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의 만루 꽃이 활짝 피었다(사진=KIA)
이범호의 만루 꽃이 활짝 피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9월 12일 문학구장에선 만루 꽃이 활짝 피었다. 여름 들어 타격 부진에 빠진 이범호가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KBO리그 역대 최다 만루 홈런 기록 보유자다운 짜릿한 한 방이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이범호는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2016시즌 개인 최초로 시즌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이범호는 ‘아직 꽃이 시들지 않았다’라는 걸 증명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다소 주춤한 이범호다. 시즌 초 허벅지 부상으로 꽤 고생한 이범호의 타율은 9월 12일 기준으로 여전히 0.255에 머물러 있다. 이범호의 타격감은 여름 들어 더 뚝 떨어졌다. 8월 타율 0.188를 기록한 이범호는 9월 타율도 0.161에 그친 상태다.

그래도 KIA 벤치는 이범호를 꾸준히 선발 3루수로 내보낸다. 결국, 이범호가 살아나야 가을 야구 운영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KIA 관계자는 “이범호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꼭 살아나야 할 선수가 이범호다. 가을 야구까지 타격감을 서서히 올리면서 제 궤도에 오르면 그보다 더 큰 힘이 없을 거다. 지금도 한 방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9월 12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이 이범호가 지닌 ‘한 방의 가치’를 제대로 느낀 경기였다. 이날 이범호는 3루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의 6-2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이범호였다.

이범호는 팀이 1-0으로 앞선 3회 초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문승원의 초구 146km/h 속구를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즌 20호 홈런으로 이범호는 3년 연속 20홈런 달성과 더불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KBO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 만루 홈런(16번째) 기록도 이어갔다.

리그 역대 최다 만루 홈런 기록을 보듯 이범호는 만루 기회에서 자주 꽃을 활짝 피웠다.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 이범호는 타율 0.353(17타수 6안타) 1홈런 17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도 이범호는 만루 상황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2홈런 17타점으로 강했다. ‘만루의 사나이’라고 불릴만한 이범호의 성적이다.

비록 올 시즌 중심 타순에서 7번 타순까지 내려갔지만, 이범호는 하위 타순에서 ‘한 방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시즌 타율(0.255)은 낮아도 시즌 장타율(0.471)은 어느 정도 올라왔다. 이범호는 올 시즌 3루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리그 4위(2.03)에 오른 상황이다. 정말 최악의 상태까진 아니란 뜻이다.

이범호 “우승 위해 끝까지 신중해야 한다.”

만루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는 이범호를 팀 동료들이 반기고 있다(사진=KIA)
만루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는 이범호를 팀 동료들이 반기고 있다(사진=KIA)

9월 12일 경기를 마치고 만난 이범호의 얼굴은 조금이나마 밝아 보였다. 지난해 9월 23일 마산 NC 다이노스전 이후 1년여 만에 나온 만루 홈런이기에 더 속이 후련할 법도 했다. 이범호는 “2아웃 만루 상황이라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 경기 전 훈련부터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 공격적으로 스윙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고갤 끄덕였다.

최근 타격감이 안 좋은 건 누구보다도 이범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지난 주말 홈경기에선 훈련 전 특타 훈련까지 소화한 이범호였다. 이범호는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비디오 자료를 보면서 좋았던 스윙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오늘은 중요한 경기라서 더 집중력이 생겼다. 기분 좋게 타석에 들어서려고 했다. 게다가 운도 좋아서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승리로 KIA는 2위 두산 베어스와 3.5경기 차를 유지했다. 16경기가 남은 가운데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KIA의 상황이다. ‘더그아웃 리더’인 이범호도 팀 동료들에게 신중함을 강조했다.

이범호는 “최근 팀 상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 야구는 끝까지 모르는 것 같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끝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우승이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