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계훈 퓨처스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사진=한화)
한화 최계훈 퓨처스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사진=한화)

[엠스플뉴스]

| 한화엔 '가을야구'가 없다. 가을야구 대신 한화를 기다리는 건 변화다. '육성 시스템' 변화가 그 시작이다.

‘59승 1무 75패 리그 8위.’

9월 21일 기준 한화 이글스의 성적표다.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순위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보다 되레 한 계단 더 떨어졌다(2016시즌 7위).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 역시 이번에도 무산이다.

이로써 한화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이 됐다. LG 트윈스의 '10년(2003년부터 2012년까지)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와 타이 기록이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 취임과 함께 '뉴챌린지(New Challenge)'를 선언하고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 선언문에서 한화는 ‘프런트와 선수단이 함께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부상 선수 관리와 지속적인 유망주 발굴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기존 방식을 청산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겠단 뜻이었다.

한 시즌이 흘렀다. 과연 박 단장이 외쳤던 ‘뉴챌린지’와 육성 시스템 구축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한화 최계훈 퓨처스 감독이 말하는 '이글스식 육성 시스템'

서산 한화 퓨처스 훈련장 외관. 이곳에선 한화 선수들의 꿈이 매일같이 자라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서산 한화 퓨처스 훈련장 외관. 이곳에선 한화 선수들의 꿈이 매일같이 자라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엠스플뉴스'는 한화 선언이 얼마나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고자 한화 육성 시스템의 ‘근간(根幹)’인 서산 퓨처스 훈련장을 찾았다. 취재하지 않고서 구단이 불러주는 코멘트대로만 이 선언을 확인하는 건 아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서산 퓨처스 훈련장에선 많은 선수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화 최계훈 퓨처스 감독은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들을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 감독에게 올 시즌 육성 성과를 묻자 “아직 퓨처스팀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1군 부상 선수가 많아 퓨처스 선수들이 갑작스레 콜업된 경우가 많았다"며 "퓨처스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더 치밀하고,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성엔 '많은 시간과 진중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육성'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최 감독은 "제대로 된 선수를 키우는 데 적어도 2, 3년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화 육성의 가장 큰 틀을 설명하자면 ‘선수들이 납득하고, 이해하는 지도'입니다. 좀 더 세밀하게 훈련을 지도하면서 '이건 왜 좋고, 왜 나쁜지'를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선수들 스스로 이해하도록 도와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 이것이 달라진 한화의 육성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산 한화 클럽 하우스 앞(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서산 한화 클럽 하우스 앞(사진=엠스플뉴스 전수은 기자)

최 감독은 이상군 감독대행과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감독대행님과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합니다. 제가 퓨처스 상황을 보고하고, 부상자 스케줄이나 이동과 관련해 상의합니다. 1군과 퓨처스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소통입니다. 이 감독님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분입니다.”

최 감독은 투수코치로 오래 일했다. 최 감독은 투수 육성의 기본으로 '체력'을 꼽았다.

“전 체력이 투수 육성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이 기술이에요. 체력이 뒷받침되면 부상을 이겨낼 힘이 생깁니다. 그런 다음 개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살린 세부적인 기술 지도가 들어가야 합니다. 갑자기 ‘체인지업을 이렇게 던져. 슬라이더 그립을 이렇게 잡아봐’하는 식으로 지도하는 건 육성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좋은 투수로 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는 게 육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자 파트에선 김성래 퓨처스 타격코치가 열정을 쏟고 있다. 김 코치는 한화 타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승리에 대한 갈구'를 들었다.

“1군 무대는 전쟁터와 같아요. 살아남으려면 이겨야 합니다.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선수들도 알고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우린 안돼'하는 패배 의식이 숨어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한화 젊은 타자들에겐 승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야구를 더 재밌고, 더 잘할 수 있어요.”

가능성 확인한 한화, 박종훈 단장 "위대한 여정의 시작일 뿐"


즐겁게 훈련 중인 한화 퓨처스리그 선수들. 그들의 성장은 이글스의 날개가 돼 줄 것이다(사진=한화)
즐겁게 훈련 중인 한화 퓨처스리그 선수들. 그들의 성장은 이글스의 날개가 돼 줄 것이다(사진=한화)

후반기 한화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활약은 놀라웠다. 야구전문가들이 올 시즌을 "한화의 육성 가능성을 발견한 시즌"이라고 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시즌엔 김태균, 정근우 등 주전 타자 대부분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덕분에 새로운 얼굴들이 그 빈 자리를 메우곤 했다. 타자 쪽은 이동훈, 강상원, 정경운, 오선진 등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나 오선진은 기량을 만개하며 내년 시즌 주전 2루수 후보에 이름을 올릴 정도가 됐다. 투수 쪽엔 김재영, 박상원, 김민우, 김범수, 이충호, 김경태, 서균 등이 가능성을 보였다.

박종훈 단장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신인이나 1.5군 선수들에겐 분명 좋은 기회였을 겁니다. 이런 과정을 계기로 한 단계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그 선수들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는 겁니다. 그래야만 주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박 단장의 말이다.

박 단장은 “구단도 끊임없이 '육성의 해답'을 찾는 중"이라며 "변화가 시작된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나부터 더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 단장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화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은 “우리가 원했던 선수를 모두 뽑았단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2차 1라운드에서 뽑은 좌완 이승관은 크게 기대해도 좋을 투수”라고 강조했다.

한화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올 시즌 한화는 많은 주전 선수가 부상에 시달렸고, 시즌 중 선장이 바뀌기까지 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등장으로 한화는 새로운 원동력을 찾았다.

야구계 일부에선 한화의 육성 시스템을 가리켜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스템 야구를 정착시키려면 메뉴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렇게 말하는 중요 이유다. 실제로 한화엔 아직 완성된 육성 메뉴얼이 없다. 긍정적인 건 한화가 육성 메뉴얼을 만들 준비를 시작했고, 그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제 모든 건 새 감독 몫이다. 육성을 강조하고, 팀 시스템을 이해하는 감독을 영입하는 게 우리의 다음 미션”이라고 말했다.

이글스의 날개짓은 이미 시작됐다.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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