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진은 후반기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오선진은 후반기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

오선진, 후반기 타율 0.383 맹타. 오선진이 말하는 '그 날' 이후.

“‘그 날 이후’ 참 많은 게 바뀌었죠.”

한화 이글스 내야수 오선진은 올 시즌 많은 일을 겪었다. 사생활 문제로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4월 23일이 ‘많은 일’ 가운데 하나가 터진 ‘그 날’이었다.

이날 오선진은 팀 동료 양성우와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창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때라, 오선진과 양성우를 향한 비난은 더 강하고,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이후 오선진은 자신의 야구를 되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날’을 교훈 삼아 야구에 더 집중했다. 그 덕분일까. 7월 29일 1군에 복귀한 이후 오선진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프로 첫 5안타 경기’는 차라리 덤일지 모른다.

오선진, ‘선진야구’ 펼치며 연일 ‘불꽃 안타’ 행진

오선진(사진=엠스플뉴스)
오선진(사진=엠스플뉴스)

오선진은 9월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5안타 경기였다. 5안타 가운덴 2루타도 2개나 있었다.

오선진은 9월 8일 기준 후반기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3/ 36안타/ 1홈런/ 12타점/ 18득점을 기록 중이다. 29경기 중 멀티히트 경기만 12경기.

특히나 29경기에서 오선진은 110타석을 소화한 가운데 1번 타자로 50타석, 2번 타자로 28타석에 들어섰다. 1번 타자로 뛰면서 타율 0.405/ 출루율 0.480, 2번 타자론 타율 0.542/ 출루율 0.571을 기록했다. 후반기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로 오선진을 꼽는 이가 많은 이유다.

“요즘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최대한 좋은 타격폼을 유지하려고 평상시에도 타격폼을 자주 확인하고, 좋았을 때 타격 영상을 꾸준히 찾아보고 있다.” 오선진의 말이다.

오선진에게 올 시즌 전반기와 후반기는 ‘지옥과 천당’에 비유할 수 있다. 전반기엔 우울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오선진이 올 시즌 1군 무대를 밟은 건 4월 22일이 처음이다. 이전까진 퓨처스팀에 있었다. 1군 첫 경기에서 오선진은 대타로 나와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오선진은 내일을 기약했으나 23일 ‘그 일’이 터지면서 다시 퓨처스팀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그 날’ 이후 오선진에겐 1군 복귀 기회가 좀체 찾아오지 않았다. 6월 들어 어렵게 1군 복귀에 성공했지만, 16경기에서 타율 0.071에 그치며 오선진은 다시 서산 2군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그 날’ 이후 많은 사람이 날 보면 ‘그 사건’ 얘기만 꺼냈다. 그게 정말 힘들었다. 매일 전화가 걸려 왔고, 같은 설명을 수백 번 반복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피하게 됐다.”

퓨처스팀에 내려갔다고 ‘그 날’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퓨처스팀에서도 ‘그 날’이 늘 화제였다. 다른 팀 선수들까지 ‘그 날’에 대해 물었다. 심지어 경기 도중 타석에 들어섰을 때도 상대 더그아웃에서 ‘그 날’을 거론하며 날 놀리곤 했다.”

오선진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야구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퓨처스행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퓨처스리그야말로 오선진에겐 ‘도저히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무대’였다.

“무척 많은 생각을 했다.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받아들이려 해도 내 입장에선 정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이젠 정말 마음먹고 야구에만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오선진 “야구, 참 어렵네요. 진짜로요.”

오선진의 '선진야구.' (사진=엠스플뉴스)
오선진의 '선진야구.' (사진=엠스플뉴스)

오선진에게 프로 생활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2008 신인 드래프트’ 한화 2차 4라운드 26순위로 프로에 데뷔했지만, 빛을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선진의 잠재력이 드러난 건 2012년이었다. 이해 오선진은 1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3/ 105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 타율이 0.230까지 떨어지면서 결국 오선진은 그해 겨울 상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제대 후인 2016년에도 오선진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 부상도 있었고, 다시 팀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올 시즌까지 부진이 이어지니까 정말 힘들었다. ‘그 날’ 이후 6월에 다시 1군에 올라왔지만, 사실 그때도 타격감이 좋아서 올라온 건 아니었다. 부상자가 많아 어쩌다 기회를 잡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전혀 공을 못 맞히지 못했다.” 오선진의 고백이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힘든 전반기를 보내며 오선진은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다.

“6월 말 다시 퓨처스리그에 내려간 이후 정말 많이 노력했다. 김성래 퓨처스 타격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그래도 타격감이 좋아지질 않았다. 7월 말 또 한 번 1군 승격 기회를 잡았을 때 김 코치님이 ‘딱’ 한 마디 하셨다. ‘공이나 맞히고 오라’고. 다른 그 어떤 말보다 그 말이 내겐 큰 힘이 됐다.”

오선진은 ‘구체적으로 달라진 계기가 있었나’란 기자의 질문에 고갤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야구, 참 어려워요. 진짜로요.”

오선진(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팀 동료들과 함께 경기 전 담소를 나누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오선진(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팀 동료들과 함께 경기 전 담소를 나누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오선진은 요즘 구장에 들어서면 기본부터 떠올린다. 그래선지 수비도 ‘더 탄탄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근우의 후계자’란 말까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상황이다.

“많은 분이 내 장점으로 타격을 얘기하지만, 내 머릿속엔 항상 수비가 먼저다. 사실 예전엔 ‘수비형 선수’로 주목받기도 했다. ‘수비를 대충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나, 실제론 수비 때만 되면 항상 집중한다. 정말 ‘완벽하게 편안한 수비’를 하는 게 내 목표다.” 공‧수에서 더 완벽해지고 싶은 오선진의 욕심이다.

2017년은 오선진에게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즌이다. 동시에 ‘2018년의 오선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즌이기도 하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무리를 잘 하고 싶다. 지금 내겐 매일이 기회다. 올해가 끝이 아니기 때문에 더 노력해서 잘 시즌을 마칠 생각이다. ‘오선진이 참 괜찮은 선수구나’란 평이 나오게끔 노력하는 게 내 최대 목표이자 내게 주어진 임무라 생각한다.”

오선진이 자신의 목표를 완수한다면 먼 훗날 오선진의 ‘그 날’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