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이 1군 무대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7년 2개월. 일수로 보면 2,620일이다. 그 기간 4번의 큰 수술과 혹독한 재활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긴 시간을 뚫고, 사직구장에 다시 선 조정훈.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조정훈이 1군 무대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7년 2개월. 일수로 보면 2,620일이다. 그 기간 4번의 큰 수술과 혹독한 재활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긴 시간을 뚫고, 사직구장에 다시 선 조정훈.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

| 조정훈이 돌아왔다. 7년 만에 다시 오른 1군 마운드. 영원히 서지 못할 것만 같던 그 곳에서 조정훈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제 조정훈에겐 새로운 역할이 있다. 롯데 가을 야구 ‘도우미’로 팀을 이끄는 것이다. 가을 나기에 한창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 조정훈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4차례의 수술 그리고 7년 만의 1군 복귀. 이정도면 인간 극장의 주인공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조정훈의 야구 인생이 그랬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온갖 부상을 견디고 버텼다.

조정훈에게 7월 7일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2010년 6월 13일 한화 이글스전 선발 등판 이후 처음으로 1군 등록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에이스’ 조정훈이 돌아온 것이다.

7년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특유의 자신감은 예전 그대로였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을 꼽자면 ‘보직’이다. 2009년 다승왕 출신인 조정훈은 올 시즌 불펜 투수로 보직을 옮겼다. 이젠 불펜 필승조로 팀 승리를 이끈다.

올 시즌엔 조정훈의 성공적인 복귀와 함께 경사가 겹쳤다. 소속팀 롯데가 5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2009시즌 가을 야구를 경험했던 조정훈에겐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관없이 내 역할에 최선 다할 것"

올 시즌 조정훈의 보직은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투수’다. 셋업맨 조정훈은 또 어떤 모습일까(사진=롯데)
올 시즌 조정훈의 보직은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투수’다. 셋업맨 조정훈은 또 어떤 모습일까(사진=롯데)

7년 만에 돌아온 1군 마운드가 어색하진 않았나요.

(한참을 생각하다) 음. 이젠 시간이 조금 지나서 괜찮습니다. 지금은 1군 복귀전이 생각나지도 않습니다(웃음). 경기에 집중하면 다른 감정들은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1군 콜업 이후 ‘불펜투수’로 변신했습니다. 그것도 필승조로 말이죠.

처음엔 조금 무거운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불펜 경험이 많지 않아서 공 던지는 스타일이 익숙지 않았어요.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고요.

요즘 ‘순위 경쟁’이 치열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긴박한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상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 상황에서든 제 역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주 무기 ‘포크볼’은 여전히 날카로워요.

포크볼은 언제든 자신있습니다. 늘 던져왔던 공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최고의 포크볼을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포크볼을 던지자'보단 지금의 구위를 잘 유지해서 평균 이상은 가자는 거죠(웃음).

콜업 직후엔 속구 구사율이 높았지만, 최근엔 포크볼 구사율이 상승했습니다. '스타일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까요.

딱히 변화를 준 건 없습니다. 불펜으로 경기에 나서다보니 변수가 많았어요. 상황에 따라 던지는 공의 종류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차이인 것 같아요. 공을 많이 던진 것도 아니라서 공 몇 개에 수치가 달라질 수 있는 거죠.

'24살 에이스' 조정훈 "선배들이 이끌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조정훈은 올 시즌 첫 등판 이후 마운드에 설 때마다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곤 다시 이곳에 섰단 안도감의 깊은숨을 들이쉰다. 조정훈은 혼자가 아니었다. 언제나 옆에서 자신을 격려해준 선·후배가 있었기에 오랜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조정훈은 올 시즌 첫 등판 이후 마운드에 설 때마다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곤 다시 이곳에 섰단 안도감의 깊은숨을 들이쉰다. 조정훈은 혼자가 아니었다. 언제나 옆에서 자신을 격려해준 선·후배가 있었기에 오랜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팀 내엔 선배들이 많습니다(웃음). 그 가운데 송승준과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길었던 부상 경력도 그렇고, 그걸 이겨낸 것 역시 비슷합니다.

(송)승준이 형도 그렇고, 많은 선배가 항상 챙겨주세요. 평소에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입니다. 제가 마음 편히 던질 수 있도록 부담을 많이 줄여주세요. 덕분에 큰 힘이 됩니다.

7년 전과 달리 팀 내에 젊은 투수들이 많아졌어요. 감회가 새로울 듯합니다.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에 모르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언제 이렇게 나이만 찼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젠 선수단 내에서 '베테랑'에 속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잘하는 겁니다. 제 할 일만 잘한다면 굳이 말 하지 않아도 후배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후배들에겐 좋은 선밴가요(웃음).

(부끄럽게 웃으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 그 정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땐 팀 내엔 선배들이 많았어요. 다들 저를 친동생처럼 챙겨 주셨죠. 지금 후배들은 절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네요(웃음).

2009년엔 팀 내 큰 짐을 혼자 감당했습니다. '다승왕'이란 타이틀도 큰 부담이었을 듯싶어요.

솔직히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그저 철없이, 겁 없이 공을 던지던 시절이었죠. 어릴 땐 무서울 게 없었어요(웃음). 지금은 그때처럼 던지진 않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투구하고 있고요.

당시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같은 투수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팀 사정도 좋지 않았고요.

부상이란 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그저 마음속으로 형들이 빨리 돌아오기만 기다렸습니다.

'24세 에이스'에겐 반드시 해내야 한단 '압박감'이 따랐을 듯싶습니다.

솔직히 잘해야 한단 생각밖엔 없었어요. 전, 후 사정이야 어찌 됐든 내가 잘해야 팀이 이길 수 있는 거잖아요. 매 순간 공을 던지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선배님들이 항상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어린 선수를 끌어주셔서 제가 달릴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도움이었군요.

겁 없이 달려갈 때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액셀'도 밟을 수 있게끔 해주셨어요. 너무 달려갈 땐 천천히 잡아주시기도 했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거인' 조정훈이 천 번, 만 번 되뇐 그 말,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숱한 부상은 조정훈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숱한 부상은 조정훈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사진=엠스플뉴스)

2009년엔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후엔 끊임없는 부상이 찾아왔어요.

당시엔 힘들단 생각밖에 없었어요. 계속된 재활에 지치기도 했지만, 좋았던 때를 생각하면서 묵묵히 견뎠습니다.

4차례나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계속된 재발에 겁이 났을 법도 해요.

(한참 뜸을 들이다) 제가 이 말을 다 하려면 아마 끝이 없을 겁니다.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겪어보지 않으면 솔직히 모릅니다. '겁이 났다'는 말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요.

무조건 이겨내겠단 생각 뿐이었습니다. 속으로 천 번, 만 번 되뇌였어요.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성공하셨군요.

평생 이 길만 걷어왔습니다. 제겐 다른 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솔직히 다른 길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오직 마운드에 서게 될 그 날만 기다리며 훈련에 매진했던 게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다시 선 '사직구장' 그리고 '가을 야구'

조정훈에게 7년 전 가을 야구의 기억은 아직도 생상하다. 2009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조정훈은 7.2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조정훈에게 7년 전 가을 야구의 기억은 아직도 생상하다. 2009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조정훈은 7.2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부산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그립지 않았나요.

(얼굴에 화색이 돌며) 좋죠. 정말 재미있잖아요. 부산팬들의 응원 소리 들으면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팬들이 제 이름을 외쳐주면 왠지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

아닙니다(웃음). 제겐 지금 이 순간이 훨씬 소중해요. 예전에 집착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또 저만 속상하죠. 잊어버리고 사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훨씬 중요해요.

롯데가 5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을 코앞에 뒀습니다. 조정훈 선수도 가을 야구와는 좋은 기억이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오래 돼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웃음). 아직 가을야구 진출이 확정된 것도 아니예요. 만약 나가게 된다면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예전 성적은 의미가 없어요. 다시 부딪혀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 느낀 즐거움은 평생 잊지 못한 경험이었어요.

후배 선수들이 가을 야구에 관해 물어보진 않나요(웃음).

정말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솔직히 제 이야기를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직접 느껴보라고 말해요. 그래야 가을 야구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 가을 야구와 마주했습니다.

제가 지금 상황을 따지고 할 처지가 아닙니다. 무슨 역할이든 맡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뭘 잘하겠다보단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다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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