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진출에 먹구름이 낀 LG의 양상문 감독  (사진=엠스플 뉴스)
PS 진출에 먹구름이 낀 LG의 양상문 감독 (사진=엠스플 뉴스)

[엠스플 뉴스]

공 하나에, 한 타석에, 한 이닝에 숫자와 기록이 가득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쌓여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오로지 숫자와 기록만으로 야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야구를 분석하는 ‘Key넘버’, 숫자와 기록으로 선수의 오늘과 팀의 미래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쉽게 말하면, LG는 kt에게 ‘말렸다’. 5강 싸움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1승이라도 추가해야 하는 시점에, kt만 만났다하면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아니, 똑같은 패배를 당하더라도 더 찜찜하게, 다음 경기까지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어제 한 경기뿐만이 아니다. 최근 kt를 상대한 3경기 모두가 그랬다. 두 경기는 연속 끝내기 패, 어제 경기에선 8,9회에만 14실점을 하고 말았다.

LG는 kt와의 2연전 시작이었던 지난 14일 이후,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 중이다. 6위는 6위인데, 승률이 .512에서 .500까지 뚝 떨어졌다. 이 5경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LG가 5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을야구에 대한 LG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LG의 경기에선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 너무나 아마추어적인 실수가 이어졌고, 경기 후반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됐으며, 내주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점수들을 내줬다.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진짜 위기에 빠진 LG의 현 상황을 기록을 통해 알아봤다.

.250 : LG, 최근 8경기 2승 6패 ‘승률 .250’

LG의 5위 추격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지난 10일 두산전부터였다. 당시 LG는 두산 선발 함덕주을 3이닝 만에 끌어내리는데 성공했고, 선발 차우찬이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주며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5:1, 4점차로 패하고 말았다. 두산이 8안타, LG는 이보다 훨씬 많은 12안타를 쳤지만 지독한 변비 야구로 1득점에 그친 것이다.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LG는 그야말로 ‘마가 꼈다’. 12일 롯데전 2:1 한 점차 패, 14일과 15일 kt 상대 끝내기 패배, 16일 한화 상대 3:1 2점 차 패, 그리고 어제 경기 15:7 8점 차 대패까지. 모두 8경기에서 6패나 기록하고 말았다. 이 기간 팀 승률이 고작 .250에 그칠 정도였다. 같은 5강 싸움 중인 SK가 이 기간 5승 3패 승률 .625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참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LG는 이 기간 기록한 6패 중 역전패가 5회, 1점차 승부가 3패에 이를 만큼 아쉬운 패배가 많았다. 결국,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한 점만 더 냈더라면 2승 6패라는 처참한 결과는 얻지 않았을 것이다.

10.27 : LG, 최근 8경기 불펜 평균자책점

타선도 타선이지만 최근 8경기에서 LG가 역전패를 5번이나 기록했다는 건 결국 불펜 싸움에서 졌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이 기간 LG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10.27이나 된다. 이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 1위인 롯데가 3.45를 기록했고, SK 역시 이 기간 불펜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LG는 경기 막판에 뒷문을 열어놓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다.

반대로 이 기간 LG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39에 불과하다. 이 기간 유일한 2점대,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선발진이 아무리 제 몫을 해줘도 불펜에서 그 점수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 실제로, 최근 8경기 LG의 1~3회 평균자책점은 3.38, 4~6회의 평균자책점은 3.38로 모두 3점대를 기록했으나 7~9회 평균자책점은 8.10이나 됐다. 경기 막판 큰 점수를 내주면서 와르르 무너진 경기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10 : LG, 최근 8경기 실책 10개 최다 1위

수비는 물 흘러가듯 흘러가면 잘하는 티가 나질 않는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 번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그 어떤 것보다 크게 티가 나는 게 바로 수비다. 최근 8경기, 불펜만큼이나 불안했던 게 바로 LG 수비진이다.

어제 경기, 3:3 동점 상황에서 LG가 8,9회 대량 실점을 한 이유 중 하나는 허술한 수비에 있다. 당연히 이뤄져야 할 병살이 처리되지 않았고, 내야수라면 응당 잡아야 할 타구 앞에서 서두르다 주자를 쌓고 말았다. 결국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큰 ‘한 방’으로 이어졌다. 기록된 실책은 2개였으나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은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경기를 더 넓혀 최근 8경기를 살펴보면, LG는 실책을 10개나 기록했다. 막내 구단 kt가 9개를 기록했을 뿐, 이 기간 독보적인 실책 기록이다. 이 기간 LG내 최다 실책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의외로(?) 외야수 문선재다. 문선재는 이 기간 실책을 3개나 기록하면서 팀 내 실책 1위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최재원, 양석환, 손주인, 이형종이 각각 하나씩, 투수진에선 소사, 이동현, 최동환이 하나씩 기록했다.

247 : LG, 최근 kt전 3경기 평균 경기 시간 247분

수비 불안, 불펜 불안 등 LG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은 한 두 개가 아니었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아쉬운 부분은 경기 시간에 있다. 올 시즌 KBO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0분 남짓이다. 평균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kt의 경우 3시간 14분을 기록했고,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삼성도 3시간 28분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독 LG는 최근 kt만 만나면 엄청난 경기 시간을 할애했고, 또 시간 대비 소득 없이 패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3경기 kt전 평균 시간이 247분, 즉 4시간 7분이나 된다. 힘은 힘대로 쓰고, 체력을 체력대로 쓰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니 실책도 늘어나고, 늘어지는 실책만큼 불펜진이 더 던져야하기에 무리가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능률이 오르는 게 아니듯, 경기 시간이 길다고 경기 내용이 더 좋아지진 않는다. 쓸데없는 경기 시간 늘이기는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에 가깝다.

잔여 경기에서 LG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엠스플 뉴스)
잔여 경기에서 LG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엠스플 뉴스)


11 : ‘경우의 수’ LG, 10승 1패 필요

20일 현재, LG는 리그에서 본의 아니게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은 팀이 됐다. SK가 140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것과 비교하면 LG는 11경기나 앞으로 더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이 11경기는 LG에게 기회가 될 수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선발 허프까지 내세운 어제 경기에서 LG가 지고, SK는 KIA에 승리하면서, LG는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4경기만을 남겨둔 SK가 이 경기를 모조리 승리하면 LG는 남은 11경기에서 10승 1패를 거둬야만 자력으로 5위에 오르게 된다. 왜냐하면 SK가 4승을 추가해 시즌 76승 67패 1무로 시즌을 마치면 승률이 .531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LG는 65승 65패 3무로 딱 5할을 올리고 있는 만큼, 10승 1패를 거둬야 75승 66패 3무로 승률 .532가 된다. 만약 9승 2패라도 거두면 최종 승률 .525가 되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은 힘들어지게 된다.

사실상 남은 경기 전승을 목표로 해야 하는 LG. 지금까지의 어설픈 모습은 잊고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LG에게 가을이란 없다.

타구장 Key 넘버

➀ SK vs KIA : SK, 5위 굳히기

KIA 양현종을 상대로 약 3년여 만에 귀중한 승리를 챙긴 SK다. 이로써 SK는 4위 롯데와 4경기 차, 6위 LG와 2.5경기 차를 유지하게 됐다. 특히 SK는 승리하고 LG는 패하면서 경기 차를 벌렸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오늘 SK는 다이아몬드를 내세워 2연승에 도전하고자 한다. 다이아몬드는 바로 직전 등판이었던 15일 두산전에서 9이닝 동안 안타 3개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바 있다.

➁ 두산 vs NC : ‘3연승’ 두산, KIA와 2.5경기 차

두산이 또 다시 3연승에 성공했다. 반면 KIA는 SK 타선을 막지 못했다. 3연승에 성공한 두산과 KIA의 경기 차는 다시 ‘2.5’가 됐다. 두산 선발 보우덴은 오늘 경기가 올 시즌 첫 NC전 등판이다. NC 선발 장현식은 올 시즌 두산전 5경기 선발로 나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5.54를 기록했다. 두 투수에게 걸린 무게가 막중하다.

박종현 애널리스트 (blogpjh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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