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딘이 시즌 8승 고지에 올랐다. SK 강타선을 상대로 훌륭한 투구를 펼친 팻딘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팻딘이 시즌 8승 고지에 올랐다. SK 강타선을 상대로 훌륭한 투구를 펼친 팻딘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경기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며 끝내 울어야 했던 ‘팻크라이’가 이번엔 없었다. 후반기 들어 팀 선발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팻딘이다. 2승만 추가하면 시즌 10승이지만, 팻딘은 팀 승리를 먼저 얘기했다.

다행히 이번엔 ‘팻크라이’가 아니었다. 경기 끝까지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었다. 7회부터 연이어 나온 불펜 필승조가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마무리 김세현이 경기를 끝내자 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시즌 8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 투수 팻딘의 얘기다.
보통 여러 이유로 승운이 따르지 않는 선발 투수에겐 이름과 눈물을 흘린단 영어 단어인 크라이(Cry)를 합성한 별명이 붙는다. 승운이 안 따른 특정 기간 붙여진 ‘봉크라이(봉중근+크라이)’나 ‘켈크라이(메릴 켈리+크라이)’가 대표적인 예다. 팻딘을 향해서도 ‘팻크라이(팻딘+크라이)’라는 말이 종종 나온다. 올 시즌 준수한 기록에 비해 승수가 적기 때문이다.
팻딘은 9월 13일 기준 올 시즌 27경기(155이닝)에 등판해 8승 6패 평균자책 4.35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46 128탈삼진 37볼넷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총 14차례를 기록한 팻딘이다.
퀄리티 스타트 숫자(14차례)에 비해 승수(8승)가 아쉬운 팻딘이다. 그렇다고 팻딘을 향한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이 크게 부족한 건 아니다.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들 가운데 팻딘은 득점 지원 리그 6위(6.87득점)에 오른 상태다.
오히려 타선보단 불펜이 문제였다. 올 시즌 팻딘이 승리 투수 조건을 갖춘 경기에서 불펜진의 블론 세이브는 총 6차례가 나왔다. 이는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과 더불어 리그 1위에 오른 안타까운 기록이다.
그래도 팻딘은 꿋꿋이 자신의 몫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후반기 들어 흔들리는 KIA 선발진을 안정적으로 잡아준 투수가 바로 팻딘이다. 팻딘은 후반기에만 10경기(55.1이닝) 등판 3승 1패 평균자책 3.42 WHIP 1.28로 호투를 이어가는 중이다. 후반기 KIA 선발진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라는 팀 안팎의 평가도 이제 종종 나온다.
12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도 팻딘의 가치가 빛났다. 이날 선발 등판한 팻딘은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리그 팀 홈런 1위(222홈런) SK 타선을 상대로 팻딘은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7월 5일 문학 SK전에서의 아찔한 첫 만남(3이닝 3피홈런 8실점)은 잊어버린 듯 보였다. 팻딘의 눈빛부터 손끝까지 모든 곳에서 확고한 자신감이 묻어나온 하루였다.
팻딘의 역습 “SK 타자들의 공격성을 잘 이용했다.”

더그아웃 절친인 임기영의 복귀가 반가운 팻딘이다(사진=KIA)
더그아웃 절친인 임기영의 복귀가 반가운 팻딘이다(사진=KIA)

‘홈런 군단’ SK를 상대로 자신감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만족스러운 하루가 된 것 같은데.
일단 팀이 승리한 게 가장 기분 좋다. 몸 상태도 좋았고, 자신감도 충분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투구였다. 경기 초반 슬라이더를 써 봤는데 효과가 있었다. 몸쪽 속구와 바깥쪽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로 경기를 풀어갔다.
지난주 등판(9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감기몸살에 걸린 채로 공을 던졌다고 들었다. 몸 상태는 괜찮은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심한 감기몸살을 겪었다. 사실 그때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다. 1구 1구 던질 때마다 현기증이 나서 힘들었다. 아쉽게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는데 일주일 동안 회복에 집중했다. 다행히 지금 몸 상태는 괜찮다.
SK를 올 시즌 두 번째로 만난 하루였다. 7월 첫 만남 때 부진이 마음에 걸렸을 것 같다.
물론 첫 만남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7월보다 기술적이나 심적으로 더 자신감 생긴 상태였다. 최대한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자 했다. 힘 좋은 상대 타자들이 홈런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스윙하려는 걸 알았기에 그 점도 잘 이용했다.
후반기 들어 속구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 확실히 속구 구위가 좋은 날 경기가 잘 풀리는 분위기다.
일단 투구 자세와 관련해 기술적으로 굉장히 좋아진 느낌이다. 동시에 속구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평상시 내가 신경 쓰는 건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실투를 피하는 것이다. 오늘도 스트라이크 존 외곽으로 공을 던지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6회 말 김동엽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공은 실투였다(웃음).
팻딘 “무엇을 하든 팀 승리가 가장 중요”

팻딘은 최근 이대진 코치에게 받은 조언으로 효과를 봤다(사진=KIA)
팻딘은 최근 이대진 코치에게 받은 조언으로 효과를 봤다(사진=KIA)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투구 내용이 더 좋아진다.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한 경험이 쌓인 게 큰 도움이 되는 건가.
(고갤 끄덕이며)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KBO리그엔 좋은 타자들이 많다. 한가운데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타자들을 상대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공부가 됐다.
최근 이대진 투수코치에게 어떤 조언을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지난주 코치님이 얘기해주신 게 있다. 최근 공을 던질 때 몸 자체가 너무 빨리 앞으로 나온다고 지적해주셨다. 그래서 투수판에서 몸이 천천히 나오도록 연습한 게 효과가 있었다. 또 ‘항상 자신감 있게 네 공을 믿고 던져라’고 강조하신다.
더그아웃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임기영의 복귀가 반가울 것 같다.(임기영은 9월 8일 한 달여 만에 1군 등록된 뒤 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5이닝 1실점)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이 임기영의 복귀에 기뻐했다(웃음). 임기영은 굉장히 좋은 투수다. 선수로도 그렇지만, 인간적으로도 정말 훌륭한 선수라 그의 복귀가 정말 반가웠다.
이제 한 달 뒤면 포스트시즌이 다가온다. 팀 순위상 포스트시즌을 대비할 기간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생각하는 게 있나.
(고갤 내저으며) 아직 포스트시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사실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몸 관리를 잘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포스트시즌에서 내 등판 순서가 왔을 때 최대한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이제야 8승 고지에 올랐다. 사실 승운이 시즌 내내 따르지 않았다. 그래도 남은 등판에서 시즌 10승을 노릴 수 있는 분위기다.
나에게 최우선 목표는 팀 승리이다. 내가 10승 투수가 된다면 그저 ‘운이 좋은데’라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무엇을 하든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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