 방화로 시작해 선발진도 금이 갔다. 9월 3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7-8 패)은 KBO리그 역사에 남는 역전패였다. KIA가 당한 9회 말 6점 차 역전패는 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사실 이날 9회 말 넥센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KIA의 패배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KIA는 선발 헥터 노에시의 8이닝 1실점 역투에 힘입어 7-1로 앞선 채 9회 말 수비를 맞이했다. 후보 야수들로 대거 교체한 KIA는 9회 말 한승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한승혁(0.1이닝 3실점)부터 시작해 심동섭(0.1이닝 3실점)·박진태(0이닝 1실점)·김진우(0이닝)가 연이어 등판했음에도 끝내 KIA는 이날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결과도 뼈아팠지만, 그 과정도 나빴다. 이 역전패가 가져온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3일 대역전패의 나비효과, 금이 간 KIA 선발진

김진우의 선발 복귀전은 1회도 못다 채운 채 마무리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진우의 선발 복귀전은 1회도 못다 채운 채 마무리됐다(사진=엠스플뉴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주(9월 5일~10일)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심동섭과 김진우를 9월 3일 경기 불펜으로 활용했단 것이었다. 8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5이닝 무실점)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과 더불어 깜짝 호투한 심동섭은 예정대로라면 9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 선발 등판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3일 불펜 등판으로 심동섭의 선발 등판 경기는 하루 밀린 6일 잠실 LG전으로 변경됐다. KIA 김기태 감독은 “심동섭이 3일 경기에서 불펜으로 등판했기에 선발 등판 날짜를 하루 미뤘다. 3일 경기 등판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5일 경기에서 등판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5일 경기에선 팻딘이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을 펼쳤다. 다행히 팻딘은 7이닝 1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소화했다. 하지만, 4일 휴식 후 등판인 데다 10일 광주 삼성전 선발 등판해야 할 팻딘은 단 85구만을 던진 채 팀이 3-1로 앞선 8회 말 직전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KIA 불펜진이 8회 말 무너지면서 3-3 동점을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어진 연장 10회 말에서 결국 마무리 김세현이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갤 숙였다. 투구 수가 적었던 팻딘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 더 막아줬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결국, 선발 로테이션 변경의 여파가 경기 분위기를 뒤바꾼 셈이다.

3일 경기의 ‘나비 효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일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심동섭은 이전 선발 경기 호투와 달리 구속과 구위가 떨어진 상태였다. 심동섭은 이날 1.2이닝 6피안타(1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KIA는 불펜진을 이른 시간에 가동했지만,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0-6으로 패했다.
7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한 김진우도 마찬가지였다. 김진우는 1회도 채 버티지 못했다. 0.1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3자책)으로 무너진 김진우는 팀이 0-3으로 뒤진 1회 초 1사 만루 위기에서 홍건희에게 곧바로 공을 넘겨야 했다.
“김진우가 길게 경기를 끌어줬으면 좋겠다”라는 김 감독의 바람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김진우가 일찍 무너진 여파는 너무 컸다. KIA는 한화 타선의 뜨거운 방망이에 혼쭐이 나면서 2-11로 대패했다. 5연승 뒤 4연패. 이 흐름은 리그 1위 팀답지 않은 기복이다. 4·5선발이 불안정한 상황을 전혀 수습하지 못한 KIA다.
독으로 돌아온 선발진의 ‘불펜 알바’

선발 등판 날짜 사이 불펜 등판을 한 심동섭의 구위는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사진=KIA)
선발 등판 날짜 사이 불펜 등판을 한 심동섭의 구위는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사진=KIA)

여기서 다시 짚어봐야 할 점은 선발 투수들의 ‘불펜 알바’다. 심동섭은 8월 30일 대구 삼성전 선발 등판에서 5이닝 85구를 던진 뒤 사흘을 쉬고 9월 3일 고척 넥센전 불펜 등판으로 0.1이닝 23구를 던졌다. 다시 이틀을 쉰 심동섭은 6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1.2이닝 46구를 소화했다.
심동섭은 2012년 5월 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5년여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상태였다. 시즌 도중 보직 변경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불펜 투수로 꾸준히 뛴 심동섭이 일주일 내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건 무리였을 수도 있다. ‘불펜 알바’ 자체를 부진의 100% 원인으로만 볼 순 없지만, 이런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은 점은 분명하다.
김진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김진우는 8월 30일 퓨처스리그 경산 삼성전에서 선발로 5이닝 77구를 소화한 뒤 9월 1일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 뒤 이틀을 쉰 김진우는 2일(1이닝 22구)·3일(0이닝 11구) 고척 넥센전에서 이틀 연속 불펜 등판을 소화했다. 그리고 다시 불과 사흘 휴식을 가지고 다시 7일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9일간 선발 등판 두 차례와 불펜 등판 두 차례를 소화한 김진우였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선발 등판 날짜 2~3일 전 불펜 투구를 소화한다. ‘워밍업’으로 몸을 끌어올리는 ‘루틴’의 단계다. 이렇게 소화하는 불펜 투구를 실전 경기에서 활용한 게 심동섭과 김진우의 사례였다.
하지만, 이런 선발 투수들의 ‘불펜 알바’ 활용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루틴’이 깨지는 상황에서 불의의 부상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발 등판 경기에서의 구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연히 불펜에서의 연습 투구와 실전에서의 구원 등판은 투구 강도나 긴장도에서 차이가 크다.
단기간 선발과 불펜을 오간 임기준의 부상

임기준은 선발 등판 이틀 전 불펜 등판을 소화하다 부상을 당했다(사진=KIA)
임기준은 선발 등판 이틀 전 불펜 등판을 소화하다 부상을 당했다(사진=KIA)

후반기 들어 임기준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부상을 당했다. 임기준은 8월 16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불펜 등판(0.1이닝)·18일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5이닝)·22일 광주 롯데전 불펜 등판(0.2이닝)·26일 마산 NC전 선발 등판(2.1이닝)을 연이어 소화한 뒤 다시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불펜 등판(0.1이닝)에 나섰다. 그 결과 임기준은 30일 경기 투구 뒤 왼쪽 광배근 손상으로 1군에서 이탈했다.
원래 임기준은 9월 1일 광주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이를 소화하지 못했다. 임시방편으로 정용운을 1일 선발 투수로 기용했지만, 1이닝 2실점 선발 조기 강판이란 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홍건희가 4.2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5-3 승리를 거둔 KIA였다.
‘결과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경기 결과로 봤을 때 KIA 선발 투수들의 ‘불펜 알바’는 독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설사 최근 불펜에서 ‘롱릴리프’로서 구위가 좋은 홍건희를 남은 시즌 선발로 투입한다 쳐도 그렇다. 불펜과 선발을 복잡하게 오가는 상황이라면 심동섭이나 임기준 같은 경우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선발 마운드가 무너지면 팀 타선도 경기 초반 힘이 빠진다. 선발진의 안정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선발 투수는 본업인 ‘선발 임무’에만 집중토록 하는 게 더 좋은 방안일 수도 있다. 다소 금이 간 KIA 선발진이지만, 불과 20경기만이 남았다. 추후 편성 경기 일정을 고려해 선발 마운드 문제를 잘 풀어간다면 KIA는 3.5경기 차의 거리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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