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과 김병주 구심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중계화면 캡처)
LG 양상문 감독과 김병주 구심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중계화면 캡처)

[엠스플뉴스]

KBO 심판-LG 트윈스, '반말 논란' 진실 공방. 떨어진 권위와 과도한 감정 싸움

“반말 해서 항의 했다.” vs “절대 반말하지 않았다.”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9월 12일 잠실구장. 3회 말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LG 양상문 감독이 갑자기 김병주 구심과 언쟁을 벌이다 선수단을 철수시킨 것이다.

돌발 사태 직후 KBO(한국야구위원회)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LG 강상수 코치가 ‘낮아?’라고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물어와 김 구심이 ‘반말을 지양해 달라’고 LG 측에 전달한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LG 강상수 투수코치는 “3년 선배인 김병주 구심에게 반말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절대 반말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격노한 양상문 감독 선수단 전원 철수 ‘강력 항의’

양상문 감독은 심판진에 항의하는 방법으로 '선수단 철수'란 방법을 택했다(사진=중계화면 캡처)
양상문 감독은 심판진에 항의하는 방법으로 '선수단 철수'란 방법을 택했다(사진=중계화면 캡처)

양상문 감독은 격노했다. 2014년 5월부터 LG 지휘봉을 잡은 이후 양 감독이 이렇게 격노한 건 처음이었다. 양 감독은 'LG 코칭스태프가 김병주 구심으로부터 정당하지 않은 지적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팀 사기’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도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발단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반말 논란'이었다.

3회 말 LG 공격을 앞두고 김병주 구심이 LG 더그아웃을 노려보며 서 있자 LG 코칭스태프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김 구심을 바라봤다. 팽팽한 '침묵의 대치'가 벌어지는 와중 LG 선수단은 그라운드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화가 난 표정의 양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김 구심에 격렬히 항의하기 시작했다.

양 감독은 김 구심을 향해 “왜 우리 코치를 노려보고, 그런 말을 하느냐”며 목소릴 높였다. 양 감독과 김 구심의 언쟁이 펼쳐지는 사이 LG 유지현 작전‧주루코치는 홀로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야구규칙 4.17 조항엔 몰수패와 관련해 ‘어느 팀이 경기장에 9명의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거나 이것을 거부하였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되어 상대 팀이 승리하게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선수들 없이 유 코치만 그라운드에 나와 있었기에 양 감독의 선수단 철수는 '몰수패 위험을 감수한 강력한 항의'라고 볼 수 있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 “강상수 코치의 반말이 갈등 배경”

KBO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반말'을 갈등 배경으로 꼽았다(사진=삼성)
KBO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반말'을 갈등 배경으로 꼽았다(사진=삼성)

경기가 재개한 뒤 기자는 김풍기 심판위원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정확한 상황은 본인(김병주 구심)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 다만, 전해들은 사건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며 말문을 열었다.

“LG 강상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하고 돌아가면서 김병주 구심을 향해 반말로 ‘낮아?’하며 (전반적인 소사의) 스트라이크 존에 관해 물었다. 김병주 구심이 ‘네, 낮습니다’라고 답했더니 재차 ‘진짜 낮아?’라고 다시 확인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말한 상황은 3회 말이다. 이닝 시작 후 LG 선발 소사는 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렸다. 무사 1, 2루 위기가 되자 강 코치가 통역과 함께 마운드를 방문해 소사를 진정시키고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반말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김 구심이 ‘반말로 항의하는 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닝 교대할 때 LG 유지현 코치에게 ‘반말을 지양해 달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4회 초 시작 전 공‧수 교대 상황에서 김 구심이 LG 더그아웃을 쳐다보자,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 양 감독과의 갈등은 전혀 없었다.” 김 위원장의 추가 설명이다.

LG, “절대 반말한 적이 없다.” 강력 반발

LG 강상수 코치는 “절대 반말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LG 강상수 코치는 “절대 반말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강상수 코치와 LG는 경기 종료 후 입장을 내놨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강 코치는 “‘노코멘트’하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강 코치는 “반말을 한 적이 없다. ‘낮아요?’라고 확인했을 뿐”이라며 “(김병주 구심이) 나보다 3년 선배인데 어떻게 반말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의 설명과 전면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LG 관계자는 “양 감독과 김 구심 모두 경상도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 톤이 높았다. 강 코치 발언도 톤 문제로, 반말로 들렸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소통의 오해에서 빚어진 사건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본다면 강 코치가 경기 도중 구심에게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물은 건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이다. 심판 권위가 땅에 떨어진 지금도 스트라이크-볼 판정만큼은 최대한 어필을 자제하는 야구계다. 설령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코치, 선수보단 감독이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강 코치가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김 구심의 대응 역시 적절하지 않았다는 게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구단의 운영팀장은 "강 코치 말이 반말로 들렸다 치자. 당연히 심판으로선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LG에 정식으로 항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경기가 끝난 뒤에 한번 더 항의해도 괜찮았을 거다. 하지만, 김 구심이 선택한 건 LG 더그아웃을 노려보는 행동이었다. '감정적 대응'이란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라며 "감정 조절에 실패한 심판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떨어진 그라운드의 신뢰, 스스로 권위 실추시키는 심판

KBO 심판위원회는 이번에도 모호한 설명으로 다시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문을 걸어 닫은 심판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KBO 심판위원회는 이번에도 모호한 설명으로 다시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문을 걸어 닫은 심판실(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이 사건의 핵심은 ‘심판과 현장간에 그라운드의 신뢰가 깨졌다’는 데 있다.

양측이 다른 주장을 하는 이상 ‘반말’의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부적절한 소통’이나 ‘신경전’ 문제로 사건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심판과 LG 모두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과잉대응을 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건 김풍기 심판위원장의 자세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여러 사안에서 심판 입장을 대변해왔다. 그 대변 가운덴 ‘거짓 해명’도 있었다. '배트 투 터치' 사건 때 "시즌 전 심판진이 모여 '배트 투 터치도 비디오판독 대상'이라고 합의했다"는 김 위원장의 설명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판명났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거짓 해명에 대해 사과하거나 그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젠 KBO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김 위원장은 심판들에게 "기자들과 이야기하지 마라"는 특명을 내린 장본인이다. 그렇다면 심판 대신 자신이라도 제대로 된 설명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강 코치가 반말을 한 게 원인"이란 말만 내놓은 채 경기가 끝나자 황급하게 자릴 떴다.

현장에서 이 사태를 지켜본 한 야구 관계자는 “신뢰를 잃은 심판진의 권위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잘 확인할 수 있던 장면이었다. LG 역시 불필요한 감정적 대응으로 논란만 키운 감이 있다"며 "야구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심판위원회를 관리, 감독하는 KBO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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