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은 역전 우승을 향한 열망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극적인 뒤집기가 현실이 될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김태형 감독은 역전 우승을 향한 열망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극적인 뒤집기가 현실이 될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곰이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모양새다. 두산 베어스가 개막전 이후 무려 177일 만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여전히 KIA 타이거즈가 매직넘버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잔여 경기에서 두산보다 무조건 2승 이상을 해야 할 KIA의 압박감이 더 커진 셈이다.

9월 2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0-0으로 맞선 경기 초반 이닝 교대 시간에 갑자기 KIA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같은 시간 열리고 있던 잠실구장 경기의 점수가 전광판에 떴기 때문이었다. 바로 kt 위즈가 두산 베어스에 2-0으로 앞서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다. 어쩌면 1경기로 좁혀진 경기 차를 더 벌릴 수 있는 KIA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 KIA 팬들의 환호성은 경기 막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KIA는 0-1로 뒤진 9회 초 대거 4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반면 두산은 5-4로 앞서 8회 말 한 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이 이기고 있단 소식이 경기 막판 전해지자 KIA 팬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이어졌다.

반대로 잠실구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KIA가 한화 이글스에 0-5로 완패했단 소식이 경기 막판 전광판에 떴기 때문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두산 팬들은 무려 177일 만의 1위 등극을 예감한 듯 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산의 6-4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면서 정규시즌 우승 경쟁은 이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의미가 없어진 KIA의 매직넘버 ‘6’

KIA가 6개월간 지켰던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엠스플뉴스)
KIA가 6개월간 지켰던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엠스플뉴스)

KIA와 두산은 9월 24일 경기 결과로 경기 차 없는 공동 선두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매직넘버는 KIA가 가지고 있다. 매직넘버 ‘6’인 KIA가 남은 6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두산의 잔여 4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다.

만약 무승부가 없다고 가정하면 KIA는 잔여 경기 결과에서 두산보다 최소 2승 이상을 더 거둬야만 우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두산이 잔여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할 경우 KIA는 우승을 위해 5승 1패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KIA의 잔여 경기 일정

9월 26일 광주 LG전
9월 28일 대전 한화전
9월 29일 대전 한화전
10월 1일 수원 kt전
10월 2일 수원 kt전
10월 3일 수원 kt전

하지만, 잔여 경기 전승으로 KIA의 매직넘버 줄이기는 현실적이지가 않다. 단 4경기만 남긴 두산과 비교해 불리한 요소들이 가득한 KIA이기 때문이다. 먼저 KIA는 26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홈 최종전을 치른다. LG는 24일 마산 NC 다이노스전 패배로 5위 트래직 넘버를 ‘2’만 남긴 상태다. 벼랑 끝 승부를 펼쳐야 하는 LG와의 만남은 분명히 KIA엔 부담이다.

만약 KIA가 26일 광주 LG전에서 패한다면 매직넘버는 두산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두산이 잔여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정규시즌 우승은 두산의 몫이다. 게다가 KIA는 시즌 막판 ‘고춧가루’를 팍팍 뿌리는 한화와 kt를 또 만나야 한다. 대전 원정 2연전과 수원 원정 3연전에서 전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KIA의 현 분위기다.

두산의 잔여 경기 일정

9월 27일 수원 kt전
9월 29일 잠실 LG전
10월 1일 대전 한화전
10월 3일 잠실 SK전

KIA와 다르게 상승세를 제대로 탄 두산은 이제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노린단 각오다. 연전이 없는 일정이기에 경기마다 필승조 투입으로 총력전이 가능한 두산이다. 두산은 29일 ‘잠실 라이벌’인 LG와의 맞대결이 있지만, 만약 5위 등극 가능성이 사라진 LG를 만난다면 비교적 수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5위 가능성이 높은 SK 와이번스를 10월 3일 홈 최종전에서 만나는 것도 두산엔 행운이다. SK가 만약 이날 경기 전 5위를 확정 지을 경우 이틀 뒤인 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대비해 주전 선수를 대거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인 일정과 상황을 봤을 때 두산의 잔여 경기 전승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여유만만’ 두산 “이제 진다는 생각은 안 든다.”

최근 6연승을 달린 두산은 10연승 달성과 함께 짜릿한 역전 우승을 꿈꾼다(사진=두산)
최근 6연승을 달린 두산은 10연승 달성과 함께 짜릿한 역전 우승을 꿈꾼다(사진=두산)

무엇보다 두산의 팀 분위기가 정말 뜨겁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도전을 강력하게 선언했다. 김 감독은 9월 2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1위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6-0 완승을 한 뒤 김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KIA 경기 결과를 확인하겠다. 1위가 계속 확정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야 할 것 같다”며 역전 우승 의지를 피력했다.

두산 선수단의 여유도 돋보인다. 한마디로 자신감이 넘치는 두산의 분위기다. 대다수의 두산 선수는 “남은 4경기에서 우리가 진다는 생각은 안 든다. 우리가 이긴 뒤 KIA가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보겠다”라는 여유로운 반응이다. 설사 역전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몇 경기만 더 하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된다’라는 게 두산 선수들의 생각이다.

두산의 무서운 상승세를 지켜본 타 구단 관계자는 “위기의 순간이나 꼭 이겨야 할 경기에서 선수들의 움직임과 집중력을 살펴보면 KIA보다 두산이 더 강한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최근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계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두산 선수들에게서 확실히 여유가 느껴진다. 이 정도로 좁혀졌다면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며 두산의 역전 우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두산은 잃을 게 없단 생각으로 마음 편히 경기에 임하고 있다. 반면, KIA는 6개월간 굳건히 지킨 1위 자리를 마지막 순간 넘겨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KBO리그 역대 시즌 80승 선착 팀 가운데 정규시즌 우승에 실패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올 시즌 80승에 선착한 KIA의 마음이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전반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KIA와 두산 간의 경기 차는 13경기였다. 멀어도 너무 멀어 보였던 13경기 차가 어느덧 다 사라졌다. 사실상 공은 이제 두산으로 넘어갔다. 역사에 남을 대역전극을 써보겠단 두산의 뜨거운 막판 스퍼트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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