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자' 데이비드 허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가을 남자' 데이비드 허프(사진=엠스플뉴스 김원익 기자)

[엠스플뉴스]

허프, 후반기 평균자책 1.00으로 KBO리그 호령. 가을만 되면 더 강해지는 비결은? 컷패스트볼 꺼내 들어 2시즌째도 ‘순항 중’

LG 트윈스의 데이비드 허프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선수다.

멋진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가을만 되면 끌어 오르는 ‘에이스 본능’ 덕분이다. 2017시즌에도 허프는 압도적인 투구로 강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컷패스트볼이란 새로운 무기까지 꺼내들어 승승장구하는 허프를 만났다.

‘압도적인 에이스’ 허프, 후반기 평균자책 1.00

데이비드 허프는 후반기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데이비드 허프는 후반기 압도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허프가 등장부터 강렬했던 건 아니다. 허프는 대체 외국인선수로 2016년 7월 14일(한화전) KBO리그에 데뷔했다. LG 입단 후 8월까진 4승 2패/ 평균자책 3.97으로 무난했다.

허프가 빛을 내기 시작한 건 날씨가 서늘해지면서부터였다. 2016년 9월 허프는 2승 1홀드/ 평균자책 1.13으로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허프는 포스트시즌에서도 1선발로 활약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허프의 2017년 전반기는 좋지 않았다. 2차례나 부상을 당했다.

허프는 스프링캠프에서 당한 무릎 부상으로 5월 12일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이후 허프는 9경기(구원 1경기)에서 2완투 포함 평균자책 3.38으로 회복하는 듯 했으나 또 '부상의 늪'에 빠졌다. 허프는 7월 9일 한화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 달 이상 결장했다.

그러나 2번째 복귀 이후 허프는 ‘완벽! 그 자체’다. 8월 16일 kt전 구원으로 나선 허프는 3이닝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2번째 복귀전을 마쳤다.

그리고 부상 복귀 이후 허프는 6경기(구원 1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 1.00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허프가 36이닝을 소화하며 내준 안타는 22개에 불과하다. 삼진은 34개나 잡았다.

특히, 허프는 9월 13일 롯데전에선 7이닝 무자책(1실점) 역투로 시즌 6승째를 올리며 팀의 연패까지 끊었다.

경기 후 만난 허프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저 경기마다 집중하고 좋은 투구를 하기 위해 애쓸 뿐”이라며 “부상 회복 이후엔 밸런스 유지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자가 ‘가을에 강한 이유’를 묻자 허프는 담담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유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맞다. 가을에 좋은 기억이 많긴 하다. 내가 원래 가을 체질이다. 땀이 적게 나고, 날씨가 서늘해지면 컨디션 관리도 더 편하다. 그 외 특별한 비결은 없다. 대단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다. 집중하고 잘 던지려고 애쓰는 건 매 경기 똑같다.”

허프, 리베라에게 배운 컷패스트볼로 KBO 호령

학습능력도 뛰어난 허프(사진=엠스플뉴스)
학습능력도 뛰어난 허프(사진=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한 베테랑 타자는 “허프의 컷패스트볼은 대비하고도 칠 수 없다"며 “자존심이 상하지만, 허프는 내가 이길 수 없는 투수”라고 고백했다.

이 타자의 말대로 허프는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 1.30으로 '천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교적 많은 안타(24개)를 맞았지만, 노련한 땅볼 유도로 실점을 최소화한 게 호투 비결이었다. 특히 넥센전에선 컷패스트볼이 효과를 발휘했다.

LG 양상문 감독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양 감독은 “허프의 커터가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프의 올 시즌 구종 비율은 속구 46.9%, 커터 31.8%, 체인지업 20.8% 순이다. 지난해는 속구(56.5%), 체인지업(23.2%)를 주로 던지는 '투 피치’ 투수였다.

허프는 13일 경기 후 “빠른 공이 좋았다. 커터의 제구와 움직임도 좋았다. 롯데 타자들이 바깥쪽 코스를 많이 노려 포수 유강남의 리드대로 몸쪽 코스를 공략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좌투수인 허프는 지난해 우타자(피안타율 0.203)를 상대로 강했지만, 좌타자(0.288)를 상대론 고전했다. 하지만, 커터를 꺼내든 올 시즌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0.252까지 떨어뜨렸다. 우타자 피안타율은 0.202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좌타자 기준 바깥쪽 코스로 빠르게 휘어지는 허프의 커터는 마치 ‘고속 슬라이더’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커터보단 휘는 각도가 더 크다는 평이다.

우타자 기준으론 허프의 커터는 몸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까다로운 공이다.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하면 우타자로선 타격 타이밍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올 시즌 좌-우타자 할 것 없이 허프에게 고전하는 이유다.

허프는 “미국 뉴욕 양키스(2013, 2014년)에서 뛸 당시 마리아노 리베라로부터 커터를 배웠다”고 말했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인 652세이브를 기록한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다. 특히 리베라는 선수 커리어 중반 이후엔 오로지 커터만을 던지고도 타자를 압도했다. 허프는 리베라에게 배운 그 커터를 지난해부터 갈고 다듬어 올 시즌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허프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커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 이후 좌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 연마했는데 올 시즌엔 오른손, 왼손 가리지 않고 잘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야구 전문가는 허프의 최대 강점으로 '안정된 속구 제구력'과 '뛰어난 변화구 구사능력'을 꼽는다. 허프는 올 시즌 9이닝 당 0.96개의 볼넷만을 내주고 있다. 경기 당 1개도 채 되지 않는 숫자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허프가 ‘체인지업과 커터의 위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허프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가을이 되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허프의 활약에 LG도 '가을야구'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원익 기자 one2@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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