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이 9월 19일 광주 SK전에서 걱정스럽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비 실책으로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기태 감독이 9월 19일 광주 SK전에서 걱정스럽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비 실책으로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광주)]

선두 KIA 타이거즈가 다시 2위 두산 베어스의 추격권에 들어왔다.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총력전에 나선 SK 와이번스에 덜미를 잡힌 KIA였다. 불안정한 팀 수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규시즌보단 포스트시즌이 더 걱정이기 때문이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선두 KIA 타이거즈가 또 ‘삐끗’했다. 5위 확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 SK 와이번스에 덜미가 잡힌 KIA였다. 동시에 2위 두산 베어스와의 거리가 다시 좁혀졌다.
KIA는 9월 19일 광주 SK전에서 4-7로 졌다. 시즌 81승 1무 52패를 기록한 KIA는 타이거즈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 도전에 실패했다. 같은 날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승리한 두산과의 경기 차는 2.5경기로 줄었다. 다시 안심할 수 없는 KIA의 상황이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이미 SK의 분위기가 KIA를 압도했다. KIA의 흔들린 수비가 문제였다. KIA는 0-1로 뒤진 2회 초 선두 타자 김동엽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김동엽은 과감히 2루까지 내달려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좌익수 최형우가 평범한 김동엽의 안타 타구를 한 차례 더듬었기 때문이다. 후속 타자 김강민이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기에 더 아쉬운 장면이었다.
김성현의 좌전 안타로 이어진 2회 초 1사 1, 3루에서도 실책이 또 나왔다. 이재원이 2루 방면으로 땅볼 타구를 날렸고, 유격수 김선빈이 이를 가까스로 포구해 2루로 공을 던졌다. 김선빈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린 상황이었기에 정확한 송구가 쉽지 않았다. 결국, 김선빈의 송구가 빗나가면서 유격수 송구 실책으로 위기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선발 양현종의 폭투와 노수광의 2루 땅볼이 연이어 나오면서 한 점을 더 내준 KIA였다. 실책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점수를 허무하게 내준 셈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KIA가 1-3으로 뒤진 7회 초에도 수비가 흔들렸다. 이번엔 양현종이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후속 타자 김성현의 희생 번트 시도가 나왔지만, 양현종이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번트 타구 처리를 망설이면서 공을 잡지 못 했다. 1사 2루가 무사 1, 2루로 변하면서 다시 큰 위기에 처한 양현종이었다.
결국, 양현종은 7회를 매듭짓지 못했다. 양현종은 무사 1, 2루에서 대타 조용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계속된 무사 2, 3루 위기에서 노수광과의 대결을 앞두고 양현종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양현종의 실책성 플레이로 잡지 못한 아웃 카운트 한 개와 주자 한 명은 7회 추가 실점 상황으로 이어졌다. 기세를 탄 SK는 7회 초에만 4점을 추가하면서 5위 확정을 위한 총력전을 성공으로 마무리했다.
내·외야가 다 불안해진 KIA 수비, 집중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실책성 플레이를 포함해 연이어 나온 수비 실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양현종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자신의 실책성 플레이를 포함해 연이어 나온 수비 실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양현종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사실상 수비가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은 하루였다. KIA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야금야금 내주면서 SK에 끌려갔다. 공을 더듬은 최형우의 아쉬운 실책을 시작으로 KIA는 깔끔하지 못한 수비가 계속 나왔다. 1위 팀답지 않은 수비 집중력이 계속 나온 것이었다.
최근 최형우는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다. 9월에만 하지 않아도 될 실책 3개를 기록한 최형우다. 수비뿐만 아니라 방망이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최형우의 9월 타격 성적은 15경기 출전 0.246(57타수 14안타) 1홈런 8타점이다. 사실상 선발 좌익수로 거의 쉬지 않고 달려온 여파가 최형우의 공·수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핫코너’인 3루를 책임지는 이범호의 수비를 향한 아쉬움의 소리도 분명히 있다. 올 시즌 민첩성이 다소 떨어지면서 3루 수비에 어려움을 겪는 이범호다. 결정적인 순간 이범호의 ‘알까기’ 실책이 나오면서 KIA가 경기 흐름을 내준 적도 있었다. 8월 27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에서 통산 300홈런을 달성한 뒤 ‘알까기’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반적인 이범호의 3루 수비 범위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범호도 자신의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그 누구보다도 잘 느끼고 있다. 이범호는 “3루 수비에 대해 이제껏 이런 큰 고민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큰 실책이 종종 나오니까 아쉽다. 팀의 베테랑으로서 심적으로 흔들리는 게 조금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야구장에선 내가 잘해야 하는 거다. 못 하면 질책을 받는 거고, 잘해야 환호를 받을 수 있다. 조금 더 집중하면서 실수를 안 하고자 노력하겠다”며 수비에서의 분발을 다짐했다.
9월 19일 경기에서 선발 투수 양현종의 번트 수비도 분명히 아쉬운 장면이었다. 자신이 수비해야 할 영역으로 공이 굴러왔지만, 양현종은 1루수 김주찬에게 이를 미루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양현종의 번트 수비 실패는 끝내 7회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이는 수비 시 송구에 대한 자신감 저하와 관련된 장면일 수도 있다. 양현종은 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5실점(4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날 병살타가 가능한 상황에서 던진 양현종의 2루 송구가 두 차례 어이없이 빗나가는 실책이 나왔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2루를 향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 양현종이었다. 올 시즌 양현종은 총 5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앞서 언급된 예시 외에도 1루수 김주찬과 포수 김민식이 올 시즌 종종 보여준 불안정한 포구도 문제가 있다. 특히 김민식은 올 시즌 포일 부문 리그 1위(11개)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공이 뒤로 빠져서 좋은 점은 단 한 가지도 없다. 포구에 있어 조금 더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규시즌보단 포스트시즌이 더 걱정이다

김기태 감독이 팀 야수들을 소집한 장면. 포스트시즌에선 불안정한 수비를 최대한 숨겨야 할 KIA다(사진=KIA)
김기태 감독이 팀 야수들을 소집한 장면. 포스트시즌에선 불안정한 수비를 최대한 숨겨야 할 KIA다(사진=KIA)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의 중요성이 극도로 커지는 포스트시즌에서의 경기력이다. 단기전에선 투수들의 전력투구로 팽팽한 ‘투수전’이 주로 펼쳐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에 바꾸는 게 바로 호수비와 수비 실책이다. 설사 호수비가 안 나온다고 해도 수비 실책만큼은 막아야 하는 게 포스트시즌 경기다.
올 시즌 KIA가 수비력이 훌륭한 팀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는 편이다.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도(RAA)를 살펴봐도 KIA는 올 시즌 이 부문 리그 5위(0.85)에 그치는 상황이다. RAA 부문 리그 2위(21.81) NC 다이노스·리그 4위(5.96) 두산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KIA의 수비력이다.
팀 실책 부문에서도 KIA는 삼성 라이온즈와 공동 5위(90개)에 오른 상태다. KIA의 전체적인 팀 수비가 리그 하위권 수준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리그 최상위권 수준으로 뛰어난 것도 아닌 게 현실이다.
포스트시즌에서 KIA의 발목을 가장 세게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수비다. 기가 막힌 호수비를 연달아 보여주는 게 아니더라도 실책 없이 기본적인 수비를 완벽히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기본’이라는 단어가 그 어떤 순간보다도 와 닿는 KIA의 현 상황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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