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외국인 타자' 러프를 다시 볼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푸른 눈의 외국인 타자' 러프를 다시 볼 수 있을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l 다린 러프, 삼성 역대 외국인 타자 3번째 100타점 기록. 삼성 “러프와 재계약을 1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긍정적인 반응. 재계약 관건은 '미국 복귀'나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이 될 전망.

‘푸른 눈의 타자’ 다린 러프(삼성 라이온즈)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올해 한국야구에 데뷔한 러프는 2017시즌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를 통틀어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러프가 9월 12일까지 121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놀라울 정도. 타율 0.308/ 26홈런/ 106타점/ 출루율 0.393/ 장타율 0.546/ OPS(출루율+장타율) 0.939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홈런은 4위, 타점은 1위다. 특히, 타점은 최형우(KIA, 117타점)에 이어 KBO리그에서 2번째로 높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이런 러프의 활약이 만족스럽다. 김 감독은 “이대로라면 러프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또 김 감독은 “원래부터 파워가 확실한 선수였다.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른다면 30홈런 100타점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재계약을 염두에 둔 예상이다.

실제 삼성 코칭스태프는 러프의 잔류를 가정해 내년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게다가 삼성은 올 시즌 종료 후 ‘이승엽의 은퇴’란 큰 공백을 메워야 한다. 사실 이미 러프는 삼성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됐다.

삼성, 러프 재계약에 ‘매우 긍정적’ 입장

러프는 삼성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3번째로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사진=엠스플뉴스)
러프는 삼성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3번째로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한수 감독의 말대로 러프는 올 시즌에도 강타자의 상징인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할 수 있는 페이스다. 게다가 득점권 타율도 0.360으로 매우 높다. '해결사 기질'도 있어 향후에도 중심타자로 제격이다.

러프가 기록한 100타점은 삼성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서도 훌리오 프랑코, 야마이코 나바로만이 달성했다. 특히 러프가 시즌 초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음을 고려하면 내년엔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만하다.

러프는 4월 22일까지 18경기에서 타율 0.150(60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으로 부진한 끝에 열흘간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그 이후엔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이처럼 역대 외국인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러프와의 재계약을 삼성이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부에서도 ‘재계약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아직 확정 사안은 아니지만 구단 입장에서 러프는 꼭 잡아야 할 선수”라며 “올 겨울 외국인 선수 재계약에서 러프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이 끝난 시점이 아니기에 아직 구체적인 교감에 들어가진 않았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 양 측 모두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어 전망은 낙관적이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러프가 한국 생활을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러프의 가족들도 한국의 안전한 치안과 편리한 생활환경에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귀띔했다.

“러프가 4월 한국야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이후엔 표정이 늘 밝다. 긍정적인 태도로 생활하고 있다. 훈련태도가 성실하고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어 안팎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도 러프에 대해 극찬하며 잔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러프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다”

다린 러프도 재계약에 긍정적인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다린 러프도 재계약에 긍정적인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러프는 재계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러프는 “팀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론 굉장히 좋은 시즌을 보냈다”라며 “겨울 이후 미래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한 삼성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라며 삼성과의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봤다.

입단 직후 스프링캠프에서 만났을 때도 러프는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한국에서의 정착’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러프는 당시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한다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고려할 순 있지만, 삼성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러프는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오랜 기간 유망주로 평가 받았지만 빅리그에선 성공하지 못했다.

20대 시절 내내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삶을 보낸 러프다. 이젠 서른하나로 나이도 적지 않다. 게다가 자녀를 둔 가장인 러프가 다시 힘든 환경을 감수하기란 어렵다. 러프도 ‘메이저 계약’을 미국 복귀의 기준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렇다면 러프의 '미국 복귀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러프의 메이저 계약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러프는 미국에서도 뚜렷한 장점을 보였던 선수다. 또 한국에 와서 기량이 발전한 것도 눈에 띈다. 선수가 눈 높이를 낮춘다면 고려해볼 팀이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어 좋은 조건의 빅리그 다년 계약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본프로야구의 '관심'이 최대 변수

러프의 가족(왼쪽에서 2번째, 3번째)도 한국에 대해 매우 만족해했다(사진=엠스플뉴스)
러프의 가족(왼쪽에서 2번째, 3번째)도 한국에 대해 매우 만족해했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러프와 삼성의 현실적인 재계약 관건은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러프에 어떤 제의를 할지가 ‘최대변수’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에서 러프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아직은 스카우트 자료를 모으는 단계지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들었다. ‘시즌이 끝난 이후 영입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내용은 사실이다. 삼성의 경기엔 일본 구단 관계자를 포함한 스카우트들이 방문하고 있다. “러프만이 대상은 아니지만 '관심대상'인 건 분명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머니게임’이 펼쳐진다면 일반적으로 국내구단이 일본을 이기긴 쉽지 않다. 삼성은 이미 릭 밴덴헐크와 나바로가 일본으로 떠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러프의 상황은 과거 ‘일본행’을 결심했던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본의 외국인 스카우트 성향은 보수적이다. 활약이 입증되지 않은 외국인 선수에게 계약 첫해부터 거액의 장기계약을 안겨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외국인 선수 영입과 보유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1군 4명 출전) 안정적인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야구계에 정통한 인사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러프는 아직 한국에서도 한 시즌밖에 뛰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종료 후 일본에서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이 삼성보다 나을 것이라 볼 순 없을 것 같다. 관심도 매우 뜨겁진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밴덴헐크, 나바로를 비롯해 한국에서 뛰다 일본으로 건너 간 외국인 선수들은 최소 2시즌 이상을 뛰고 이적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종합하면 삼성과 러프 양 측은 재계약에 긍정적이다. 그리고 러프의 ‘미국 복귀’나 ‘일본행’은 현실적인 여건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삼성과 러프가 ‘2번째 동행’을 위해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러프의 긍정적인 성격은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사진=엠스플뉴스)
러프의 긍정적인 성격은 또 하나의 큰 장점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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