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
KBO리그는 경기 시작 순간부터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의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엔 즉시 경기장 밖으로 퇴장 당한다. 여기다 추가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선수가 해당 규정을 어긴 장면이 포착됐다. 바로 KIA 타이거즈 투수 임창용이다.
8월 28일 허리 통증으로 내려간 뒤 회복에 집중했던 임창용은 9월 12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 앞서 다시 1군에 등록됐다. 임창용은 이날 경기에 곧바로 투입됐다. 당시 경기 전 KIA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의 허리 상태가 좋아졌고, 함평에서 공도 꽤 던졌다. 오늘(12일) 경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1군 복귀 첫날 임창용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투구를 펼쳤다. KIA가 6-2로 앞선 7회 말 2사 1, 3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임창용은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위기 탈출에 성공한 임창용은 8회 말에도 등판해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홀드를 기록했다. KIA는 9회 말 마무리 김세현을 올려 6-2 승리를 지켰다.
이날 임창용의 성공적인 복귀전에 큰 관심이 쏠렸지만, 리그 규정을 어긴 장면도 중계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해당 장면은 12일 경기 5회 초 2사 뒤 상황이었다. 최형우가 2루 땅볼로 물러난 뒤 중계 카메라는 불펜에 있던 임창용을 클로즈업했다.
당시 임창용은 양손으로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물건을 쥐고 있었다. 임창용의 두 눈도 그라운드가 아닌 그 '물건'에만 집중한 상태였다. 영상으로 이어진 임창용의 손동작을 보면 스마트폰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경기 시작 뒤 개인 스마트폰 사용은 명백한 리그 규정 위반
만약 임창용이 불펜에서 자신의 개인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면 이는 명백한 리그 규정 위반이다.
'2017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내용'에 따르면 경기 시작 뒤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코치·선수·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무전기·휴대전화·노트북·전자기기 등 정보기기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외부에서 얻은 불공정한 정보를 경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야구 관계자라면 누구나 아는 당연한 상식이다. 상기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해당 당사자는 곧바로 경기장에서 퇴장 조치된다. 필요하면 추가 제재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중계 카메라에만 짧게 잡혔을 뿐 임창용에겐 어떠한 제재도 없었다.
만약 전자기기 사용으로 퇴장을 당했다면 임창용의 7회 말 위기 상황 등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승부의 흐름이 다르게 진행됐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마흔이 넘은 KBO리그 베테랑 투수라고 예외일 순 없다. 누구에게나 리그 규정은 꼭 지켜야 할 규칙이다. 가뜩이나 KIA 선수단은 리그 1위를 확정 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전을 치르고 있다. '최규순 사건'으로 프런트 핵심인사들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KIA 팬들은 팀의 선전을 위해 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임창용이 리그 규정을 어기고서 불펜에서 개인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임창용이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들을 반복했다는 걸 충분히 고려한다손 쳐도,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창용은 스마트폰 사용이 포착된 다음날인 13일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도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팀이 10-9로 앞선 2사 만루에서 임창용은 무리한 속구 위주의 승부 끝에 최정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맞고서 패전 투수가 됐다. 스마트폰 사용 논란에 이어 충격적인 블론 세이브, 이중고를 겪은 임창용이다.
이 이중고가 외부가 아닌 본인이 자초한 고통들이라는 점에서 임창용을 향한 시선은 더 싸늘할 수밖에 없다.
강윤기 기자 stylekoo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